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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털 인간 기운찬의 미세 먼지 주의보
제성은 지음, 한호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요즘 우리의 민감한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미세먼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오늘 미세먼지 상황을 체크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외출을 할 때면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이제 공기청정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아이템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때이기에 작가의 『코털 인간 기운찬의 미세 먼지 주의보』란 동화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동화 속 주인공 기운찬은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때가 제일 좋습니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가운데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습니다. 귀찮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역시 마스크를 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데, 갑자기 불어 닥친 먼지바람과 함께 기운찬에게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집니다.
갑자기 기다란 코털이 생긴 겁니다. 얼굴에 커다란 수염을 그릴 정도로 길고 풍성하게 자란 코털. 아무리 잘라내고 뽑아내도 금세 길게 자라버리는 코털로 인해 기운찬은 고민입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의 놀림감이 될게 분명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학교에 가보니 절친 골찬이 역시 코털 인간이 되어버렸네요(골찬이 역시 마스키를 싫어하며, 밖에서 기운찬과 공놀이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둘은 이제 평생 돌연변이 인간, 코털 인간으로 살아야만 하는 걸까요?

그런데, 코털 인간이 된 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기다랗고 풍성한 코털이 최고의 정화기가 되어 미세먼지들을 걸러내 주거든요. 어느 마스크보다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로 인해 다들 인공 코털을 붙이는 유행이 찾아오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어쩐지 징그러운데, 아이들은 계속 코털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요?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은 속눈썹이 더 길어졌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오염된 공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진화의 한 단면이죠. 마치 먼지바람 가득한 사막에서 살아가는 낙타의 속눈썹이 기다란 것처럼 말입니다.
동화 속 아이들의 기다란 코털 역시 이처럼 오염된 공기로 인한 결과입니다. 동화 속 상상의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실제 우리 역시 가까운 시일 안에 이처럼 코털이 더 많아지고 길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생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런 적응을 해야 하니 말입니다. 따라서 코털 인간은 저주가 아닌 축복입니다.
그런데, 정말 축복일까요? 진짜 축복은 기다랗고 풍성한 코털 없이도 마음껏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거죠. 동화는 말합니다. 코털은 해결방법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선생님, 코털은 해결 방법이 아니에요. 코털을 다는 건 원은은 찾지 않고 방치하는 거예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라고요.”
“제일 중요한 건 미세 먼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가까운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부터요.”(77쪽)
맞아요. 우린 심각해진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며, 실내에선 공기청정기를 돌리곤 합니다. 그럼에도 정작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책엔 이처럼 미세먼지에 대한 내용들, 그리고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들과 우리가 해야 할 노력들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동화가 끝난 뒤, 이어서 이런 내용들을 상당히 길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이런 부분을 읽고 공부하며, 실천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오늘 우리는 공기가 나빠졌다고 정부 탓, 중국 탓엔 열을 올리면서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우리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동화 속 돌연변인 인간인 코털 인간이 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코털 인간이 되는 것 역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고요.
남 탓을 아무리 한들 우리의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그토록 남 탓을 하는 중국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답니다(물론 그런 노력과 시도 가운데 몇몇은 우리를 더욱 위협하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제는 남 탓이 아닌, 내 탓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참, 책의 띠지가 참 귀엽습니다. 마스크를 쓴 얼굴인데, 띠지를 벗겨내면 그 안의 코털이 가득한 코털 인간 기운찬의 모습이 나옵니다. 띠지의 마스크 부분은 잘라 고무줄로 묶어 종이 마스크를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답니다. 전 개인적으로 책을 받자마자 띠지를 떼어내 폐지 수거박스에 버리는 습관이 있답니다. 그런데, 이 띠지는 귀여워서 놔두렵니다. 오려내 종이 마스크를 만들게 되어 있지만, 어쩐지 그것마저 아까워 그대로 간직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