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할머니 집 - 제10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2019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2019 한책 하나 구미운동 올해의 책, 2018 공주시 한 도시 한 권 읽기 올해의 책, 2018 세종도서 문학나눔 웅진책마을 90
강경숙 지음, 이나래 그림 / 웅진주니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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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에 살면서 버스를 타고 오가며 시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답니다(당시에는 국민학교였죠.). 보통은 친구와 함께 둘이 다녔지만, 어느 날 형들과 함께 돌아오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친구네 형과 우리 형 역시 같은 학년으로 친구랍니다.). 오랜 만에 네 명이 뭉쳐서 그랬던 걸까요? 처음엔 버스를 기다리며 다음 정거장으로 걸어갔답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자 또 다시 다음 정거장으로. 이런 식으로 걷게 되다가 나중엔 버스를 타지 말고 아예 집까지 걸어 가보자고 의기투합했답니다. 가는 길에 군것질도 하고 말입니다.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가 대략 8km 정도 되었답니다(버스 노선에 따라 시내를 빙 돌았으니 대략 10km 가량 되었을 겁니다. 어린 아이들에겐 너무 먼 거리였죠.). 처음엔 호기심과 장난으로 호기롭게 걷기 시작했지만, 나중엔 날이 어둑해지고, 다리는 아프고 엄청 힘들었던 기억입니다. 두 집에서는 아이들이 없어졌다고 난리가 났고요. 결국 집에 거의 다 와서 우릴 찾아 나선 어느 아저씨의 차에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입니다.

 

당시의 그 기억은 잊히지 않습니다. 요즘도 부모님께서 간혹 당시 이야기를 하시기도 하죠. 그만큼 예사롭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겁니다.

 

10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인 강경숙 작가의 걸어서 할머니 집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치기어린 경험담이 먼저 떠올랐답니다. 저의 경우는 단순히 호기심과 치기 때문에 걸었던 것이라면, 동화 속 자매의 경우는 다릅니다.

    

동화 속 자매에게 이 여정은 의미 있는 도전이랍니다. 자매의 아빠는 원양어선 선장님입니다. 그런데, 아빠의 배에 소수민족들이 총격을 가하게 되었고 화재가 발생하여, 아빠의 행방이 묘연해졌답니다. 이에 엄마는 사고 현장으로 날아갔고, 두 아이들만 남겨졌답니다. 중학생 언니 유이와 초등학생 동생 이오. 이렇게 둘은 아빠와 여름방학이 되면 할머니 집까지 걸어서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답니다. 이제 실종된 아빠와 함께 하기로 했던 그 약속을 두 딸이 실행하려는 겁니다. 그러니 이 여행은 어쩌면 아빠가 무사귀환하길 기원하는 걸음걸음일지 모릅니다. 아울러, 동생 이오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이런 연약함을 떨쳐버리고자 하는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과연 둘의 여정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부산에서 합천까지 먼 길을 아이들이 걷는 여정을 동화는 보여줍니다. 자매가 걷는 그 길을 마치 독자 역시 함께 걷는 것 마냥 사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렬하는 태양,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 쌩쌩 달리는 차량들, 그런 여정을 걷는 가운데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그 여정가운데 만나는 다양한 삶의 풍경들. 이런 여정을 통해, 두 아이의 마음키는 불쑥 자라게 됩니다. 마음의 상처 역시 치유되어 단단해지고요. 실종된 아빠의 행방은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먼 거리를 포기하지 않고 걸어간 자매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마는 않으리라 느껴집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자기를 이겨내는 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 국토도보여행이 아니더라도, 나약한 모습을 떨치고 힘차게 나갈 수 있는 어떤 걸음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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