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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심강우 지음 / 문이당 / 2018년 4월
평점 :
작가의 수상 경력이 이채롭다. 동화로 신춘문예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 월간문학 시 부분 신인작품상 당선, 눈높이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당선, 등 동화, 동시, 시, 소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수상한 경력을 가진 작가.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인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이란 단행본을 만나게 되었다.
소설집엔 모두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경상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적인 「늪」을 포함한 10편의 단편.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은 끔찍한 재난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 인간성을 말하는 재난소설이다. 「연기의 고수」라는 작품은 어쩐지 추리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마지막 작품인 「2172 리바이어던」은 SF소설이다(이 소설 역시 주제는 무겁다.).
등장하는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직업 역시 다양하다. 교수, 시간강사, 연기자 지망생, 성인 전화방에서 일하는 전화상담원, 모텔에서 일하며 몰카를 촬영해 판매하는 새터민, 커플 매니저, 선박 해체 단순 노동자, 고독사한 시신을 처리하는 유품정리업체 직원, 애인역할 하객 등을 대행하는 대행업체 알바생, 이처럼 참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한다. 몇을 제외하곤 평상적으로 생각하기 쉽지 않는 직업군이다. 이런 직업군에서 상상할 수 있듯 이들을 통해 써나가는 이야기들은 모두 어둡고 아프다. 아니 어떤 작품들은 어둡고 아프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처절하고 절망적인 삶의 자리를 엿보게 되는 작품도 만나게 된다.
10편의 단편이 모두 각자의 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공통된 느낌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암울하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는 삶의 밑바닥 위에 이야기가 펼쳐진다. 때론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삶의 자리에서 좌절한다. 절망 속에 함몰된다. 소설은 모두 공통되게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묘하게 희망을 품게 한다. 왜? 어쩌면 소설 속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역설적이게도 미래에 대한 전망이 제로가 되었기에 평화가 온 것이다.(「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57쪽)
달라질 게 없어도,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그래도 가슴이 뻥 뚫리도록 달려 보는 거야. 잃을 게 더 뭐 있겠어.(「늪」, 135쪽)
마치 삶의 밑바닥에서 신을 체험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잃을 게 더 없는 인생,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구멍에 놓인 인생이지만, “출구를 향해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이가 있고(「구멍의 기원」), “그래도 버텨야 해.” 중얼거리며 다리에 힘을 주고 허리를 펴는 인생이 있기에(「메두사의 뗏목」) 절망 속에 담긴 희망을 보게 된다.
몇몇 작품은 그 절망의 무게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제일 재미나게 읽은 건, 「연기의 고수」이다. 개인적으론 이런 풍의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작가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