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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눈 April Snow ㅣ K-픽션 21
손원평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4월
평점 :
『아몬드』로 잘 알려진 손원평 작가의 단편을 만났다. 아시아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K-픽션 시리즈> 21번째 책으로 말이다. <K-픽션 시리즈>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단편을 단행본으로 만난다는 점이다. 여러 단편들을 한 권의 책에서 함께 만나는 즐거움도 좋지만, 하나의 단편만을 오롯이 만나는 즐거움도 특별하다. <K-픽션 시리즈>는 이런 즐거움을 선사한다.
제목이 『4월의 눈』이다. 4월에 웬 눈? 작가는 ‘특별하지만 가능한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말한다. 그렇다. 4월의 눈은 특별하지만 불가능한 게 아니다(요즘엔 5월에도 눈이 오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특별하지만 가능한 어떤 것’은 무엇일까? 예기치 않게 우리의 삶을 찾아와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도 하는 어떤 것들을 말하지 않을까? 원치 않는 것이지만, 우리 삶에 이런 것들이 결코 찾아오지 말란 법은 없다. 아니 어쩌면 누구나 다 다양한 모양의 ‘특별하지만 가능한 어떤 것’들을 인생 가운데 만나게 되고 이로 인해 힘겨워하고 흔들리게 마련이다.
소설 속 주인공 부부는 이런 것으로 인해 흔들린다.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다 결국엔 파경으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다. 누구나 아픔이 찾아온다. 소설 속 부부를 찾아온 마리가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리는 애초에 1월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4월에 찾아왔다. 그 이유는 뭘까? 왜 1월엔 올 수 없었을까? 소설은 그 원인을 암시한다.
“핀란드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나요?”
“그럼요, 아주 흔한 일이죠. 사실 그런 건,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랍니다.”(69쪽)
이 대화는 술에 취한 취객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이어 진행되는 대화다. 하지만, ‘그런 일’이 그저 술 먹고 고성방가 하는 모습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게다. 소설 속 부부의 삶을 뒤흔든 ‘그런 일’이며, 마리로 하여금 1월에 올 수 없도록 만든 뭔가 슬픈 그 ‘일’이다. 이런 일은 분명 특별한 일이지만 가능한 누구나 인생 가운데 만날 수 있는 일들이다.
마리는 산타의 마을에서 산다. 일상이 크리스마스가 되는 마을. 산타가 존재하는 마을. 하지만, 그런 그 마을에도 예기치 않은 어떤 아픔은 흔한 것이 되어버리고, 일어나게 마련이다.
내 삶 속에도 이런 것들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 역시 흔들리고 아파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견뎌내고, 결국엔 다시 단단해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