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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대략 30편쯤 읽었다. 이쯤이면 열혈 마니아는 아니더라도, 제법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이리라. 하지만, 여전히 작가의 책은 읽은 것보다 읽지 않은 작품이 더 많다. 그만큼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유명한 작가. 내가 읽은 그의 여러 작품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무래도 『용의자 X의 헌신』이 아닐까 싶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된 작품. 그래서 그 작품을 가장 아름다운 추리소설이라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용의자 X의 헌신』의 명성을 훌쩍 뛰어넘은 작품이 있다. 바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전 세계에서 1000만부 이상이 팔렸다는 작품. 그 유명한 작품을 이제야 읽었다. 역시 왜 그리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를 알게 된다. 『용의자 X의 헌신』이 가장 아름다운 추리소설이라면, 『나미야 자화점의 기적』은 가장 따스한 추리소설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은 세 명의 청년, 삼류 좀도둑들이 도둑질을 하고, 도망치다 어느 낡은 건물에 숨어들면서 시작된다. ‘나미야 잡화점’이란 낡은 간판의 폐가.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려던 차, 누군가 건물에 편지 한 통을 집어넣으면서 세 명의 삼류 좀도둑 청년들은 신비한 일에 말려들게 된다.
그곳 ‘나미야 잡화점’은 오래 전 고민을 상담해주던 것으로 제법 유명한 건물이었다. 그런데, 이미 그 일은 33년이나 지난 오래전의 일인데, 고민을 상담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과거에서 온 상담편지. 이에 세 청년은 그 편지에 답을 보내기 시작한다. 과거의 상담자에게.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된 세 청년의 편지 상담은 놀랍게도 시간을 초월하여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한다. 개인의 역사이지만, 청년들은 누군가의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게 된 것이다. 아울러 그 수레바퀴에 자신들 역시 올라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진 걸까?
소설은 다섯 편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별개의 내용이라 말할 수 있을 각각의 고민과 그에 대한 상담편지들. 하지만, 이들 이야기는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을 중심으로 연결된다. 사실, 이 작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가운데서도 아주 묘한 느낌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본격추리소설도, 그렇다고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분류하기에도 꺼려지는 내용. 어쩌면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판타지소설이라 불러야 맞을 것 같은 내용. 그런데, 소설을 덮으면서 역시 추리소설이 맞겠다 싶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섯 개의 이야기가 어떻게 서로 꼬리를 물며 맞춰지는 지를 추리하게 되니까.
누군가 내 고민을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할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건 커다란 행복임에 분명하다. 나미야 잡화점은 그런 곳이다. 그래서 따스하다. 판타지적 요소로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편지를 통한 고민과 상담이 놀라운 치유와 회복을 만들어 갈뿐더러, 누군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오늘날 많은 독자들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열광하는 이유는 나의 고민을 들어줄 상대가 없기 때문은 아닌지? 내 고민을 함께 할 누군가를 우린 여전히 찾고 있기 때문은 아닐지.
소설을 읽은 후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편지. 그 편지에 대한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는 나와는 상관없는 조언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그 상담은 나에게 되돌아와 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특히, 이들 삼류 도둑들, 세 청년들의 외도인 고민상담이 그렇다. 내가 행한 작은 일이 결국에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됨을 생각할 때, 오늘의 삶이 더욱 겸허해지고, 옷깃을 여미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데는 뭔가 특별한 것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