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된 아빠 아이앤북 창작동화 45
윤수천 지음, 에스더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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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된 아빠라는 다소 재미난 제목의 동화를 만났습니다. 어떻게 아빠가 기차가 될 수 있는 걸까요? 그 사연을 알게 되면, 재미난 동화가 아니라 먹먹함을 깔려 있는 동화란 것을 알게 됩니다. 동화는 할머니의 치매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줍니다.

 

지혜네 할머니가 언젠가부터 이상해졌습니다. 아빠를 괴롭히기 시작했거든요. 하루 종일 일한 후 퇴근한 아빠에게 업어 달라, 함께 놀자, 옛날이야기를 해 달라, 이런저런 주문을 하며 아빠를 괴롭힙니다. 그런 할머니에게 아빠는 전혀 귀찮아하지도 않고 할머니의 모든 요구를 들어줍니다. 문제는 할머니의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할머니의 증상으로 가족들은 점점 힘겨워하죠. 이런 가운데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자는 친척들의 의견도 있는데, 과연 지혜네 가족은 치매로 고생하는 할머니를 어떻게 할까요?

 

동화 제목처럼, 지혜네 아빠가 기차가 된 건,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수시로 아빠에게 업혀 기차놀이를 하자고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칙칙하면, 업힌 할머니는 폭폭하고 운을 맞춘답니다. 그래서 기차가 된 아빠인 거죠. 지혜네 아빠의 효심이 참 대단합니다.

  

  

가족 가운데 치매환자가 있을 때, 겪게 되는 고통은 어느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각 가정의 상황에 맞춰 합당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가정의 상황에 따라선 요양병원에 보내드리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고(안타깝게도 동화는 여기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 느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어느 가정에서는 힘겨운 순간들을 견뎌내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무엇이 옳다고만 주장할 순 없습니다. 쉽게 당사자들의 고통과 힘겨움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화 기차가 된 아빠의 초점은 치매로 인해 가족이 겪는 힘겨움조차 감내하며, 사랑으로 견뎌낸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가운데 잔잔한 감동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을 전해주는 건, 기꺼이 기차가 되어 치매 걸린 할머니를 위해 헌신하는 아빠의 모습입니다.

 

지혜야, 할머니는 이제 아기가 되신 거란다. 사람이 나이를 많이 먹으면 누구나 아기가 돼. 그러니 아기가 되신 할머니를 우리가 잘 보살펴 드려야지. 그게 자식 된 도리가 아니겠니?”(11)

우리 엄니가 나를 위해 평생 고생하셨는데, 이까짓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여보, 지혜야, 아빠 말 맞지?”(69)

 

치매 걸린 할머니를 등에 태우고 기꺼운 마음으로 달리는 아빠의 기차야말로 진정으로 가장 아름다운 기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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