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천 할머니 스콜라 창작 그림책 59
정란희 지음, 양상용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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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 제주는 멋진 자연이 가득한 휴양지인 줄만 알았습니다. 곳곳에 관광 상품이 가득한 관광지인줄만 알았죠. 그런 제주에 씻을 수 없는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제주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 제주를 국가 차원에서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야만 했는지. 그 공간에 얼마나 커다란 슬픔과 눈물, 애통함과 통곡의 세월이 녹아 있는지를 알고 먹먹하고 아렸습니다. 무엇보다 그런 상처의 땅으로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다녀오면서도 그 땅의 역사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던 무지가 부끄럽고, 알려줘야 할 것을 알려주지 않았던 교육, 배울 수 없었던 시대적 한계가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4.3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마치 거짓말 같았습니다. 나라가 국민들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요. 4.3에 대해 알아가면서 몇 차례 휴가를 다녀왔던 그곳 제주로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0년으로 기억되는데, 휴가의 테마를 평화로 정하고 곳곳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고려시대의 유적지인 항몽유적지, 일제강점기 항일의 흔적인 항일기념관과 해녀박물관,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을 하였던 일본군 동굴진지 장소에 세워진 제주전쟁역사평화박물관, 알뜨르 비행장, 무엇보다 제주의 가장 큰 아픔인 4.3 흔적들 가운데 섯알오름, 제주4.3평화공원 등을 당시 방문한 기억이 납니다.

 

당시, 아이가 아직 어린 때여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우리 부부만이라도 먼저 알고 느끼는 게 좋겠다고 여겼답니다. 이젠 제법 4.3사건에 대해 많이 알려졌다고 여겼는데, 아직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이제 5학년이 된 딸아이도 학교 친구들과 4.3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4.3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할 아이들에게 짧지만 4.3의 아픔을 오롯이 느끼게 해 줄 고마운 책을 만났습니다(이 책은 그림책입니다. 그러니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그 대상연령이 됩니다.).

   

 

정란희 작가의 무명천 할머니는 실존 인물이었던 무명천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4.3 당시 무력진압으로 총에 맞아 턱이 날아가 버린 소녀. 그 소녀는 평생을 무명천으로 상처를 감싸고, 상처의 고통 가운데 살았다고 합니다.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불편함, 남들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 마음, 지금도 경찰 제복을 보면 공포에 떨게 되는 트라우마.

 

이런 엄청난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모든 이들이 무명천 할머니입니다. 김대중 정부에 진상조사를 시작하여 노무현 정부에 공식적으로 4.3피해자들, 유족들, 제주민도들에게 사과를 했죠. 이제 또다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대통령이 직접 찾게 되고, 각 정당의 대표가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상처는 치유되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만든 이들은 여전히 반성이 없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여전히 막말을 해대는 수많은 이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 무명천 할머니를 통해, 4.3의 먹먹함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 먹먹함이 제주를 방문할 때 또 다른 의미 있는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고요. 다음 번 제주를 방문하게 되면, 이젠 훌쩍 커버린 딸아이와 함께 4.3의 아픔들을 답사하며 느끼고 반성하며 다짐하는 시간들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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