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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바람 불 적에 ㅣ 리틀씨앤톡 고학년 동화 2
최유정 지음, 김태현 그림 / 리틀씨앤톡 / 2018년 4월
평점 :
최유정 작가의 신작역사동화 『녹두꽃 바람 불 적에』는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 이 동화를 구상하고 썼다고 합니다. 작은 촛불 하나하나가 모아져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던 것처럼, 차별받고 착취당하며 힘겹게 신음하던 민중들이 일어나 외쳤던 역사의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동화로 담아낸 겁니다.
동화 속엔 사회 부조리로 인해 신음하는 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욱이는 백정의 아들입니다. 여동생 갓난이와도 헤어져 혈혈단신 고아가 되어 떠도는 인생입니다. 아버지는 억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백정이기에 하층민들이 써야 하는 평량갓을 써야만 했는데, 평량갓을 쓰고 나가면 꼬맹이들마저 조롱하고 놀리기 일쑤입니다. 그래, 왜 자신들은 같은 갓을 쓰지 못하고 차별된 갓을 써야만 하냐고 어느 날 평량갓을 내 던지고 일반 백성들이 쓰는 갓을 쓰고 나갔다가 못된 양반에게 맞아 죽게 됩니다. 사랑하는 여동생은 양반에게 끌려가 어디론가 노비로 팔려갔고요.

욱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소녀 순이 역시 기구한 운명의 소녀입니다. 순이 부모님은 환곡미를 빌렸다가 다 갚았는데도 관리들이 갚지 않았다는 문서를 들이밀었답니다. 이자는 쌓이고 결국 갚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동학꾼이라며 맞아 죽게 되었답니다. 순이만 간신히 주변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부모의 빚 대신 순이는 노비로 팔려갈 운명이랍니다.
이렇게 억울한 신음소리가 가득한 세상. 이제 그 신음소리는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외침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 외침은 동학농민운동을 통해 더욱 퍼져나가게 되고요.
못된 거지대장 막돌이의 손아귀에서 도둑질을 해야만 했던 욱이는 보부상 아재의 도움으로 달아나게 됩니다. 그리고 아재에게서 장사하는 방법, 장부 정리하는 방법 등을 배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이 마을에 어느 날 막돌이가 등장합니다. 추노의 끄나풀이 되어 동학꾼의 도망간 딸을 잡기 위해서라는데, 아무래도 순이를 잡아가려는 겁니다. 또다시 막돌이의 손아귀에 붙잡힌 욱이는 순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 마을에 아기장군이라고도 불리는 녹두장군이 숨어들어 왔는데, 그 일에 욱이가 관여하게 됩니다. 추노꾼들은 녹두장군도 붙잡으려 하거든요. 과연 욱이는 아기장군, 그리고 그를 돕는 많은 이들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세상에 천한 일이 어디 있고 천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 천하고 귀한 것을 정한 건 사람이란다. 사람이 사람을 업신여기고 이용하기 위해 위아래를 정한 것이지. 하늘 아래 땅 위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다 귀하고 소중하단다.(112쪽)
동화를 통해, 이처럼 모두는 다 귀하고 소중하다는 정신을 배우게 됩니다. 동화의 배경은 전라북도 고창의 무장이란 곳입니다. 동학 농민군은 1894년 3월 20일, 무장에서 창의문을 선포하기로 결의했다고 합니다. 관군들에게 쫓기던 녹두장군이 창의문 선포 대회를 위해 무장 근처 작은 마을에 숨어든 겁니다. 바로 동화 속 욱이가 있는 마을입니다.
동화를 읽은 후, 자연스레 무장이란 곳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이 무장이란 곳을 몇 차례 다녀온 적이 있거든요. 무장읍성 자리를 거닐 때였습니다. 당시엔 한창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그래서 붉은 황토가 드러나도록 파헤쳐진 곳이 많았답니다. 그렇게 파헤쳐진 곳들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봄볕이 따스할 때였는데, 공터마다 광대나물이라는 풀로 가득 뒤덮여 있었거든요. 흔히 잡초라 말하는 풀이지만, 이 풀꽃들이 모여 피어난 풍경은 참 예뻤답니다. 특히, 이 꽃들의 매력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다는 거죠. 마치 뭔가를 외치듯 입을 벌린 모양으로 말입니다.
동화 『녹두꽃 바람 불 적에』를 읽으며, 왜 무장이란 곳을 생각하면 광대나물이 잔뜩 모여 피어 있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지를 알게 되었답니다.
잡초라고 불리는 풀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예쁜 풀꽃. 결코 잡초라고 무시할 수 없는 그런 모습. 게다가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고 뭔가를 외치는 모습. 마치 124년 전 그 땅에서 수많은 농민들이 외쳤던 그 입들 풀꽃으로 피어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딸아이와 함께 전북 고창, 정읍 등지를 한 번 다녀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