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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소녀 ㅣ 상상 고래 4
차율이 지음, 전명진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8년 6월
평점 :
제1회 교보문고 전래동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차율이 작가의 두 번째 장편동화가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에 읽었답니다. 이번 동화의 제목은 『인어소녀』입니다.
‘인어소녀’라고 하니, 자연스레 인어공주가 떠오르게 됩니다. 맞습니다. 바로 그러한 ‘인어’, 우리 설화(거제도 설화) 속에서도 등장하는 인어인 ‘신지께’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동화입니다. 장소는 거제가 아닌 제주이고요.
주인공 규리는 인어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혼혈인어’입니다. 사람인 엄마와 인어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어, 규리. 규리는 인어이지만, 해산물을 먹지 못하고, 바다를 무서워한답니다. 그런 규리가 아빠를 찾아 바다 속으로 향하게 됩니다. 인어인 아빠가 사라져버렸거든요.

아빠를 찾아 바다 속으로 향한 규리는 그곳에서 두 종류의 악당을 만나게 됩니다. 하나는 아빠를 붙잡은 바다 속 악당 카슬이란 존재입니다. 카슬은 바다 속 지배자가 되어 온갖 만행을 저지릅니다. 아빠를 잡아간 것도 카슬이고, 아빠 대신 규리를 붙잡아 일을 시키는 것 역시 카슬입니다. 이런 카슬의 손아귀에서 과연 규리는 벗어날 수 있을까요? 동화는 이처럼 규리와 카슬 간의 대결구도를 보여줍니다.
인어소녀 규리가 바다 속에서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악당, 아니 진짜 악당이 있습니다. 이는 ‘하얀 악마’라고 불리는 것으로 바다 속 생명체를 병들게 하고 결국 죽게 만드는 나쁜 악마입니다. 다름 아닌 플라스틱입니다. 바다는 이미 이 ‘하얀 악마’에게 먹혀 죽어가고 있습니다. 바다 속 인어도, 인어의 세계도 말입니다.

그러니, 진짜 악당은 다름 아닌 ‘하얀 악마’를 마구 생산해 내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인간입니다.
“인간들은 태초부터 바다에 많은 걸 버렸어. 바다는 기꺼이 넓은 아량과 넘치는 생명력으로 그것들을 소화시키고 자연으로 돌려보냈지. 하지만 배은망덕한 인간은 반세기 전부터 이상한 걸 만들어 냈지. 썩지도 분해되지도 않고 쌓여만 가는 하얀 악마를.”
“그것이 인간이 나쁜 이유인가요?”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게 제일 나빠.”(156쪽)
이처럼, 동화는 우리의 설화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어’를 다시 살려내었으며, 병들어 가는 바다의 생명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어’도, 바다도, 인간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며, 우리로 하여금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인공 소녀의 모험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게 합니다. 바다가 겁나는 소녀가 바다 속에서 펼치는 모험을 통해, 모험심, 위기를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를 붙잡게도 해줍니다. 아울러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어린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러한 아름다운 가치들을 붙잡도록 합니다.
이제 무더위와 함께 물놀이 등으로 바다와 가까워지는 여름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 『인어 소녀』와 함께 바다의 소생을 꿈꾸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