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리 씨, 어디 가세요?
곤도 나오코 지음, 에가시라 미치코 그림, 김버들 옮김 / 한림출판사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아카리 씨, 어디 가세요?란 제목의 동화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아카리 씨)로 인해 가족이 겪게 되는 일들, 그리고 할머니를 향한 가족의 사랑 등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다케시 네 집에 자꾸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동생의 빨간 구두가 냉장고 속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다케시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먹으라고 엄마가 싸놓은 도시락을 누군가 먹어 치우기도 합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 이게 무슨 일일까 싶습니다. 그러다 가족은 집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이 할머니인 아카리 씨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평소엔 파킨슨병으로 인해 움직이는데 어려움을 겪던 할머니인데, 치매를 앓게 되면서 이상한 힘을 발휘하여 평소에 할 수 없던 일들을 벌여놓곤 했던 겁니다. 이제 집에는 두 명의 아카리씨가 존재합니다. ‘평소의 아카리 씨’(파킨슨병으로 힘없는 할머니, 잘 움직일 수는 없지만 정신은 말짱한 할머니.)이상한 아카리 씨’(치매로 정신은 이상해지지만 묘한 힘을 발휘하여 밖으로 나가기도 하는 할머니.)입니다.

 

이렇게 문득 문득 이상한 아카리 씨가 튀어나오기 때문에 다케시 네 가족은 힘겨움을 겪게 됩니다. 과연 다케시 네 할머니 아카리 씨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요즘 치매에 대한 동화들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그만큼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겠죠. 가족 가운데 치매 환자가 생기게 되면, 다른 가족은 힘들어지게 마련입니다. 동화 아카리씨, 어디 가세요?는 이처럼 할머니의 치매로 인해 가족들이 겪게 되는 힘겨움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런 힘겨움을 무작정 견뎌내고 감내해야만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도 동화의 장점입니다. 무작정 가족이 희생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것만이 당연한 것처럼 말할 수 있는데, 이는 왠지 그 가정의 힘겨움을 바라보지 못하는 무신경함과 책임지지 못할 당위성만을 주장하는 무책임함으로 느껴져 불편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 이 동화는 그런 점에서 좋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버리듯 요양원으로 내모는 것 역시 아닙니다.

 

종종 이상한 아카리 씨가 튀어나와 가족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가족들은 할머니는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라 아픈 것뿐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픈 이에겐 의료진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함을 시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가족은 돌봄 서비스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죠. 처음엔 할머니의 증세에 따라 단기 체류하는 방식으로 가족과 기관을 오가며 할머니에 대한 기관의 치료와 가족의 돌봄을 병행하게 됩니다.

 

이런 지혜로운 선택이 돋보이는 동화입니다. 도덕적 강박을 가진 동화보다는 이처럼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선택을 하며, 그 가운데서도 가족 간의 사랑을 잃지 않고, 도리어 사랑이 깊어져가는 동화인 아카리 씨, 어디 가세요?, 치매를 주제로 한 동화 가운데 추천할만한 좋은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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