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라이벌, 매우 매력적인 짝이다. 경쟁하는 곳에 언제나 있기 마련이고, 결코 피할 수 없는 그런 존재다. 서로 경쟁하기에 서로를 증오할 수도 있지만, 서로 같은 입장이기에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존재다. 그래서인지 경쟁이 끝난 어느 시점에서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런 친구가 된다. 라이벌, 어쩌면 가족보다 더 자신을 많이 알고, 또한 나중에 그리워하는 그런 사람이 된다. 영화에서 이런 라이벌 관계를 놓칠 리가 없다.
영화 속의 라이벌들은 매우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든다. 다만 재미를 위해 둘 중 한 명은 부정적이거나 악당으로 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캐릭터 구성이다. 그들의 경쟁 속에서 영화의 극적 재미는 절정의 부분에서의 극한적인 대립으로 최고가 된다. 사실 절정 부분이 영화 매력의 최고 정점이며, 관객을 얼마나 끌어들이냐를 결정하는 부분이다. 라이벌은 그래서 영화 제작자들에겐 구세주일 뿐만 아니라, 관객들 역시 이것을 찾기 위해 영화 정보를 분주히 찾고 있다.
지금, 혹은 앞으로 개봉될 영화들에서 이 라이벌 관계를 담은 영화들이 눈에 띈다. 기존의 시나리오처럼 ‘선과 악,’ ‘승자와 패자’의 관계를 다루는 것은 물론 최고의 승부를 나누어도 결국 승부를 가르지 못한 ‘무승부 라이벌’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라이벌이 있겠지만 이 세가지는 모든 라이벌 관계를 다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올 겨울, 이 영화들의 감동으로 인해 추위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덜 수 있을 것만 같다.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
유명한 탐정 소설 주인공인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소설 속에 보여주지 못한 화려한 액션을 영화에선 마음껏 보여준다. 그래서 셜록 홈즈 영화 시리즈는 s/F에 가까운 어드벤처 영화가 됐고, 치열한 두뇌게임의 비중은 소설만큼 크진 않아도 볼만한 장면들은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이 영화는 선악의 구별이 확실하고 인간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와 같은 철학적 주제와는 조금 벗어나서 Killing time용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즐거운 오락을 제공할 것이다.
소설에서 철저하게 홈즈를 도와주던 왓슨(주드 로)은 영화에선 조금 거칠고 비판적이다. 그런데 이 왓슨이 영화에서 결혼을 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선 홈즈의 평생의 숙적으로 모리아티 교수(자레드 해리스)란 악당이 나온다. 이 악당의 능력은 홈즈에 어깨를 겨눌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존재로 홈즈도 한 번 진 경험이 있어서, 함부로 이길 것을 장담할 수 없는 그런 두뇌를 갖고 있어서, “홈즈, 목숨을 걸어라!”라는 문구까지 영화 포스터에 등장할 정도다. 유럽에서 엄청난 사건 뒤에 숨은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에서 명예회복을 바라는 홈즈의 승부는 이 영화의 볼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결국 홈즈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이런 과대선전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초한지
장기판 위에 있는 漢과 楚라는 왕이 이제 영화에 나타났다. 유방과 항우, 그들은 중국 역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라이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혀 다른 색을 지닌 이 두 사나이는 중국이란 거대한 땅을 두고 쟁패를 벌이며, 그에 대한 역사적 승부도 가려졌다. 하지만 그들이 싸운 그간의 역사적 과정의 흥미는 두고두고 이야기될 만큼 재미있으며, 문학이나 시, 그리고 영화에서 다양하게 해석되고 소비된다. 이 둘은 시작부터 서로 상반되는 색을 지닌 인물이다. 최고의 명문 집안 출신인 항우에 비해 유방은 유랑이나 하는 한량일 뿐이었다. 이런 그들이 경쟁을 하게 됐을 때, 어쩌면 이미 결정된 승부라는 생각을 많이 했겠지만 인생 역전을 꿈꾼 유방의 멋진 승리로 끝났고, 한나라 고조가 된다. 이런 뻔한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재조명할 영화 ‘초한지’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연기자들을 통해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유방을 경험 많은 여명이, 항우는 풍소봉이 담당한다. 또한 중국 최고의 미녀들 중 하나로 이야기되는 우미인을 중국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역비가 연기하는데 그녀가 현재 이 엄청난 미녀의 배역을 차지한 것을 보면 그녀의 미모는 자타가 공인하나 보다. 화려한 무술장면이 가득한 상황에서 항우와 우미인의 사랑 이야기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남성은 물론 여성팬들을 유혹할 것이다.
퍼펙트 게임
야구 경기는 어쩔 수 없이 라이벌을 양산하게 된다. 승패는 물론 기록이란 것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그 중 유별나게 위대하다고 표현할 만큼 뛰어난 두 투수가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됐다. 그들은 최동원과 선동열이다. 그들은 평생 딱 세 번 시합을 치렀고 공교롭게도 그 결과는 1승 1패, 그리고 1무승부다. 영화는 무승부가 된 그 마지막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라이벌 상황을 형상화한다. 점점 쇠퇴기에 접어든 최동원과 새롭게 부각되는 선동열은 1승 1패를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그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긴장감 속에 마지막 진검승부를 하게 된다. 모든 드라마적 요소를 담고 있는 바로 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 경기된 된 이 경기를 영화가 놓칠 리가 없다. 영화는 뛰어난 CG를 통해 마지막 경기의 생동감을 멋지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한 그들은 경기만 한 것이 아니고 인간적인 관계와 동료애, 그리고 힘든 인생 속에서도 꿈을 갖고 사는 선수들의 섬세한 감정과 감동을 치열한 경기 속에서도 우아하게 형상화한다. 말을 안 해도 서로 알 수 있는 수많은 환경들을 통해 최동원과 선동열은 많은 대화를 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많은 이들이 아는 것처럼 그들은 보통 투수라면 한계치라고 이야기되는 100개를 넘어 무려 200개 이상의 공을 던진다. 결코 질 수 없다는 자존심과 용기, 그런 것들이 영화에 보여지면서 화려한 야구경기를 탄생시킨다. 정말 위대한 경기였고, 영화는 그런 멋을 제대로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