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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황선미 지음 / 비룡소 / 2018년 6월
평점 :
동화작가 ‘황선미’란 이름은 동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보증수표나 다름없을 겁니다.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마당을 나온 암탉』을 모르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없다 할 정도로 유명합니다. 그런 동화작가 황선미 작가는 동화 뿐 아니라 청소년소설 역시 상당히 발표해왔습니다. 이번에 또 하나의 청소년소설을 발표했답니다. 바로 『엑시트』란 제목의 장편소설입니다.
소설은 한 순간 본능에 충실했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잉태, 출산하여 미혼모의 신세가 된 장미가 주인공입니다. 이제 열일곱인 장미는 아직 출생신고도 하지 않아 정식 이름도 없는 아이 하티와 함께 친구 진주의 지하방에서 신세를 지며 살고 있습니다. 낮엔 사진관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돈을 벌지만, 장미의 신세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는 이미 이전에 장미 곁을 떠나 생존 여부도 알지 못하며, 그동안 할머니와 살다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고모에게 의탁했던 아이 장미. 이제는 오갈 데 없이 아기를 키워야만 하는 열일곱 살 미혼모 장미. 장미가 그려나가는 인생의 그림은 너무나 어둡고 암담하기만 합니다.
꽉 막혀 희망이라곤 상상할 수도 없는 절망뿐인 삶. 막다른 골목에 몰려 허덕이며 버텨내는 장미의 모습이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함께 절망하게 합니다. 어쩌면, 끝끝내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이 모습이야말로 소설 『엑시트』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소설 속 풍경이 현실인 아이들 역시 없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소설을 보며, 현실 속에 장미처럼 던져진 수많은 청춘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아파하게 됩니다.
소설을 읽으며, 황선미란 이름이 괜한 허명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끝내 절망하고 포기할 이유가 차고도 넘치는 상황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무엇보다 아이와의 끈을 놓지 않는 그 모습이 먹먹한 가슴을 눈물로 적십니다.
하지만, 절망만이 소설의 힘은 아닙니다. 사면을 둘러봐도 희망이라곤 찾을 수 없는 절망의 땅에서 신음하는 장미, 그 장미를 보듬어 안아주는 가슴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관계라곤 자신의 젊은 시절 아이를 입양 보냈다는 한을 가진 가슴이라는 것이 연관성을 부여합니다. 사실 소설은 이러한 입양을 커다란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아주머니가 장미를 안아주기 때문입니다. 절망의 땅에서도 희망의 싹이 틔워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문학이 품고 있는 힘이 아닐까요?
탈출구라곤 전혀 없는 이 땅의 수많은 장미에게도 이처럼 보듬어 안는 가슴, 진정한 탈출구가 존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