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보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5
닉 레이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에서 태어난 소년 레오, 그리고 쌍둥이 남매 리브라, 오리온. 이들 셋은 문2 우주정거장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한 번도 문2 우주정거장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지구로 돌아갈(사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그럼에도 돌아갈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날을 꿈꾼다. 열여섯 생일이 지나면 지구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는 세 아이들. 과연 이들에게 지구는 어떤 의미가 될까?

 

아이들은 드디어 그토록 꿈에 그리던 지구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중력의 역습에 노출된다. 꿈에 그리던 지구는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위험한 공간이다. 물론, 그리움의 공간인 지구는 그들에게 대단히 신비하고 상상할 수 없는 행복을 주는 공간이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공간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자신들의 탄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자신들은 실험의 산물이었던 것. 과연 우주에서도 아이를 잉태할 수 있고, 출산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실험의 산물. 과연 이런 진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그 혼란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레오는 할아버지의 농장에서 지내며, 지구에서 약해진 자신의 몸은 단지 중력에 적응하는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된다.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에서 자란 레오의 몸은 지구에서 견뎌낼 수 없는 유리알 같은 몸에 불과했다. 작은 부딪힘에도 뼈가 부서져 나갈 수밖에 없는 그런 연약한 신체. 게다가 친구들과의 연락이 두절되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친구들은 더욱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

 

이에 레오는 다시 우주로의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데, 과연 이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소설의 제목이 스페이스 보이. 원제목은 Satellite. 사전을 찾아보니 위성이란 의미와 함께 종속이란 의미도 있다. 아마 이 두 가지 의미가 중의적으로 포함된 제목이지 않을까. 마치 달이 지구를 영원히 돌며 종속되어 있듯. 아니 달이 지구를 그토록 사랑하듯,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더 이상 가까워지면 안 되듯. 우주 아이들에게 지구는 그런 존재다. 사랑하지만, 가까워지면 탈이 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리워하는 공간이다. 이렇게 아이들 스스로는 지구의 위성이 된다. 반대로 무한히 넓은 우주의 한정된 공간인 우주정거장은 좁디좁은 공간이지만, 스페이스 보이 레오에겐 한없는 자유를 허락하는 공간이다.

 

소설은 우주에서 태어난 레오가 우주공간을 벗어나 지구를 꿈꾸는 그 갈망. 그리고 지구에서 겪게 되는 신비하고 환상적인 순간들. 하지만, 자신을 갉아먹게 되는 중력. 결국 우주로 떠나야만 하는 레오의 마음을 조곤조곤 묘사한다. 소설의 문체는 다소 독특하다. 그저 툭툭 던지는 짧은 비문들로 이루어진 문장이 많다. 이것 역시 소설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청소년소설이라기엔 다소 많은 분량이다(495페이지). 두툼한 분량과 다소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묘사들이 거듭되기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을 텐데, 묘하게 지루하지 않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레오와 친구들의 운명이 한없이 먹먹하기만 하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 꿈꾸던 공간이 사실은 자신들을 향해 실험을 한 주체들이며, 오랜 시간 동안 정보를 통제하던 자들ㄹ임을 알았을 때의 배신감. 어쩌면 자신들은 실험을 위해 사육된 아이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이들이 느꼈을 그 감정이 마치 내 것인 양 아프다. 무엇보다 꿈꾸던 지구가 자신들에게는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죽음의 공간임을 알았을 때, 그럼에도 지구를 선택하는 아이와 다시 우주로 돌아가길 선택하는 아이들의 선택, 그리고 헤어짐이 마음을 젖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