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클락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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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의 신간 미스터리 클락을 만났다. 이 책은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인 유리 망치(서울: 도서출판 창해, 2017)의 후속작이다. 방범 컨설턴트인 에노모토 케이와 변호사 아오토 준코가 콤비를 이루어 해결해 나가는 밀실살인사건들. 도합 4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완만한 자살은 폭력조직 사무실에서 일어난 밀실살인사건을. 거울 나라의 살인은 미술관에서 벌어진 밀실살인사건을. 미스터리 클락은 외딴곳에 있는 미스터리 작가의 집에서 벌어진 밀실살인사건을. 콜로서스의 갈고리 발톱은 막힌 곳 없는 망망대해 바다 위 보트에서 벌어진 역밀실살인사건(피해자는 개방적인 공간에서 살해되었지만, 피해자에게 접근할 방도가 없다. 게다가 용의자는 밀실에 갇혀 있는 상황이기에 이 역시 밀실사건이 된다.)을 다루고 있다.

 

이들 네 편의 중단편에서 본업이 의심스러운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 케이의 활약이 돋보인다. 아울러, 케이에게 언제나 무시당하기만 하는 여변호사 아오토 준코가 케이보다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려 절치부심는 모습이 재미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복잡한 트릭기술이다. 특히, 거울 나라의 살인미스터리 클락에서 이러한 복잡한트릭기술과 그에 대한 추리가 두드러진다. 거울 나라의 살인에서는 거울을 이용한 시각적 트릭으로 cctv로 봉쇄된 밀실살인을 깨뜨린다. 미스터리 클락에서는 시간의 왜곡을 이용한 시간 트릭으로 밀실 살인의 범인을 밝혀내고. 이 두 편의 트릭기술은 촘촘하다 못해 복잡하다. 이런 엄청난 트릭 기술을 생각해 낸 작가가 참 대단하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복잡하기만 한 트릭 기술은 독자를 흥미롭게 만들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독자를 지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이 트릭을 설명해야만 하는 작가(또는 소설 속 인물)의 말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복잡해지다보면 왠지 수업을 듣는 것마냥 따분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사실 이런 내용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 속에도 등장한다.

 

기계트릭이라면, 그거 말인가? 끈을 잡아당겨 밖에서 자물쇠를 잠그는 것 말이야. 난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애 속이기 같던데.”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는 요즘 아무도 안 씁니다.”

하지만 복잡하다고 좋은 건 아니잖아. 너무 복잡하면 독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만 하지.”(191-2)

 

소설 속 대사처럼, 정말 복잡한 것만이 최고의 추리를 드러내는 수단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첫 번째 단편 완만한 자살어린애 속이기같은 수준의 트릭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애 속이기수준의 트릭이 절묘하게 감춰져 있어, 아하! 감탄하게 된다. 반면, 거울 나라의 살인미스터리 클락은 작가의 열정이 지나쳐 혼란스럽게만느껴지는 부분이 없지만은 않다. 물론, 이 두 편 역시 최고난이도의 추리극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겐 너무나도 즐거운 밀실추리소설임에 분명하다.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추리극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입을 벌린 채 보게 될 게다. 마지막 콜로서스의 갈고리 발톱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춘 작품이 아닐까 싶어 제일 좋았다.

 

아무튼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 케이가 탐정 역할을 전담하기에, “방범 탐정 에노모토 시리즈라 불리는 이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 역시 기대해본다. 그 전에 유리 망치를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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