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헤드 철도 네트워크 제국 1
필립 리브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한 SF소설들은 특별한 기대감을 품게 하곤 한다. 아마도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더해져서가 아닐까?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한 SF소설의 경우, 기대감을 품고 읽기 시작했는데, 지루하게 느껴진 작품들이 적지 않다. 솔직히 평이 좋은 작품들 가운데서도 이런 지루함 때문에 실망한 경험이 적지 않다. 혹 작가는 소설을 쓰는 건지, 과학서적을 쓰는 건지를 착각한 건 아닐까 싶은 그런 작품들이 없지 않다. 우주공간에 대한 과도한 설명이 친절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소설의 재미를 앗아가는 그런 작품들 말이다.

 

여기 또 하나의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 SF소설이 있다. 금번 가람어린이에서 번역 출간된 필립 리브 라는 작가의 철도 네트워크 제국이란 책 1레일 헤드. 과연 이 책은 어떤 느낌일까, 기대와 설렘을 안고 책장을 펼쳐든다. 이번엔 진짜다. 지루할 새 없이 처음부터 빠져들게 만든다.

 

무엇보다 소설은 우주공간에서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적 근거를 대려는 욕심이 없다. 그저 상상이 펼쳐진다. 물론, 이런 상상이 실현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어쩌면 작가에겐 이런 상상이 실현될 수 있는 과학적 가능성 자체에 관심이 없겠지만 말이다.

 

시대적 배경은 아주 아주 먼 미래다. 지구인들이 미래에 정착해서 살게 된 지 이미 수천 년이 지난 먼 미래. 그 시대의 행성과 행성간의 이동은 오로지 기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K-열차들. 이들은 K-게이트를 통해 서로 연결된 행성으로 순간 이동을 한다. 그렇기에 우주선으로 몇 년이 걸려 이동할 행성 역시 순식간에 이동한다. 물론, 아무 곳으로나 이 여행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K-게이트로 연결된 철도 네트워크 제국의 철도 시스템 안에서 K-철도로만 가능하다. 천 개 가까이 연결된 K-게이트를 통한 우주여행(이렇게 만들어진 K-게이트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니 소설 속 세계에는 만들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행성과 행성 사이를 연결하는 이런 철도 네트워크 시스템이란 설정이 우선 대단히 흥미롭다.

 

소설은 이런 철도 여행을 사랑하는 레일 헤드 중 한 사람인 젠 스탈링이 도둑질을 하다 걸리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 주인공 젠 스탈링은 도둑이다. 좀도둑에 불과한. 그런 젠이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젠을 쫓는 자들이 있다. 철도 네트워크 제국의 치안을 담당하는 레일 포스 소속 말릭 대위와 레이븐이란 의문의 사람이 말이다.

 

젠은 레이븐의 요구에 의해 황제의 혈족인 눈 가문의 일원으로 위장하고 엄청난 도둑질을 계획한다(사실 엄밀히 말하면 젠은 황족이다. 여태 젠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말이다.). 과연 그 도둑질은 성공할 수 있을까? 또한 그 결과는 어떤 파장을 가져올까? 젠이 훔치려는 물건은 과연 무엇이며 그 물건의 효용은? 과연 레이븐은 젠이 훔친 물건으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사실, 젠이 훔치려는 물건, 픽시스라 불리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 물건에는 소설 속 세계관에 대한 비밀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물건을 회수하려는 자, 이 물건을 사용하려는 자의 서로 다른 의도가 여기에 더해지며 소설은 더욱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친다.

 

소설 속 세계관에서 철도 네트워크 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존재가 있다. 그건 가디언이란 존재들. 이들은 한 마디로 인공지능인데, 엄청난 빅 데이터를 가진 존재들로 인류를 지배하는 신적 존재로 인지된다. 인류를 지키는 자들, 수호신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이들에겐 또 다른 진면목이 있음을 소설은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그 시스템이 정체되어 있을 때, 부패할 수밖에 없음을 이 가디언의 존재들을 통해 작가는 경고한다. 젠이 오해하던 레이븐은 사실 이런 정체된 세계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자다.

 

하나의 시스템이든 아니면 창조물이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낡고 부패해서 제 무게도 이기지 못할 정도가 되는데,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꾸는 것밖에 없다.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거지. 두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란다.(441)

 

이렇게 낡고 정체되어 부패한 세계에 새로운 변화를 위해 두려움을 떨쳐내며 나아가는 주인공 젠의 행보가 독자를 가슴 뛰게 만든다. 길들여지지 않은 반항아이자 위대한 모험가인 젠, 그리고 로봇이지만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을 사랑하게 된 노바. 이 둘이 함께 헤쳐 나갈 새로운 모험이 2권에서도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