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 독깨비 (책콩 어린이) 53
패니 브리트 지음,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박선주 옮김 / 책과콩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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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콩 어린이 시리즈> 53번째 책은 커다란 사이즈의 만화입니다(요즘엔 그래픽 노블이란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죠.). 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란 제목의 그래픽 노블.

 

주인공 루이는 다소 내성적인 소년입니다. 조용한 느낌의 소년, 왠지 존재감이 약한 느낌의 소년입니다. 이런 느낌은 루이 그림부터 느껴집니다. 등장인물 가운데 루이를 그린 테두리 선이 가장 가는 선입니다. 그리고 음영도 주어지지 않아 다소 희미하게 느껴지는. 그래서 얼핏 그림을 훑을 땐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림입니다. 아마 루이가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 여겨집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루이가 소외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적극적이지 않은, 다소 움츠러드는 그런 성향의 아이입니다.

 

루이에겐 두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빠에 대한 고민이고, 또 하나는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 아이에 대한 고민입니다.

 

루이의 아빠는 날마다 술을 마십니다. 두 잔을 마시면 멋진 계획들을 세우고 뭐든 다 할 것 같은 멋진 아빠가 되죠. 슈퍼맨처럼 행동합니다. 하지만, 세 잔을 마시면 울기 시작합니다. 루이의 아빠는 날마다 웁니다. 그러니 날마다 술에 취해 있는 거죠. 언제나 무기력한 아빠, 술을 끊지 못하는 알코올 중독 아빠입니다. 아빠를 찾을 때마다 아닌 척 하지만, 아빠는 언제나 술에 취해 있습니다.

  

  

그러던 아빠가 결심하여 술을 끊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엄마는 아빠와 다시 결합하게 되고, 온 가족은 행복에 젖습니다. 이 행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아빠가 다시 술에 손을 댔거든요. 다시 무기력해지고 울기만 하는 아빠로 돌아가 버렸답니다. 결국 아빠는 치료를 위해 요양원으로 향하게 되죠.

 

루이의 두 번째 고민은 좋아하는 여자아이 빌리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 때문입니다. 좋아하지만 말도 걸지 못하는 루이. 그런 루이가 결국 용기를 냅니다.

 

그 애한테 걸어가는 동안, 마치 엉뚱한 유명인의 산책로 같은 발자국이 아스팔트 도로 위에 찍히는 동안, 보리스가 우리 두 사람을 희망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는 동안, 나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 깨달았다. 그건 바로 작은 기적이다.(147-8)

 

루이의 두 가지 고민이 해결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아빠가 술을 끊으려는 용기, 의지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손을 내밀며 다가가는 용기입니다. 이런 용기를 낼 때, 작은 기적이 일어난다고 책은 말합니다.

  

  

루이의 다가가는 용기는 이야기 속에서 커다란 역할을 합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다가가는 것만이 아닙니다. 다친 너구리를 만나고 치료해주고 돌봐주는 순간 역시 그렇습니다. 수풀에 뭔가가 있습니다. 루이라면 겁을 내고 도망칠 법도 하지만, 용기를 내어 다가갑니다. 그리곤 다친 너구리에게 손을 내밉니다. 이런 다가감과 손 내미는 행위는 너구리에겐 구원의 행위가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엄마에게 밝히는 장면 역시 그렇습니다. 루이는 집안에서는 조용한 관찰자의 자리에 언제나 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할 때, 엄마는 선선히 멋진 신발을 사주고, 이 신발은 루이 삶을 더욱 활기차게 만듭니다. 이처럼 다가감은 삶 속에서 다양한 작은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용기, 진짜 기적이라고 말입니다. 술주정뱅이 아빠로 인해 루이의 가정은 걱정이 그치지 않습니다. 기쁨보다는 우울한 삶의 연속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루이는 여전히 동생을 돌보며 함께 놀아줍니다. 절친 보리스와는 우정을 쌓아가고요. 주저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는 소녀를 향해 시선을 향하고요.

어쩌면 이런 모습들이 의미 없이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 시간들을 이어가고 있음이 작은 기적 아닐까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루이의 그림에서 받은 느낌은 위태로움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포기할 조건들이 차고 넘칠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용기이며, 진짜 기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런 작은 기적을 향해, 오늘도 일상 속으로 손을 내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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