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서, 조선을 말하다 - 혼란과 저항의 조선사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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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병서, 조선을 말하다의 저자 최형국 선생을 알게 된 건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를 통해서였다.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는 사극 속에서 발견되는 무기와 관련된 역사적 오류를 알려주며, 우리의 전통 무기들에 대해 쉽고 흥미롭게 접근하던 책이었던 기억이다. 이처럼 무기에 대한 책에 이어, 이번에 발표한 책 병서, 조선을 말하다는 말 그대로 병서(兵書)’에 대한 책이다. 저자의 일관된 관심과 연구가 또 하나의 좋은 결과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조선시대를 떠올리면 흔히 생각하게 되는 건, 무보다는 문을 높게 평가하고, 그나마 무의 수준 역시 일천하여 여기저기 이웃나라들에게 쥐어터지기만 하는 역사를 떠올리기가 쉽다. 그런데, 이 책 병서, 조선을 말하다를 통해, 조선이란 나라가 나라를 지켜내는 군대를 위해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병서를 통해 조선시대를 살펴보게 해준다. 조선시대의 주요 병서들을 연대기적 순서로 소개함으로 병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뿐 아니라, 이러한 병서를 잉태한 자리인 당시 시대상 역시 이야기한다. 그러니, 이 책은 조선시대의 다양한 병서들에 대해 이야기할뿐더러, 이러한 병서를 통해 역사 역시 살펴보고 있다. ‘병서라는 매개를 통해, 조선시대가 세워지던 시기부터 시작하여 임진왜란의 혼란을 통과하여 다시 나라를 일으켜 세우던 시기, 그리고 몰락한 조선과 일제강점기까지, 조선시대를 연대기적으로 책은 개괄하고 있다.

 

병서를 통해 조선시대를 이야기하는 이런 접근이 특별하면서도 흥미롭다. 저자는 말한다. “병서는 당대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병서에는 군사에 대해서만 아니라 그들과 연결된 백성의 모습이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들으니, 병서로 조선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조선의 병서들을 이야기하며, 그 첫 시작은 조선을 세운 정도전에 대한 이야기다. ? 병서를 말하며, 웬 정도전? 그런데, 그 정도전이 병서를 썼다. 바로 진법이란 병서를. 이런 점도 흥미로웠다. 절대권력을 꿈꾸던 태종은 정도전의 진법을 발전시킨 진도지법을 편찬했으며, 뒤를 이은 세종 역시 전쟁의 역사를 기록한 역대병요를 썼다고 한다. 역대병요가 조선의 전쟁보다는 중국의전생사를 주로 다루고 있기에, 이런 한계를 극복하여 세종의 뒤를 이은 문종은 조선의 전쟁사를 다룬 동국병감이 펴냈으며, 특히, 문종 시대에는 오위진법이라는 병서를 펴냈는데, 이는 임진왜란까지 조선군의 핵심적 전략전술서였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에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워가면서 아울러 관심을 쏟았던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병서임을 알게 해준다.

 

재미난 사실은 세종 시대에도, 문종 시대에도 이 병서를 실질적으로 맡아 진행한 사람이 수양대군, 후에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좌에 오른 세조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수양대군은 단순히 힘을 가지고 있던 왕자만이 아닌 군을 이끌어가는 모든 부분의 전문가였다는 사실이 어쩌면 그의 쿠데타가 필연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그의 쿠데타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말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병서들을 살펴보다 보면, 임진왜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임진왜란 이전 조선이 군대를 운영하고 전쟁을 준비하는 일이 전무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 잘 준비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완전 엉터리였다고 말하는 것 역시 어쩌면 왜곡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름 군대를 준비하고 있었음에도 왜의 침략에 그토록 무력한 대응을 했던 숨겨진 또 하나의 이유를 병서의 내용들을 보면서 알게 된다. 그건 바로 나름 준비했지만, 그럼에도 그 준비는 북방 민족들에 대한 대비였다는 사실이다. 임진왜란 이전까지 만들어진 병서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군대 자체가 북방민족을 대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이처럼, 병서를 통해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는 작업은 흥미롭다.

 

병서라는 한 가지 주제로 조선을 쭉 훑을 수 있는 책, 병서, 조선을 말하다는 대단히 신선하고 흥미로우며 조선의 역사에 대해 또 다른 의미의 시각을 보완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이런 작업이 다음엔 또 어떤 흥미로운 결과물로 찾아오게 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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