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나미키 순스케는 아들 쇼타 입시를 위한 몇몇 가정의 합숙교육프로그램을 위해 호숫가 별장을 찾는다. 이곳엔 중학교 입시를 앞둔 아들을 둔 4가정이 모였다. 두 개의 별장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이 합숙하며 공부하는 곳으로, 또 한 곳은 부모들이 쉬는 곳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곳 분위기가 묘하다. 무엇보다 부모들 간에 느껴지는 분위기는 끈적끈적한 분위기. 뭔가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들이 형성되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이런 분위기는 처음부터 계속하여 유지한다. 작가가 소설의 전체적 분위기를 암시하며 그 메시지 가운데 하나임을 밝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독자를 속이는 트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 모임과는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교육관에 있어 다른 부모들과는 다소 다르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다름 아닌 아내의 외도 그 흔적을 잡아내기 위한 것.

 

이런 별장에 의외의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주인공 회사 여직원 다카시나 에리코. 주인공 순스케가 꼭 봐야할 서류를 가지고 왔다는 에리코는 실은 순스케의 은밀한 연인이다. 게다가 에리코는 순스케의 의뢰로 순스케의 아내 미나코의 불륜을 추적하던 중이다. 그런 그녀가 호숫가 별장을 찾아왔고, 살해되었다. 다름 아닌 주인공의 부인 미나코에 의해. 이에 주인공은 이 일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말린다. 더 나아가 미니코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유기하려 한다. 마치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과연 이들은 왜 미나코의 살인을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은폐하려 하는 걸까?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2년 작품인 호숫가 살인사건은 이처럼 호숫가 별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인해 시체를 유기하는 과정. 그리고 살인을 은폐하려는 이들의 모습 위주로 소설은 진행된다. 그러면서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이 무엇인지를 추리해나간다.

 

소설은 본격추리소설과 사회파 추리소설이 결합된 형태다.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은 본격추리소설의 모습 그것이다(솔직히 조금은 따분하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통해 작가가 말하려는 건 과도한 입시열풍의 어두운 그늘에 대한 고발이다. 그렇기에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모두 자녀를 명문사립중학교에 보내려 안달하는 중산층 부류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부와 사회적 지위를 자녀들이 잇게 되길 원한다. 그 일을 위해 무엇보다 명문 사립중학교에 입학해야 한다. 마치 그것이 자녀들 앞에 놓인 시대적 사명인양 말이다. 이에 자녀들은 고달프다. 초등학생의 활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자녀들의 모습이 그것을 증명한다.

 

게다가 부모 역시 이 일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고 행한다. 사립중학교 관계자들에게 금전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학부모의 성을 제공한다. 이런 일이 이들 학부모 부부들 간에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이왕 버린 몸이란 인식은 학부모간의 자유로운 성으로 나아가려 한다.

 

소설은 끝내 호숫가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밝히진 않는다. 단지, 암시할 뿐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되며, 주인공이 생각하는 것은 자녀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가정의 유지와 회복이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어그러진 교육열과 후원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화목한 가정 그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자녀의 진로를 부모 마음대로 정해놓고, 그 길로 내몰며, 온갖 고액 과외를 하는 것이 부모의 사명이라 생각하는 그 어그러진 교육열은 일본이나 우리나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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