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5기 신간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벌써 끝났네요. 책을 계속 보게 되면서 조금 힘들었고 시간도 모자랐지만 그래도 제가 본 책들 하나하나 쌓이는 것을 보면서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곤 했습니다. 저에게 너무 좋은 기회를 뿐입니다. 5기 경영 신간 평가단 A로 많은 즐거움과 기억을 갖게 됐습니다. 평가단 활동 도중에 제 개인적인 신상의 일도 참 많았습니다. 앞으로 이 시간을 그리울 것 같네요.  

봄, 새롭게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위 훌륭한 인생에 관한 여섯 개의 신화 



2. 나 같은 배우 되지 마 



3.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  


   


4. 꿈을 굽는 가게로 초대합니다 



5.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나 같은 배우 되지 마”

  언제나 주연만을 기억하는 이 세상에 이 책은 ‘류승수’라는 조연배우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솔직함 속에 묻어 있는 세상에 대한 시선과 노력, 그리고 삶의 문제를 어려운 철학이나 분석을 통해 이야기하지 않고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아마도 살아가는 현실은 언제나 만나는 저에게 이런 부분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러고 보면, 1년 사이에 굿오브닝은 혼자만 자랐던 것이 아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컵케이크와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함께 지내왔다.’ [꿈을 굽는 가게로 초대합니다] 134쪽
 

  살면서 혼자가 아닌 때를 느낄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저자는 자신의 상점을 열면서 모든 일이 타인과의 생활의 가치를 인식하게 됐고, 무엇보다 행복하기 위해선 타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 듯 합니다. 그런 마음이 이 구절에 잘 표현됐다고 느껴지네요. 저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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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4-0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흥미로운 책이네요. 기회가 되면 읽고 싶습니다.

novio 2010-05-02 01:45   좋아요 0 | URL
님 역시 신간평가단 멤버이신데 나중에 서로 책을 교환하면서 읽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3주

  줄타기는 오락이다. 그래서 즐거운 공연이다. 서커스 공연장에서 흔한 구경거리인 줄타기는 서커스엔 단골메뉴이고, 화려한 볼거리 중, 항상 어느 공연의 중앙 위에 위치하며 즐거움과 환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여흥을 일깨우는 최고의 선물이 된다. Performance의 꽃으로 불린다고 해도 거의 반론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줄타기, 위험하다. 그리고 언제나 위험과 모험 사이에 있다. 이 즐거운 볼거리 뒤엔 죽음이란 위험한 공포가 존재한다. 줄타기의 매력은 어쩌면 위험하기에 짜릿한 이중적인 특성에 있는 것만 같다. 줄타기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목숨이란 가장 자극적인 소재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인간의 기괴한 취미라고 할까? 누군가의 위험을 보고 짜릿한 느낌을 얻는 인간의 본성 중 무척 나쁜 것을 충족시키는 줄타기는 어쩌면 서커스가 그런 것 아닌가 하는 반문도 있겠지만 타인의 시선을 즐기면서도, 혼자만의 외로운 공중의 장소에서의 줄타기는 확실히 외롭고 슬프다. 어느 순간 제거된 안전판 위에서 마치 내가 위험한 곳에서 죽지 않는 법을 보여주듯 아슬아슬한 장면들을 연출하며, 죽음과 삶, 두 공간의 어디쯤에서 위험한 Performance를 한다. 그래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라는 경구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줄타기는 영화에서 드러난 폭력성과 불행을 그래서 지닌다. 관객의 위선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 모험을 간직한 공연은 어쩌면 인간이 만든 가장 비극적인 공연일지 모른다. 마치 영화처럼 말이다. 영화에서의 관객은 영화에서 흔하디 흔한 비극적인 장면을 즐기면서 자신의 안전을 확인하는 묘한 이중성에 사로잡힌다. 이것이야말로 관객의 주목을 끄는 줄타기 같은 영화의 매력일 것이다.
  이런 줄타기가 영화에 등장한다. 그런데 줄타기가 담긴 영화들은 어김없이 인간의 즐거움과 비극을 동시에 보여준다. 즐거움 속에 있는 사랑과 애정, 그리고 멋진 공연이 있지만, 그 뒷면에 존재하는 비극은 누군가의 죽음이나 아님 사랑하는 둘의 공멸, 그리고 인간관계의 허약함을 과감 없이 보여준다. 이 줄타기가 담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 언저리엔 즐거운 여흥을 끝내고 나서 느끼는 허전함도 있을 것이고, 헤어짐의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어떻든 줄타기가 담긴 영화들은 어딘지 모를 불운을 담고 있다. 그런 것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바로 [엘비라 마디간], [왕의 남자], 그리고 [Man on Wire]가 그것들이다.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 1967) 

 

  자타가 공인하는 비극의 멜로영화 고전이다. 1943년 만들어진 이후, 다시 한 번 만들어진 영화가 1967년의 [엘비라 마디간]이란 작품이다. 그런데 실화다. 그래서 그 비극성은 더욱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의 사랑은 부정적인 것에서 시작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위험한 줄타기의 모습처럼 불륜, 계급이 서로 다른 남녀의 사랑,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방황하는 두 남녀와 그들의 도피와 생활고 등 인간이 알고 있는 멜로영화의 모든 소재와 테마들 속에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비극성이 다 드러난다. 그 속에 보이는 낭만적인 사랑은 앞서의 비극과 대비되면서 영화의 매력을 한껏 돋았다. 스웨덴이란 이국적인 장소는 한국 팬들에겐 더 없는 환상을 자아냈다. 
 

  시작부터 파란이었다. 1889년 스웨덴의 한 서커스에서 줄타기를 하는 어린 소녀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 피아데게드 마르크 분)’과 가정과 아내가 있던 육군중위 ‘식스텐 스파레’ 백작(Lieutenant Sparre 토미 베르그덴 분)과의 사랑이 그랬다. 신분과 유부남이란 문젯거리를 안고 시작한, 줄타기 소녀와 백작의 사랑은 분명 시작부터 불운이었고 그래서 마지막도 불운이었다. 그런 불운을 피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것은 도피였다. 하지만 파란과 불륜을 갖고 시작한 그들의 도피는 결국 그들을 행복으로 초대해줄 수 없었다. 줄타는 소녀의 위험한 공연이 그들의 인생인 것처럼 그들은 언제나 파란과 불운, 거기에 생활고까지 경험하게 된다. 그들의 마지막은 환상적인 낭만과 비극적인 자살이란 역설적인 것이 함께 하는 자리였다. 가난한 상황에 몰린 식스텐의 마지막 선택인 자살을 위한 그 마지막 장면에서의 대비되는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영화에서 가장 잊기 힘든 명장면이다. 나비를 좇아 따라가는 엘비라와 그 모습에 웃음을 짓는 식스텐의 모습이 대조되면서, 갑자기 들리는 인적 드문 곳에서의 총소리는 분명 이 작품을 멜로영화의 고전으로 왜 평가 받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C장조는 우아한 비극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는데 누구나 여배우라면 원하는 67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갖게 됐고, 67년 미국 뉴욕비평가상, 골든글러브상 수상까지 독식하게 된다. 
 

왕의 남자 

 

   예쁜 남자 신드롬을 일으켰고, 게이 영화라 할 수 있는 동성애 코드를 갖고 큰 흥행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연예계에 ‘이준기’라는 걸출한 신성을 배출시켜준 의미 있는 영화다. 남자와 남자 간의 애정은 현재에도 무척 반갑지 않은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기묘한 매력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1000만 관객은 물론 한국 영화 관객수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 치웠던 영화다. 동시에 이런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이 작품은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걸작으로 평가될 수 있다.
  영화 속 광대들의 즐거운 여흥은 지금 봐도 즐겁다. 그들이 보여준 해악과 풍자는 시대성을 넘었으며, 그들이 보여준 재미 역시 지금 봐도 흥겹다. 특히 주인공들의 주무대는 바로 줄타기다. 줄 위에서 보여준 그들의 기막힌 공연과 즐거운 해학과 풍자는 오늘의 관객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줄 만큼 매력적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정치가 문제다. 광대의 즐거운 줄타기와 풍악, 그리고 해학도 정치와 연결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의 소용돌이를 위해 악용되는 수단이 될 뿐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은 정치세력에 이용당하며, 그런 위기 속에서 남자와 남자의 아름다운 사랑도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만다. 정치의 비인격성과 함께 국정을 파탄시킨 연산군 옆에 있는 이유로 인해 그들은 원하지 않은 애정행각을 벌이게 되고 마침내 그들은 비참한 몰골 속에 궁중에서 마지막 줄타기를 하며, 비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인간관계도 정치라는 환경 앞에 무참히 부서지는 장면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이 작품에 대해 관객은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뛰어난 작품성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줌으로써 한국 영화의 신기원일 이룬 이 작품에게 영화역사의 한 자리를 마련해줬다. 이 작품의 수상경력은 너무 화려하다. 27회 청룡영화상(2006) 수상음악상(이병우), 후보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이준익), 남우주연상(감우성), 남우조연상(유해진), 여우조연상(강성연), 신인남우상(이준기), 조명상(한기업), 기술상(김상범), 미술상(강승용), 43회 대종상영화제(2006) 수상남자인기상(이준기), 시나리오상(최석환), 촬영상(지길웅), 여자인기상(강성연), 해외인기상(이준기),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이준익), 남우주연상(감우성), 남우조연상(유해진), 신인남우상(이준기), 후보기획상, 조명상(한기업), 편집상, 음향기술상, 음악상(이병우), 미술상(강승용), 의상상(심현섭), 여우조연상(강성연), 42회 백상예술대상(2006) 수상영화 대상(이준익), 영화 남자신인연기상(이준기), 후보영화 작품상, 영화 감독상(이준익), 영화 남자최우수연기상(정진영), 영화 시나리오상(최석환) 등 화려하기 그지없다. 


Man on Wire 

 

  거짓말일 것 같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엘비라 마디간처럼 실화를 근거로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극영화가 아니다. 줄타기의 위험과 흥분의 매력을, 지금은 없어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가장 극적인 장소에서 보여준 Documentary Movie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기록물이 없었다면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믿기 힘들 만큼 대단한 모험을 담은 영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World Trade Center (WTC)의 두 건물 사이에 줄을 설치하고 그 위에서 줄타기 공연을 한 프랑스 줄타기 Performance 주자인 Petit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줄타기를 담은 영화다. 그는 1974년 이 공연을 하기 전, 이미 프랑스의 Notre Dame 성당과 영국의 Harbor Bridge에서 역시 세계적인 줄타기 공연을 했다. 높이에 차이가 있을 뿐, 위험하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면 그 긴장과 위험, 그리고 자연적인 바람의 강한 강도 등은 지금 생각해봐도 대단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위험한 공연을 한 사내의 다소 바보 같지만, 그래도 그 모험정신을 담은 영상 하나하나에 관객은 큰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WTC에서의 위험한 줄타기를 성공한 이후, 그에게 찾아온 외로운 상황은 영화가 단순히 누군가의 성공담과 그 미담만을 전달해주려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성공 이후에 찾아온 인간관계의 소멸과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아온 것에 대한 댓가가 어떤 것인지를 슬픈 눈으로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하게 될 것이다.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높은 곳에서의 위험한 줄타기 공연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또한 작품의 수준에 대한 높은 평가를 해주었다. 1회 DMZ 다큐멘터리영화제(2009) 초청글로벌 비전(제임스 마쉬), 81회 아카데미시상식(2009) 수상장편다큐멘터리상, 62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2009) 수상작품상(영국) 후보칼 포먼 상(사이먼 친), 74회 뉴욕비평가협회상(2008) 수상최우수다큐멘터리상(제임스 마쉬), 34회 LA비평가협회상(2008) 수상다큐멘터리상(제임스 마쉬), 21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2008) 수상다큐멘터리상(제임스 마쉬), 21회 유럽영화상(2008) 후보유러피언필름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제임스 마쉬), 43회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2008) 수상다큐멘터리상 (30분 이상)(제임스 마쉬), 62회 에든버러국제영화제(2008) 수상관객상(제임스 마쉬), 24회 선댄스영화제(2008) 수상심사위원대상-월드시네마다큐멘터리(제임스 마쉬), 관객상-월드시네마다큐멘터리(제임스 마쉬) 등 모든 부분에서 탁월한 결과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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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2-1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비라 마디간. 너무 어릴 때 봐서 그 무드를 이해 못해 제게는 굉장히 지루한 영화로 남아 있습니다.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좋을텐데. 극장에선 힘들겠죠?

novio 2010-02-19 17:33   좋아요 0 | URL
혹시 케이블 TV 시청하신다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 멋모르고 봤는데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한동안 멍하니 생각했습니다. 웃음과 총소리의 역설적인 조화, 이런 것이 영화의 묘미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3주

이나영, 영화계에선 나름대로의 입지를 확보한 여자배우다. 그녀에게 100만의 관객이 넘는 영화는 분명 없다. 그러나 인기에 연연할 것 같지 않은 그녀의 이미지, 그리고 남자를 유혹하는 듯한 분위기보단 어딘지 모를 내 누나 혹은 여동생 같은 그녀의 외모는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여배우의 모습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매력적인 외모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그녀는 멋진 옷을 입고 화려하게 영화에 등장하지 않을 듯한 그런 여배우로 보인다. 그녀는 여자이기보다 어딘지 모를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여배우다. 
영화에서의 이나영의 사랑법은 좀 유별나고 무척 코믹하다. 잘 안풀리는 것이 정상일 정도로 영화에서의 그녀의 사랑은 좀 괴이하고 이상하기만 하다. 싫다는데 그래도 사랑한다는 일방적인 관계는 좀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그녀의 출연작들에 많이 보인다. 물론, [비몽]이란 2008년도 작품에선 한 쪽이 잠을 자야 깨어나는, 서로 만날 수 없는 연인관계를 맺기도 한다. 다른 여배우라면 어울리지 않을 듯한 괴이한 사랑의 주인공을 담당하기도 한 이나영은 역시나 코믹물에서도 짝사랑을 주로 했다.  
여기에서 소개되는 이나영의 작품들 중 개인적인 판단으로 그녀의 아주 특별한 영화들만 선별했다. 즉 코믹하면서도 중성적인 모습을 담은 영화들이다. 어느덧 10년이 넘게 활동한 그녀는 다른 여배우들보다 매우 특이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그녀가 출연했을 때, 그녀는 확실히 다른 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개성들 중 유별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코믹과 중성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이나영이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다. 이런 식의 표현은 그녀의 연기력을 평가절하할 수도 있고, 또한 자칫 그녀의 캐릭터의 다양성을 도외시한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내가 본 영화들 중 그녀의 코믹과 중성미는 다른 여배우들이 지금까지 잘 보여주지 못한 모습들이다. 이런 점에서 이나영이란 배우는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갖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특색은 유사한 이미지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색을 계속 견지한다는 것으로 역시나 봐야 한다. 그런 점을 입증하기 위해 선별한, 다음의 세 편의 영화는 그녀의 확고부동하면서도 강렬한 가치를 보여줄 것이다. 바로 [영어완전정복], [아는 여자(2004)], 그리고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2009)]가 그것이다.
 

영어완전정복(2003) 

 

영어를 배워야 하는 오늘날 한국의 불행한 자화상 속에서 벌어지는 한 편의 코미디 같은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여기에서 이나영은, ‘후아유’에서 보여줬던 세련되면서도, Cool하고 어딘지 모를 불운의 캐릭터라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며, 소위 망가진 모습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배우기 힘든 영어를 자신의 위치가 어디이든 배워야 하는 줄거리 설정은 한국의 우울한 현실을 보는 듯 했다. 아마도 이 부분은 지금까지 그 현대성이 느껴지는데, 영어에 미친 한국사회를 조롱한 것만 같다.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는 동사무소 9급 공무원이 영어 배우러 학원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좀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리라. 다만 영어가 소통의 단절의 기제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영어와 사랑이야기가 좀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두 사람이 만나기 위해 마련된 장치 정도로만 쓰인 것 같다. 영어 배우는 학원이란 곳에서 볼품없는 인물들이 사랑을 시작한다. 여기에서 이나영은 어수룩하면서, 여성성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9급 공무원 ‘나영주’로 출연, 그녀의 막무가내이면서 괴상한 사랑방정식을 이 영화에서 선보인다. 그녀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장혁’은 백화점에서 구두를 파는 판매원, ‘박문수’로 나오면서, 생활고로 해외입양해야만 했던 자신의 친동생과의 소통을 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역을 맡는다. 이 두 주인공들은 사회의 마이너러티를 대변하며, 그런 평범 이하의 사람들 간의 자존심과 오해, 그리고 소통의 단절 등의 힘겨운 관계를 극복하며 사랑으로의 행복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아는 여자 (2004) 

  

장진 식의 전형적인 코믹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주는 사랑영화다. 진지한 것과는 좀 거리가 멀지만 이 영화는 그렇다고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랑영화하면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이 영화에선 없다. 소위 꽃미남도, 그리고 남자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는 그런 여자가 아닌, 어딘지 어수룩한 남녀 둘의 어이없는 사랑이야기이며, 주목 받기 힘든 자들의 색다른 희망을 갖게 만든 영화다. 주인공인 둘은 사랑의 실패자들이거나 실패하기 쉬운 유형의 인물들이다. 거의 매번 사랑에 차이고 마는 사랑에 거의 실패자인 2군 프로야구선수 동치성(정재영)과, 그와의 어릴 때의 기억으로 그를 짝사랑하고 마는 좀 비상식적인 옆집 여자 한이연(이나영)과의 마이너러티들간의 이 사랑이야기를 장진 감독은 무겁지 않고 즐겁게 풀어나간다. 타성에 젖은 한국영화계에 이 영화는 전형적으로 수려한 자들간의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가 아닌 평범 이하의, 좀 망가진 인물들의 사랑과 삶의 이야기를 결합시킴으로써 사랑은 결국 상대에 대한 오래된 믿음과 상대를 알아가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재미있고 기막히게 풀어간다. 이 영화에서 이나영은 여성성을 강조하기 보다 어딘지 모를 맹한 구석은 물론 중성적인 이미지로 출연함으로써 한국의 사랑이야기에서 색다른 여성이미지를 창조해낸다. 이 사랑영화에서 한국영화에선 무척 의미 있는, 새롭고 기묘한 캐릭터를 선보인 덕분에, 결국 ‘25회 청룡영화상(2004)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이나영은 얻게 된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2010) 

 

한국에서 과연 그녀만큼 트렌스젠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만큼 이나영이란 여배우의 특이한 색깔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그녀의 코믹한 이미지와 함께 한 중성적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사실 트렌스젠더 자체가 이중적이고 중성적이기에 그녀의 이 작품은 그녀의 코믹한 중성적인 매력을 가장 잘 극대화시킨 작품일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영화는 기존의 사랑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과 해법으로 무거운 사회적 담론을 담고 있다. 이 점에서 이나영에게 이 영화는 그녀의 영화 중 가장 크게 사회적인 이슈를 담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 남자이면서도 그 남성성을 포기했던 현재의 어느 여자가 과거의 남자였던 때의 사랑으로 세상에 나온 자신의 아들을 만나게 된다는 설정은 정말 기막히게 재치가 있었다. 한 이름에 두 가지 성을 오고 간 트렌스젠더 ‘손지현’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도 살기 힘든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줄 의미 있는 캐릭터이다. 그 혹은 그녀는 사회나 가정에선 숨기고 싶은 마이너러티이며, 알고 싶지 않은 그런 사회인일 뿐이다. 문제는 성을 바꿨기에 그 혹은 그녀는 사랑을 시작하기에 언제나 주저하게 되며, 자신의 아들에게조차, 남성에서 여자로 바꿨기에 아빠라는 지위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자신의 성을 자신의 선택에 따라 바꿀 자유는 분명 얻었지만 그에 따른 역할 변화를 겪어야 했으며, 동시에 자신이 가장 사랑해야 하는 자식에게조차 자신의 변화를 설명하기 힘든 상황으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 점에서 자유를 얻은 대가가 그리 작지 않음을 확인하고 사회의 상식과의 싸움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런 어렵고 피곤한 캐릭터를 이나영은 가장 효과적으로 형상화한다. 아마도 그녀의 지금까지 최고를 선택하라면 이 영화가 그에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판단까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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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1-2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영 씨. 독특한 배우인 것은 확실한데, 너무 소비되는 것 같아 아쉬운 배우예요. 가장 크게 소비된 영화는 <비몽>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괴기스런 모습만 쏙쏙 뽑아서 영화를 찍었는지.. ㅠㅠ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에서도 전혀 다른 쪽으로 담론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소비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novio 2010-02-19 17:35   좋아요 0 | URL
전에 이나영 배우에게 영화 캐스팅에 대한 질문을 기자가 했는데 이나영 님 하는 말, 지금은 남자가 대세라서 여배우들에겐 그리 많은 기회가 없다고 하더군요. 이 글 쓰고 나서 그 이야기를 듣고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경제난이기도 하겠지만 배우에게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이야기는 자신의 재능을 활활 태우기가 점점 어렵다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래도 이나영 홧팅!입니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010년 1월 1주 !

  예술의 꽃을 피우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불살랐지만 고통스런 인생을 산 여류화가는 확실히 매력적인가 보다. 그래서 영화는 언제나 그녀들 주변을 맴도나 보다. 그리고 그녀들에 관심을 갖고 또한 그녀들의 매력을 집요하게 형상화한다.
  근대 미술이 탄생한 이후 많은 여성들이 미술계에 진출했지만 고달픈 인생의 여정은 그녀들 주위를 언제나 맴돌았다. 그녀들의 인생은 항상 드라마틱했지만 그녀들의 인생은 환상적이지도, 평범하지도 않았다. 남성에게 버림받고, 힘든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동서양을 불문했나 보다. 한국 최초의 근대화가인 ‘나혜석’이 노숙자처럼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인생이야기는 미술을 업으로 한 여성이 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지금과는 다르게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습은 한국만의 사항은 아닌 듯 하다. 여류화가로서의 비극적인 삶을 산 세 명의 여성은 영화로 매우 극적으로 형상화됐다.
  남자에게 버림받거나 육체적 장애로 고통을 겪거나 한다. 또한 자신의 천재성을 인정해주지 못한 사회에서 힘들게 생활하곤 한다. 그래도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리라.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유일한 길은 작품 밖엔 없었고, 자신들의 힘든 인생을 작품으로 보상받으려 했다. 그러기에 그녀들은 작품에 모든 것을 걸었고 그곳에 그녀들의 열정, 노력 등을 쏟아 부었고, 그래서 그녀들은 집착과 광기에 사라 잡히기도 했다. 그녀들은 그렇게 인생을 살고 마감했다. 그런 인생을 산 그녀들엔 ‘세라핀 루이,’ ‘카미유 클로델,’ 그리고 ‘프리다’가 있다. 
   

세라핀 (Seraphine, 2008)  

 

  천재성에 비해 명성을 갖지 못한 여성 화가의 슬픈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녀의 말년은 정신병원에서의 삶이었을 만큼 그녀는 사회의 무시와 냉대, 그리고 자신의 광기로 점철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우연한 기회로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의 관심이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그녀에 관한 영화가 나오게 된다.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라서 개봉관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평단과 관객들의 극찬으로 명품 영화의 가치를 얻게 되고 마침내 프랑스 전역은 물론 한국에까지 개봉된 작품이다. ‘욜랭드 모로’는 ‘전미 비평가 협회상’과 ‘LA 비평가 협회상,’ ‘노포트비치 영화제,’ ‘세자르 영화제’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 역시 뉴포트비치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세라핀 루이’는 하녀였다. 전문적 교육을 받을 수가 없었지만 독학으로 천재적인 능력을 개발했고 그런 노력으로 자연의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창조한다. 1928년 그녀의 주인이었던 ‘빌헬름 우데(Wilhelm Uhde, 1874-1947)’가 그녀의 천재성을 확인하고 그녀의 patron이 되면서 그녀를 적극 지원한다. 이후 그녀는 또 다른 천재화가인 ‘앙리 루소’와 함께 ‘나이브 아트’의 대표주자로까지 발돋움한다.
  그러나 대공황으로 모든 것이 바뀌게 됐다. 공황으로 그녀에 대한 우데의 지원이 끊기게 됐고 경제난, 사회적 편견, 그리고 전쟁과 함께, 급기야 정신병까지 앓게 되면서 정신병원에 입원, 이후 그곳에서 사망하게 된다.
  그녀는 자연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녀의 작품은 주변에서 흔히 자연적인 소재들을 엿볼 수 있다. 즉, 꽃, 나무, 물, 야생열매, 들풀 등이 그것으로, 평범한 대상들을 화려하고 원시적인 색감으로 형상화하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까지 가세, 묘한 강렬함을 살린 작품들을 선보였다.  


까미유 끌로델 (Camille Claudel, 1988) 

 

  그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최고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제라르 드파르듀)’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그녀의 천재적인 예술적 능력을 확인하고 그녀를 발탁했으며,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지만 그녀를 버린 남자이기도 하다. 이 둘의 관계는 영화의 중심이 있으며, 로댕과의 관계를 통해 까미유 끌로델(이자벨 아자니)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이자벨 아자니의 눈부신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카메라맨 촬영감독이었던 ‘브루노 누이땅’의 첫 번째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걸작을 만들고 말았다. 이자벨 아자니는 이 작품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세자르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세기 프랑스 최고의 조각가인 ‘오스뀌드 로댕’의 연인으로만 알려졌던 까미유 끌로델은 언제나로댕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그녀의 시작이 로댕으로부터 시작됐고 그의 모델이 되기도 했지만 마지막 역시 그가 그녀를 버림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고 말았다. 또한 이런 비극적인 결말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19세기 후반 파리, 독립적인 여성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억압으로서 조각가가 되고자 했던 끌로델은 이 사회적 장벽을 넘지 못했다.
  스승이었던 로댕과의 사랑과 불륜으로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무려 생의 마지막 30년을 정신 병동에서 보내고 만다. 또한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가난과 광기로 인생의 후반을 보내고 만다. 또한 점차 확고해진 로댕의 명성과는 반대로 그녀는 이름없는 예술가의 비극적 삶만을 부여 받았다. 마지막 엔딩에서 볼 수 있는 동생에게 보내는 슬픈 편지는 그녀의 인생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로댕의 비극적 연인으로만 기억되던 카미유 클로델의 치열한 삶을 뛰어나게 조명해냈다.

프리다 (Frida, 2002) 

 

  1983년 헤이든 헤레라(Hayden Herrera)의 책 [프리다]가 출간되고 나서야, 당시엔 무명이었다 ‘프리다 칼로’란 멕시코 화가에 관심을 갖게 된 프로듀서 ‘낸시 하딘’는 10여 년간의 힘든 활동을 통해 마침내 줄리 테이머를 감독으로 그녀를 영화화하게 된다. 멕시코 출신의 배우 ‘셀마 헤이엑’이 그녀의 그늘진 인생을 연기했고 오스카상에서 분장, 음악상 등 2개 부문 수상했다.
  그녀의 작품은 현재 최고가로 거래되고 있지만 생의 상당 시간 무명이었다. 또한 그녀의 이름엔 언제나 그녀의 남편이자 멕시코의 유명한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가 나오게 된다. 디에고 리베라 (알프레드 몰리나)는 까미유 끌로델에서의 로댕과도 같지만, 어쩌면 프리다에겐 더욱 가혹한 존재였다. 18세에 버스 사고를 당하면서 하반신이 마비되는 불운을 겪게 된 것을 시작으로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난잡한 사생활로 마음 편한 인생을 살지 못했다. 영화에서 표현된 그녀의 불운한 인생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미모와 열정, 그리고 인생을 그림에 쏟아 붇도록 만들었고 영화는 객관적으로 그런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극찬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지만 호평이 조금 우세한 편이다. 또한 그녀의 사상을 드러내지 못한 점이 있기도 하다. 그녀는 양성애자였으며,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역시나 일자로 된 그녀의 눈썹은 그녀의 상징이 됐고, 도전적인 인생을 추구하는 페미니스트들의 활력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불운이기보다 투쟁적인 그녀의 인생을 다시금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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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1-1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건 『까미유 끌로델』하나 뿐이네요. 이 영화 다소 불순한 의도로 빌려보았다가 충격 받은 영화 중 하나죠. 그 명단은 『베티 블루』, 『하이힐』, 『하몽하몽』등이 있습니다. ^.^;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저 둘의 관계는 잘 모르겠어요. 로댕이 그녀를 이용한 것인지, 아니면 사랑으로 작품이 서로 닮아진 것인지.

novio 2010-01-12 17:09   좋아요 0 | URL
불순한 의도?^^ 까미유 끌로델은 말씀처럼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더군요. 저도 쓰다보니 로댕이 버렸다고 썼네요. 아마도 일반상식 선에서 쓰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영화란 것이 다 그런 것 같네요. 시선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 만약 저도 까미유 끌로델을 다시 본다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5주

성장통 成長痛  명사  <신어, 2003년>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수록된 단어) 

[명사]① <의학> 어린이나 청소년이 갑자기 성장하면서 생기는 통증. 또는 그와 비슷한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주로 양쪽 무릎이나 발목, 허벅지나 정강이, 팔 따위에 통증이 생긴다.


‘성장통’이란 말이 2003년에 나온 신조어라는군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통증을 이야기했지만 이제 육체적 고통보다 성장 과정에서의 정신적 고통을 이르는 말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말 같네요. 최근 영화에선 어린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피할 수 없는 이 정신적 고통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상과의 접촉은 어른이 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마냥 행복하지도 않지만 이것을 이겨내야만 하는 것 역시 청소년이 해야 할 임무입니다. 이런 책임을 느끼면서 세상과 접촉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며, 그를 통해 책임감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어른은 책임의 동의어와 같기에 그런 세상과의 접촉은 건강한 어른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일 것입니다. 이런 중요한 과정을 담은 영화들이 세 편이나 있네요. 그 영화들은 [에반게리온: 파], [바람], 그리고 [천사의 속삭임]입니다.  
 

에반게리온: 파 

어른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형상화한 대표적인 영화가 [에반게리온: 파]입니다. 영화 에반게리온은 많은 대조를 갖고 있는 영화입니다. 전통과 현대의 대립, 세대간의 대립 등 무거운 대립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그 중 아버지와 아들, 신지와의 대립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대립입니다. 책임을 중시하는 기성세대의 눈엔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성장통의 핵심은 나 아닌 타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짊어져야 하는 공동체 내에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어른은 바로 책임감을 우선시하는 삶을 살게 되는 인생의 단계입니다. 결코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을 짐으로 의식하는 시기가 바로 성장통을 겪는 시기입니다.  


에반게리온은 신지의 정신적 고통의 원인이 바로 이 성장통입니다. 세상과 단절한 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신지이지만 아버지로 대변되는 사회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요는 신지의 고통의 원인 중 가장 큰 것입니다.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은 곳에서 살고 싶은 신지에겐 에반게리온을 몰아야 한다는 것은 가장 싫어하는 책임입니다. 그나마 아버지의 관심을 얻기 위한 정도이기에 에반게리온 초호기를 탈 뿐, 인류를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그의 모습은 철저한 개인주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신지도 점차 타인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책임에 대한 가치와 의무감을 배우며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관계에 눈을 뜨게 됩니다. 
 

바람 

[바람]은 의외의 신선한 바람을 한국영화에 던져주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영화였지만 19세 등급을 받아서 아쉬움을 전해 준 이 영화는 제멋대로인 어느 고등학교 학생이 좀 더 거칠게 세상과의 조우를 하게 되고 폭력과 담배, 그리고 폭력배 등으로 상징되는 거친 사회에 가깝게 가게 됩니다. 그러는 와중에 가족 구성원들과의 거리감이 생기고 자신만을 위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건강의 문제를 알게 됐고 가족이란 존재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슬픈 성찰을 합니다. 즉 개인만 존재했다고 생각했던 세상에 아버지의 헌신과 가족의 사랑이 자기 주변에 있음을 좀 늦은 시간에 알게 되면서 어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한국적 성장통의 모습을 가장 잘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그러면서 가족의 가치와 인생에서의 책임, 그리고 긍정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주연배우 정우씨의 실제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어서인지 영화에서의 리얼리티는 즐거운 낭만 속에서도 기막히게 형상화됩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의 재미있으면서도 풍자적인 모습은 아련한 향수를 들려주는 것 같으면서도 사회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폭력서클 등의 모습에서 정글 같은 이미지를 풍기면서도 유쾌한 고교 생활을 재미있게 묘사해서 보는 동안 결코 지루하지도, 무섭지도 않습니다. 그 속에서 한 고등학교 학생의 성장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천국의 속삭임 

 
소년 마르코는, 세상과의 관계가 시작할 때의 어린 시절, 가장 고통스런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즉, 시력을 잃게 됩니다. 똑똑했으며, 좋은 부모님이 있었던 이 어린 소년은 시력을 잃게 되면서 행복했던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어린 소년은 가정을 떠나 시각장애인용 기술을 익히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새로운 접촉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에겐 어른으로 가는 과정이 혹독하기만 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세상에 대한 그의 첫 반응은 ‘짜증’이었습니다. 과거의 즐거운 한 때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기에 매시간은 너무 싫었고 그래서 세상과의 문을 닫으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그 소년 앞에 나타난 소년들은 세상을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소년들이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그들이 전혀 보지 못한 세상을 들려줌으로써 마르코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들려주고 그들에게 기쁨을 들려줌은 물론 그 자신 역시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지혜와 어른스러움을 얻게 됩니다. 또한 그들을 통해 마르코는 다시 세상으로 다가갑니다. 좀 더 어른스러워지면서…
 

이 영화는 현재 생존하고 있는 이탈리아 최고의 음향감독 미르코 멘카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사회적 파장도 커서인지 이탈리아 장애아 교육 정책 법령을 바꾸게까지 합니다. 이런 소년 미르코의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몰린 어느 장애인의 세상과의 접촉을 따뜻한 시선으로 구성한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로 세상으로 다가갈 소년, 소녀들의 미래가 좀 더 편안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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