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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게임 - 저학년을 위한 동화
최은영 지음, 김민준 그림 / 예림당 / 2018년 6월
평점 :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무엇을 하면 막힌 스트레스가 확 풀릴까요? 지금은 흔치 않게 되었지만, 예전엔 곳곳에 ‘두더지 게임’이란 오락기가 있어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100원짜리 동전 하나 넣고, 이곳저곳에서 튀어 오르는 두더지를 망치로 쾅쾅 두드리다보면, 이마엔 땀방울이 맺히고, 팔은 뻐근한 느낌이 오지만, 이와 함께 어느 샌가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게임이었습니다.
최은영 작가의 신작 동화 『두더지 게임』은 바로 이 게임을 모티브로 전개되는 동화입니다.

두원이는 요즘 답답한 일이 많습니다. 동생이 자꾸 말썽을 피우는데도 할머니는 동생편만 듭니다. 동생 때문에 교과서를 빠뜨리고 가 선생님께 꾸중을 들기도 합니다. 수지 역시 자꾸 두원에게 시비를 거는데, 그 일로 자꾸 두원이만 혼을 나게 됩니다. 그러니 더욱 답답하기만 합니다.
답답함을 풀어보기 위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빽 소리를 질러보지만, 그래도 풀리지 않습니다. 여전히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런, 두원에게 이상한 할아버지가 나타나, ‘두더지 게임’ 한 번 해보라 권합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구닥다리 게임인가 싶었지만, 해보니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그래서 더 하고 싶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두더지 마을’에 두원을 초대합니다.
과연 두더지 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처음 본 이상한 할아버지를 믿고 두더지 마을에 가도 되는 걸까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무시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나도 몰래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내 생각을 강요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고민쯤, ‘쪼그만 것이’ 라는 생각으로 무시해버릴 때도 있고요. 동화 『두더지 게임』을 통해, 그런 생각을 먼저 반성해보게 됩니다.
두원이는 물론 어른들 보기에 “쪼그만” 아이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있고, 억울한 자신의 입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어른’들 때문에 답답하기만 합니다.
또한 어른들은 자꾸 하지 말라는 것만 만들어냅니다. 뭘 그리 해서는 안 되는 것들만 가득한지. 때론 마음껏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때론 마음껏 떠들어도 좋고. 때론 마음껏 뛰어도 좋고. 때론 마음껏 낙서해도 좋은 그런 공간, 시간이 주어진다면. 동화를 보며,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음에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답답함을 풀 건강한 탈출구, 각자만의 ‘두더지 게임’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쩜 ‘두더지 게임’으론 부족하고, ‘두더지 마을’이 필요할 만큼 우리 아이들이 답답함에 짓눌려 있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