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의 값 : 잎이와 EP 사이 - 백승연 희곡 반올림 42
백승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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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책을 가리는 편은 아닌데(물론, 이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희곡 단행본을 읽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내 기억으론 몇 년 전 희곡들을 모아놓은 희곡집을 단행본으로 읽은 적 외엔 없는 것 같다. 그런 나에게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희곡 단행본이 다가왔다.

 

제목이 상당히 독특하다. 함수의 값: 잎이와 EP 사이란 제목이다. 솔직히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어쩐지 부담스러움을 조금 느끼긴 했다. 나 같은 수포자들에겐 함수의 값이란 제목은 어쩔 수 없이 그렇다.

 

아무튼, 책장을 펼쳐 희곡이란 독특한 장르 속으로 들어가 본다.

 

역시, 생소하다. 대화로만 이어지는 진행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소설과 달리 배경묘사나 인물묘사, 그리고 여타 상황설명 등이 생략된 대사만으로 줄거리를 찾아가기에 처음엔 많이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책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어느덧 깊이 빠져든다. 어느 샌가 대사를 큰 소리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의외의 좋은 점이 있다. 독서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점.^^ 물론 그만큼 생략된 부분에 대한 독자의 상상이 개입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묘한 즐거움이 있었다.

 

희곡 작품 자체의 내용은 아프다. 먹먹하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현실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아프다니. 그렇다면, 그 한가운데서 매일을 견뎌내야만 하는 이 땅의 청소년들은 어떨까 싶어 먹먹했다. 비록 고민과 방황, 갈등의 시간을 지나는 청소년들이지만, 여전히 푸름을 잃지 않길 응원해 본다.

 

주인공 이수는 수학 문제 푸는 것이 취미인 아이다. 아니, 수학이 이수의 삶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이수에겐 꿈이 있다. 그 꿈은 세상을 완벽하게 설명해낼 논리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이수는 수학을 통해서만 진짜배기 이면을 볼 수 있다 생각하며, 이 논리를 찾는다. 하지만, 그런 논리는 멀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이수에겐 잎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내며, 그 잎이가 사는 공간, 모든 것의 이면이자 무결점의 완벽한 세상을 만들어낸다. 그 공간에 이수가 있다. 잎이가 사는 공간은 이수만의 공간이다. 아니 또 한 사람, 이수의 친구 서인이 그곳에 함께 서 있다. 그런데, 정말 서인에게도 이 공간이 잎이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여기에서 또 하나의 불행, 아픔이 잉태하게 된다.

 

스펙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아이들. 온통 입시 스펙 쌓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아이들. 하지만, 정작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은 하나도 없는 아이들의 공간. 과연 이런 공간에서 꿈을 붙잡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왜 책의 제목은 함수의 값일까? 어쩌면, 아이들의 인생을 이미 어른들이 변수 x를 정해놓음으로 그들이 선택해야 할 함수의 값은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져 버렸다는 의미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내가 너무 나가는 걸까?

 

아무튼 입시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청소년들의 먹먹한 현주소를 희곡이란 장르로 접하게 되는 특별한 책이 함수의 값: 잎이와 EP 사이. 서로 내용과 모양은 다르겠지만, 각자의 고민을 품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매일의 아침을 여는 청소년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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