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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ㅣ 이마주 창작동화
안느 방탈 지음, 유경화 그림, 이정주 옮김,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8년 4월
평점 :
동화 『하지만...』의 주인공 ‘나’(발랑탱)는 자폐아입니다. 남들과 다릅니다. 이 다름을 부모님은 ‘특별’하다고 표현합니다. 이 특별함은 구분 짓기 위한 특별함이 아닙니다. 이 특별함은 자신들의 아이를 축복의 선물이라 고백하는 특별함입니다. 자신들의 아이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특별함입니다.
동화 속에서 이런 ‘나’의 특별함을 독자 역시 발견하게 됩니다. 이 특별함 때문에 때론 마음이 아름다워지고 맑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론 이 특별함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합니다.
‘나’는 지금은 혼자 힘으로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여느 날처럼 혼자 등교하던 ‘나’는 길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합니다. 조금 전 버스에 올랐던 노란 비옷을 입은 아줌마가 떨어뜨린 게 분명합니다. 이때부터 ‘나’의 고민과 갈등이 시작됩니다. 지갑을 주워야 할지, 시간에 맞춰 그냥 학교로 가야 할지. 지갑 속을 열어봐도 될지, 아님 그냥 놔둬야 할지. 이런 고민 속에서 ‘하지만’이 반복됩니다.

‘나’는 지갑으로 인해 평소 부모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되는데, ‘하지만’이 뒤 따릅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평소 말씀과 다소 상반된 행동을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하지만’은 상반된 행동이 아니라, 부모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따르는 선택이 됩니다. 이렇게 ‘나’는 지갑 주인을 되찾아 주기 위해 도시를 헤맵니다. 혼자의 힘으로 등하교를 하는 것만으로도 큰일이라 생각되는 ‘나’의 이런 하루 동안의 아름다운 방황을 동화는 그려내고 있습니다.
분명 동화 속 ‘나’는 또래 아이들과 다릅니다. 그렇기에 생각도, 행동도 차이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모습은 혹여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의 모든 선택은 바릅니다. 선한 의도에서 시작된 선택입니다. 그렇기에 ‘나’의 걸음걸음, 선택이 동화를 읽는 내내 마음을 맑게 해줍니다.

평범한 아이였다면 쉽게 해결할 문제도 ‘나’에겐 어려운 문제가 됩니다. 아무런 문제 될게 없는 상황마저 ‘나’에겐 조마조마한 위기가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세상의 수많은 ‘발랑탱’의 어려움과 힘겨움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동화 속 ‘나’에겐 편견 없이 돕는 아멜리 누나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동화를 읽는 우리들은 어떤 모습인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여전히 수많은 편견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모습, 때론 오히려 그들을 힘들게 하는 모습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주인공 ‘나’ 발랑탱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나’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발랑탱이 ‘특별’하기 때문이랍니다. 아니, 이것 역시 변명거리에 불과합니다. 실제 교장이 전학을 주장하는 건,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귀찮은 일들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단지 자신에게 귀찮은 일이 생길까 한 영혼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사람, 과연 이런 사람을 우린 어떻게 봐야 할까요?
동화 속에서 ‘나’는 생각합니다. 교장선생님은 결코 나쁜 분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단지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귀찮은 일이 생길까 한 맑은 영혼에게 상처 입히는 것은 생각지 않는 결정, 행동이라면 분명 나쁜 것 아닐까요?
물론 동화 속 교장 선생님을 욕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오늘 삶 속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 하는 겁니다. 장애인 학교가 들어선다고 집단 데모하는 이들의 모습이 우리에게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이게 문제 아닐까요? 그런 모습들이 엄청나게 낯선 모습이 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 아닐까요? 비록 우리의 모습은 아직은 그런 모습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전혀 차별받지 않는 사회, 함께 어우러짐이 어색하거나 낯설게 여겨지지 않는 사회를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