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는 어느 날 옛 애인 사야카에게서 연락을 받게 된다.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 것이라 여겼던 사야카에겐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고민이 있다는 것. 그건 자신은 딸을 사랑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육이란 미명하에 딸을 학대하고, 그런 자신이 딸에게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라 고민하는 것. 이런 자신의 문제는 잃어버린 기억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단다. 사야카는 초등학교 이전의 기억이 하나도 없단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 속에서 발견된 어느 산속의 집 지도와 열쇠, 그 집에 어떤 실마리가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함께 동행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에 주인공 는 옛 애인과 함께 의문의 집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발견한 어느 소년의 일기, 그리고 몇몇 단서들을 통해, 사야카의 잃어버린 기억으로 접근하게 된다. 과연 사야카는 어떤 기억을 잃어버렸던 걸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옛날에 내가 죽은 집1994년 작품으로 작가의 초창기 작품 가운데 하나인데 읽어보니 작가의 수작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싶다. 주인공 와 옛 애인 사야카가 찾은 의문의 집, 그곳에서 발견한 어느 소년의 일기장. 일기장을 읽어가는 가운데, 소년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이 집은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인지를 추리해 나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야카의 잃어버린 기억그 이면에 담겨진 진실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되는 추리 과정.

 

무엇보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란 제목이 품고 있는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한 가운데 소설에 몰입하게 된다. 소설은 의문의 집이 갖는 묘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호러의 느낌도 갖게 한다(작가는 일부러 이런 느낌을 갖도록 몇몇 문장에서 작업을 건다.). 등장인물이라곤 단 두 사람뿐이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 역시 어느 의문의 집 안이 거의 대부분이고, 시간 역시 그곳에서의 하룻밤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전혀 지루할 새가 없다. 적은 등장인물, 한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감에도 그 추리의 과정에 독자는 오롯이 몰입하고 만다.

 

단 하룻밤이라는 시간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고, 오직 일기장, 그리고 몇몇 편지, 그리고 집에 남겨진 몇몇 단서들만으로 진실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전개가 본격추리소설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

 

이처럼 본격추리소설의 진수를 느끼게 할뿐더러 아동학대, 아동성폭력이라는 다소 무거운 사회적 주제까지 곁들인 소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가운데 강추할 만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카하시 가쓰히코의 단편소설집 붉은 기억을 읽은 뒤에 연달아 읽은 작품이라 더욱 기묘한 느낌을 가졌다. 마치 다카하시 가쓰히코의 단편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다른 작가를 통해, 장편으로 늘어나 눈앞에 펼쳐진 듯한 기억을 찾아가는 동일한 작업이 괜스레 소름을 오소소 돋게 만든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책읽기였지만, 다카하시 가쓰히코의 붉은 기억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을 연달아 읽은 것은 나에겐 소소한 행운이란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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