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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이브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평점 :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벌어질 살인사건에 대비해 파견된 형사 닛타 고스케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호텔리어의 모습을 너무나도 멋지게 보여준 나오미. 이 둘의 캐미가 돋보였던 소설이 『매스커레이드 호텔』다. 그 후속작품이 이 책 『매스커레이드 이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라는 기대감을 모았던 작품이 바로 이 책 『매스커레이드 이브』이다.
이 책은 4편의 연작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는 4편의 이야기들. 그러니 단편소설집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마지막 「매스커레이드 이브」의 경우는 단편이라 부르기엔 분량이 제법 길어 중편이라 말해야겠지만 말이다.
먼저, 이번 책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매스커레이드 호텔』 다음 작품이지만, 소설 속 시기적 배경은 오히려 그 이전이다. 아직 호텔리어로서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새내기 직원 나오미를 첫 번째 이야기 「가면도 제각각」을 통해 만나게 되고. 두 번째 이야기 「루키 형사의 등장」은 엘리트 교육을 받은 형사이지만, 아직은 풋내기인 닛타 고스케 형사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첫 번째 이야기는 나오미의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닛타 형사의 이야기다. 그것도 둘의 초년병의 시절 이야기이다. 이제 다시 세 번째 이야기 「가면과 복면」은 나오미의 이야기이며, 마지막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닛타와 나오미가 모두 등장한다. 소설 속에선 아직 닛타와 나오미는 서로를 만나지도 않고, 서로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고 끝나지만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둘이 함께 소설 속에 등장한다.
아무래도 소설을 통해 생각하게 되는 건, ‘모든 인간은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우린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쓸 수도 있고, 자신을 숨기기 위해 쓸 수도 있다. 추악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기도 하고. 어떤 모양이든 우린 크고 작은 다양한 가면을 쓰게 마련이다.
이런 가면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개의 접근이 소설 속에 존재한다. 형사는 이 가면을 벗기고 그 안에 감춰진 추악한 진실을 밝혀내려 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호텔맨은 이 가면을 모른 척 지켜주어야 하는 직업이다. 호텔을 찾은 고객이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나오미는 어떤 입장일까? 호텔리어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진 나오미는 당연하게도 언제나 가면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호텔맨은 고객의 가면을 벗기려고 해서는 안 돼.”
“가면?”
“설령 그 가면이 지독히 조잡해서 민낯이 훤히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54쪽)
아무리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라도 그게 호텔 손님이라면 그들이 쓰고 있는 가면을 지켜주는 게 호텔맨의 임무인 것이다.(336쪽)
하지만, 그런 나오미에겐 혼자만의 비밀스런 취미가 있다. 고객들의 가면을 벗겨내지 않고 지켜주려는 의무감 이면엔 그 고객들의 민낯을 추리하고 상상하는 혼자만의 취미가 말이다. 그리고 이런 나오미의 추리력을 통해, 소설은 정통 추리소설로서 빛을 낸다. 여기에 엘리트 형사 닛타 형사의 번뜩이는 추리력이 합쳐진 소설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정통 추리소설이다. 4편 모두 재미나다. 가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회파 미스터리의 무거움은 책에서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다. 정통 추리소설의 재미를 물씬 느낄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작가가 선물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리즈가 2권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책으로 계속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