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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 - 좀비 문학 컬렉션
전건우 외 지음 / 에오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좀비’란 말이 이젠 흔해졌다.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가 몇몇 마니아에게만 사랑받는 게 아닌,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메이저 영화의 자리에 올라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은 장르소설의 저 끝 언저리 어디쯤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에 전면 반기를 드는 작품집이 바로 이 책 『그것들』이 아닐까 싶다.
<좀비 문학 컬렉션>이란 깃대 아래 모인 7명의 작가들이 쓴 단편소설집으로 모두 좀비가 소재가 된 작품들이다. 7명의 작가들의 각기 다른 색깔 좀비소설집이기에 말 그대로 7인7색이다. 무엇보다 좀비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좋다. 아울러 재미있어 좋다.
좀비의 입장에서 서술한 작품도 있고, 죽은 자식을 좀비로라도 다시 살려내 곁에 두길 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끔찍한 공포 분위기의 소설도 있고, SF가 가미된 좀비 소설도 있다. 좀비와 인간 둘 가운데 누가 더 괴물인지를 묻게 되는 작품도 있고. 좀비 현상을 이용하여 자신의 유익을 챙기는 범죄 소설도 있다. 마치 좀비라는 한 주제로 모여진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느낌이다. 상자를 열면 과연 어떤 과자들이 들어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실제 열어 다양한 맛의 과자를 즐길 수 있던 어린 시절 환상적인 선물세트를 받은 느낌이다.
좀비를 떠올리면 반드시 무찔러야만 하는 척결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 좀비가 내 사랑하는 자녀라면, 내 사랑하는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라면 어떨까? 물론, 마침 원수와 같던 녀석이 좀비가 되어 내 앞에 등장하였다면 어쩌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척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어떨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좀비 바이러스가 무서운 또 하나의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로 변해버린 안타까움, 하지만, 그 사랑하는 이를 척결해야만 하는 운명. 이런 구도가 어쩌면 더욱 좀비문화에 열광케 하는 요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소설집 앞부분에 실려 있는 좀비문화에 대한 해설 역시 좋다. 좀비문화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공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바라기는 <좀비 문학 컬렉션>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참여한 작가들 가운데는 몇몇 작가의 경우는 좀비에 대한 후속 작품이 꼭 다시 나왔으면 싶은 작가들도 있다. 이분들의 또 다른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물론, 새로운 작가들의 또 다른 느낌의 좀비 문학을 만나는 것도 설렘을 안고 기대해보고. 아무튼 <좀비 문학 컬렉션> 2,3, 계속하여 나온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