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 경성 설렁탕 마음으로 읽는 역사동화
조은경 지음, 김수연 그림 / 머스트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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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도 경성엔 패스트푸드가 있었다고 하니 참 신기한 마음입니다. 당시의 패스트푸드는 다름 아닌 설렁탕이래요. 조은경 작가의 1930, 경성 설렁탕은 당시 경성의 대표적 배달음식인 설렁탕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동화를 통해 알게 되는 건, 당시 설렁탕 음식점을 차린 사람들은 대체로 백정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에서 천대받던 백정들, 그들이 소를 잡고 남게 되는 뼈와 내장 등을 푹 고아서 만들어낸 음식이 설렁탕이었다고 합니다.

 

동화 속 주인공 우양이는 그런 설렁탕집 아들입니다. 지금이야 커다란 설렁탕집 아들이라면 부잣집 도련님이겠지만, 당시 설렁탕집 아들인 우양이는 백정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같은 조선인들에게도 멸시받던 신세였답니다.

  

  

같은 조선인들끼리 그렇게 괴롭히고 멸시하는 모습이 동화 속엔 많이 등장합니다. 동화 속 동규는 같은 조선인이지만 우양이를 괴롭히는 아이입니다. 이는 당시 조선인들이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같은 조선인끼리 함께 힘을 모으려는 생각보다는 일본에 지배받는 생활에 고착되면서 같은 민족끼리 서로 찌르고 아프게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백정이라는 이름이 굴레가 되어 같은 민족에게조차 멸시받게 되는 그네들의 삶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우양이가 그 삶 속에서 우뚝 일어서길 응원하게 됩니다.

 

우양이는 이제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확연히 눈에 보였다. 조선은 일본에게 짓밟히고 있었다. 우양이는 일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고 자랐고, 그게 이상하지 않았다. 우양이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이십 년이 넘는 세월을 일본에게 지배당하면서 조선 사람들도 점점 일본에 길들여져 가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일본에 대항하려면 조선 민족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지만, 우양이에게 조선 민족은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느껴졌다. 같이 살아가지만 늘 서로를 찌르기만 하는.(146)

  

  

이렇게 같은 민족에게도 찔리기만 하는 우양이는 설렁탕 때문에 더욱 멸시받는 것 같아 설렁탕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설렁탕의 진가를 알게 되고, 더 이상 밟히고 찔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힘차게 맞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참 멋진 모습이죠.

 

동화를 통해, 일제강점기 경성에 있던 배달음식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당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유익함도 있습니다. 또한 우양이가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보며, 어린이 독자들 역시 한 단계 성숙해질 수도 있겠고요. 무엇보다 같은 민족끼리 서로를 아프게 하고 상처 주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오늘 우린 어떤 모습인지를 돌아보게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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