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 ㅣ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황선미 지음, 박진아 그림, 이보연 상담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황선미 작가의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이라는 다소 흥미로운 제목의 동화를 만났습니다. 이 동화는 스콜라(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고 있는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시리즈 3번째 이야기입니다. 과연 제목 속에 등장하는 ‘김소연진아’란 이름의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함을 품고 동화를 펼쳐봅니다.

주인공 나는 이진아라는 아이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평가할 때, 부지런하며, 시키는 일은 곧잘 해 내는 편이고 성적도 나쁘지 않은 아이. 눈곱만큼은 지기 싫어하는 성질이 있는 아이. 하지만, 가장 큰 평가로는 소심한 아이입니다.

자신감 넘치는 아이를 닮고 싶어 하지만, 소심함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은 아이 진아는 어느 날 선생님으로부터 같은 반 김소연이란 아이의 도우미를 맡아 할 것을 부탁받습니다. 소연이는 겉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안으로는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입니다. 느리고 엉뚱하고 조용한 애이면서 언제나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같은 아이입니다. 진아에게 이런 소연이의 도우미를 맡으라는 선생님. 남들은 모르지만, 진아는 알고 있답니다. 이 역할이 원래는 반의 똑순이인 하나에게 맡겨진 것임을 말입니다. 하지만, 하나는 냉정하게 선생님의 요구에 거절해 버린 역할이라는 것을 진아는 압니다. 하지만, 진아는 선생님의 말씀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특히, ‘넌 착한 아이’라는 말 때문에라도 더욱 그렇습니다. 착한 아이가 선생님의 말씀을 거절하면 안 되니 말입니다.

맞습니다. 진아는 착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소연이의 도우미가 되면서 진아는 갈등하게 되고 고민하게 됩니다. 언젠가부터 ‘진아’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친구들에게도 진아는 그저, 소연이의 도우미일 뿐입니다. 소연이가 잘못하는 것까지 진아에게로 화살이 향해지기도 합니다. ‘진아’는 사라지고, ‘김소연진아’가 되어버린 겁니다.

진아는 정말 착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착함은 소심함 때문에 만들어진 성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소심함 때문에 착한 아이가 되어 버린 겁니다. 진아는 착한 아이답게 소연이를 잘 도와줍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로 인해 진아는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진아’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반 모든 아이가 함께 한 마음으로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도와야 할 텐데, 소연이 돕는 일은 마치 떠넘기듯 진아 혼자만의 차지가 되어버립니다.

진아는 점점 지치만 갑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소심함 때문에 더욱 곪아 갑니다. 과연 진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남을 돕는 것은 마땅해 해야 할 일임에 분명합니다. 타인을 위해 날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 역시 고귀한 가치며, 아름다운 모습임에 분명합니다. 반대로 마땅히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모습은 분명 눈살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며,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동화는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역시 필요함을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나를 위해 말입니다. 이기적인 존재가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강요되는 희생과 헌신으로 자칫 ‘나’를 잃어버리고 내가 병들 수 있음을 동화는 알려주는 겁니다.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때론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소중한 모습입니다.

또한 동화 속 풍경 속에서 진아가 소연이의 도우미가 되었다고 해서 그 짐을 모두 떠넘기는 반 아이들, 도리어 소연이의 문제까지 진아에게 추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답니다. ‘함께’ 돕는 손길이 아름답습니다. 동화는 이런 ‘함께’ 돕는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연스레 가르쳐줍니다.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시리즈, 다음 이야기 역시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