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주문했다 창비아동문고 296
서진 지음, 박은미 그림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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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작가의 신작동화 아빠를 주문했다SF 동화입니다. 로봇과학이 발달된 미래의 어디쯤이 동화의 시대적 배경입니다. 시민들이 살아가는 공간 역시 1구역, 2구역, 등등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구역이 가장 살기 좋은 상류층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고, 숫자가 높아질수록 외곽으로 밀려나며 삶의 질은 떨어지는 그런 사회입니다.

 

엄마와 함께 1구역에서 살던 철민은 어느 날 갑자기 5구역으로 와서 살게 됩니다. 바로 로봇 자유 지역에서 말입니다. 이곳이 로봇 자유 지역인 이유는 로봇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가 아니라, 로봇의 도움 없이 사람의 힘으로만 살아가는 공간이어서 로봇 자유 지역입니다. 이것 역시 철민에겐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로봇 없이 사는 삶이라니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삶이거든요.

 

그런 철민은 어느 날 온라인 쇼핑몰에서 충동적으로 아빠를 구매하고 맙니다. 아빠를 어떻게 구매하느냐고요? 진짜 아빠가 아닙니다. 아빠의 역할을 해주는 AI 로봇입니다. 이렇게 철민 앞으로 대디 14가 배달됩니다. 머리만 달랑 있는 AI 로봇이 말입니다.

  

  

이 로봇은 진짜 아빠처럼 철민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추억을 쌓아가게 됩니다. 철민은 대디 14를 위해 팔과 다리를 구하게 되고. 결국 사람처럼 걷게 된 대디 14는 철민과 함께 가출을 하게 됩니다. 바로 철민이 엄마와 살던 집, 1구역에 있는 집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대디 14는 철민에게 접근한 이유가 있답니다. 과연 대디 14는 어떤 속셈인 걸까요?

  

  

동화 아빠를 주민했다에선 발달된 로봇의 모습들을 만나게 됩니다. 일방적인 인간의 조작에 의해 작동하는 로봇이 아닌, AI 로봇으로서 인간과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고 상호 작용하는 능력을 가진 로봇을 동화를 통해 만나게 됩니다. 심지어 마음의 회로라는 게 있으면 로봇이 사람으로 완벽한 변형을 하게 된다고 하네요. 정말 이런 로봇이 가까운 미래에 실생활에 등장하게 되는 건 아닐까 상상해보게 됩니다. ‘마음의 회로를 가진 로봇이라면, 그래서 생화학적으로도 피와 살을 가진 사람으로 변형된 로봇이라면, 여전히 로봇인걸까요, 아님 이미 사람이 된 걸까요? 그들을 로봇이라 불러야 할까, 아님 사람이라 불러야 할까요?

 

동화를 읽으며, 이처럼 로봇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로봇의 정체성은 사람의 정체성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깡통로봇, 심장이 없어 심장을 얻길 소망하는 깡통로봇이 심장을 갖게 된다면. 그렇다면 로봇인걸까요? 아님 사람인걸까요?

 

사실, 이런 질문 안에 커다란 반전이 있습니다. 동화를 읽으며, ‘혹시?’란 생각을 여러 차례 품었었는데, ‘역시였답니다. 이런 부분은 마치 추리소설의 반전과도 같은 반전이어서 소름이 쫙~~~.

 

아울러 아빠를 주문했다라는 이 동화를 읽으며, 던지게 되는 또 하나의 질문은 인간과 로봇의 교류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하는 점입니다. 그저 주어진 정보 안에서의 반응이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기반으로 스스로 생각을 할 줄 아는 로봇이 있다면, 그 로봇과 인간의 교류는 어떨지. 로봇과 인간 간의 우정이나 사랑이 가능할까 하는 것 말입니다. 더 나아가 로봇과 인간이 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동화는 던져줍니다.

 

지금은 동화 속 설정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동화 속 이야기들이 실제 삶 속에서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동화 아빠를 주문했다는 스토리가 재미나고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미래사회를 미리 엿볼 수도 있는 좋은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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