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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의 아들, 염 ㅣ 큰숲동화 12
예영 지음, 오승민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8년 10월
평점 :
동화 『백정의 아들, 염』을 읽으며 첫 부분부터 화가 났답니다. 물론, 그 대상은 작가도, 출판사도 아닙니다. 동화 속 모습에 화가 나는 겁니다. 백정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에서 차별받고 인간다운 대접 하나 받지 못하는 그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염이 당하는 힘겨움에 동화를 읽으며 함께 힘겨웠습니다.
백정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천천골’ 안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세상이 이들을 얼마나 멸시하고 천대하였으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마라천을 절대 건너지 마라 신신당부합니다. 마라천을 건너면 건너편엔 ‘괴물’이 있다고 말입니다. 이런 모습에 첫 페이지부터 먹먹했습니다. 화가 나기도 했고요.

결국 주인공 염은 마라천을 건너게 됩니다. 그리고 마라천 건너의 ‘괴물’이 무엇인지를 알아버립니다. 또한 백정이 무엇인지도 알게 됩니다. 백정은 사람이면서도 사람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괴상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결국 염은 ‘천천골’을 떠나려 합니다. 아니 떠납니다. 그런데, ‘천천골’을 떠나 처음 접한 소식이 아버지가 살인자가 되어 체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천천골’ 제일의 실력을 가진 아버지, 백정이면서도 함부로 소를 죽이지 않던 아버지가 살인자라니요. 이에 천신만고 끝에 아버지를 만난 염은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정황 증거들은 아버지에게 불리하기만 합니다. 어느 누구도 백정의 억울한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백정의 외침은 공허한 울림일 뿐입니다.

이에 염은 스스로 아버지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 나섭니다. 세상이 자신들을 외면한다면, 자신이 직접 세상과 부딪혀 진실을 밝히겠다는 염입니다. 과연 염이 만나게 되는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동화 『백정의 아들, 염』은 구한말 백정들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당시 백정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역사의 한 단면을 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동화는 역사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인공 염은 살인자로 몰린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스스로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 그런 과정이 비록 아이지만 멋진 탐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동화의 또 다른 장르는 추리동화입니다. 그러니, 동화는 역사추리동화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배운 것은 부족하지만, 하늘이 준 총명함과 곧은 마음, 굳건한 의지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염의 모습이 참 멋집니다. 또한 어른들조차 외면하는 일이지만, 도움을 구하는 친구의 모습에 발 벗고 함께 나서는 두 친구들의 멋진 우정도 돋보입니다. 비록 남들에게 인간다운 대접 하나 받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 염의 굳은 심성은 동화를 읽는 어린이 독자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리라 여겨집니다. 무엇보다 동화 『백정의 아들, 염』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이라면, 마라천 건너편에 사는 ‘괴물’처럼 성장하지는 않으리라 싶습니다.
『백정의 아들, 염』, 이 동화는 마음속에서 뭔가를 꿈틀거리게 하는 힘이 있으며, 아울러 흥미진진한 추리동화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