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4주

 

    지금 세기말적인 우울함으로 가득 찬 영화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현재 살고 있는 이 지구의 위기가 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2009년은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심화된 해였습니다. 그런데 이 위기가 조만간 끝날 것 같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 젊은 20대에겐 ‘88만원 세대’라는 불운한 꼬리표까지 붙어있는 상황에서 미래는 무척 우울하게만 보입니다. 그렇다고 30-40대가 행복한 것도 아니고, 50대 이상은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샐 것입니다. 이런 경제위기에 전세계적으로 밀어닥친 환경피해는 지구가 과연 언제까지 인류의 터전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고 태평양의 도서 국가들이 언젠가는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란 이야기도 이젠 동화 같은 이야기로 치부하기도 힘들게 됐습니다. 자연보호는 이제 생존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운동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암울한 분위기는 국경을 넘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이 모든 것은 자본주의적 탐욕을 제어하지 못한 인간의 본능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 속에 보이는 세상은 자못 우울합니다. 그런데 이런 우울한 영화들 중 세 편은 매우 흥미로운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불운한 이야기지만 지구 멸망, 아니 인류 문명의 멸망의 이야기들이 세 가지 서사로 구성될 수 있는 것들이 있네요. 인류의 멸망 전, 그리고 멸망, 그리고 그 이후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모든 작품들이 다 볼만한 뛰어난 장점들을 갖고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세 편의 작품이 인간의 성찰과 반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진지한 철학 역시 갖고 있는 좋은 작품들입니다. 인간이 지금의 방식으로는 결코 미래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그 작품들은 멸망 전, 멸망, 그리고 멸망 이후를 의미하는 [에반게리온: 파], [2012], 그리고 [더 로드]가 그것입니다.  


에반게리온: 파
 

 

 

    일본 TV Animation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극장판입니다. 감독인 '안노 히데아키'에 의해 창조된 이 영화는 10년이 넘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도 극찬을 얻었던 영화 [에반게리온:서]를 다시 새롭게 각색한 이 영화에선 지구가 이미 ‘세컨드 임팩트’의 충격으로 인해 인류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지구의 불안은 푸른 빛에서 붉은 빛으로 변한 바다의 색을 통해 암시되는 것 같네요. 시작부터 불운해 보이기만 한 이 지구에 정체불명의 ‘사도’라는 존재가 인류의 멸망을 재촉하면서 지구를 공격해 옵니다. 이처럼 미지의 존재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제작된 ‘에반게리온’이란 전투 로봇엔 중학교 나이밖에 안 되는 소년과 소녀들이 파일럿으로 참가하게 됩니다. 이 어린 이들의 어깨에 인류의 운명이 짊어져 있습니다.  

    언뜻 보면 청소년들을 위한 만화영화로만 여겨지지만 이 영화에는 다양한 상징들과 현대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즉,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충돌,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책임성이 약화된 남성과 점차 강인해진 여성의 출현, 그리고 현실에 대한 부적응 문제와 인간의 본원적 모성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인간의 대한 지독한 불신, 비민주적 사회, 소외된 자들의 그늘 등 관객들에겐 대단히 어려운 주제들이 영화 한 편에 녹아 들어 있습니다. 그런 내용들 속에서 보이는 인간성의 복원과 그 희구는, 보는 관객들을 숙연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신지’라는 캐릭터의 변화와 성장은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으며 여자 파일럿 ‘레이’는 우리 모두의 이상향을 담는 듯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2012

 

    정말 멸망할지 아님 멸망하다 도중에 그칠지는 극장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겠죠. 그러나 이 영화는 멸망하는 지구, 혹은 위기에 빠진 인류와 그 문명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듯 합니다. 전작 [Independence Day], [Tomorrow] 등에서 지구의 멸망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줬던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는 지구의 위기를 보여주는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전문감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이 부분에선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인간에 대한 경고를 담은 영화입니다. 즉, 이 영화는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자연의 복수가 영화의 배경입니다. 그러나 자연재해를 기반으로 할지언정 인간에 의해 자행된 불미스런 행동들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또한 정부에 대한 불신도 그 한가운데 어디쯤에 있기도 합니다. 감독은 자연재해에 대한 인류의 대처는 그다지 우아하지 못할 것임을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지구의 멸망을 암시했다는 고대 마야 문명의 기이한 경고를 기반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재난 종합선물세트라는 별칭을 얻었을 만큼 대단한 장면들을 담아냈습니다. SFX와 CGI의 마스터라 할 만큼 위기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재난 액션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LA의 지진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입니다. 땅이 갈라지고, 대형빌딩들이 무너지며, 유람선이 뒤집어지고,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은 3D 영상으로 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특히 인간의 아늑한 휴양지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지진과 화산폭발로 무너지는 장면은 인간의 낙원이 인간에 의해 어떻게 무너지는 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영화의 설정은 주인공인 잭슨 커티스(존 쿠삭)는 인류 멸망을 대비하기 위해 진행해 오던 강대국 정부들의 비밀 계획, 즉 3년 동안 선별된 지구인을 피난시킬 계획을 알게 되는 것에서 시작하니까요. 그렇다고 잭슨의 행동이 인류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2012년이 되자 결국 전세계는 멸망하기 시작하는데, 그는 정부 계획을 안 이후, 무너지는 LA에서 가족을 구해서 피난길에 오르는 정도일 뿐이죠. 이 부분에서, 인간의 무력감을 느낄 수 있고 개인주의를 느낄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인간은 공존을 위한 희생이 아닌 <2012>의 가족들은 희생자들을 하나하나 밟으며 살아남는 이기적 생존을 선택합니다. 결국 멸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현대인의 이기적 행태를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자성을 이끌어 냅니다.   

The Road 

 

 

    이 영화는 인류가 만든 문명의 멸망 이후의 황량함을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잔인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그러면서도 또한 인간적인 휴머니즘에 새로운 희망을 기댄 영화입니다. 폐허 이후 이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나오는 이 영화는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후보인 ‘코맥 매카시’가 2006년 발표하여 ‘퓰리쳐상’을 수상했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메카시 소설의 대표적인 속성인 잔혹성을 가장 현실감 있게 그림으로써, 인간의 극한의 비극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있는 가족의 사랑은 괴로운 위기 속에서 인류의 마지막 희망 찾기의 영원한 해결책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의 탄탄한 내용을 영화가 잘 소화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영화의 완성도는 이미 합격을 받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잿더미가 된 세계입니다. 그런 험상궂은 세상 속에서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은 굶주림과 혹한을 피해 무작정 남쪽으로 길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기본설정입니다. 공포에 질린 아들(코디 스미스 맥피)과 그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버지(비고 모텐슨)는 어려운 환경에 내동댕이쳐진 부자의 가련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현대의 위기에 빠진 가족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 이들의 관계와 상황은 영화를 극한의 위험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특히 이 둘을 노리는 인간사냥꾼들의 위협은 지구가 황폐한 이후, 변해버린 인간들의 잔혹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우리 인류의 모습이기도 하고, 인간의 문명 이전의 본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그들 둘의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는 필수용품들인 물과 기름, 식량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게도 됩니다. 가족에게 혹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구 멸망 이후의 비극을 강렬하게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또한 거친 환경에서의 사투는 살아남은 자들이 공포가 된 세상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멸망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기 싫지만 ‘만약’이란 단어 앞에 놓인 우리들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자성이 왜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은 물론 인류의 생존이 과연 가능한지, 아님 실패할지는 극장 안에서 확인해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최악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 그에 대한 올바른 실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편의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OST 들) 

 

 

 

    현재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점차 핵무기에 버금가는 무서운 재난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설사 재난이 먼 미래에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그 변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며 지구와 인류는 점차 위기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인류는 반성해야 하고, 또한 건전한 공동체를 위해 우린 단결해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는 [에반게리온: 파]에서 시작해서 [2012]를 거쳐, [더 로드]의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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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탐정, 어릴 때의 낭만이자 동경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탐정소설에 탐닉했고 목말라 했죠. 탐정의 사전적 의미로는 비밀사항이나 사정을 은밀히 알아내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처음엔 국가기관을 위해 일하다가 점차 사적 영역으로까지 확대됐죠. 사실 정의나 법을 위해서라기보단 의뢰인을 위해서 사건을 조사, 추리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나 이상한 마법을 가진 것처럼 탐정의 탁월한 추리능력과 무술 등으로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했고, 대중이 상상하는 것 이상을 언제나 보여줘서 다양한 서사를 즐길 수 있게 함은 물론 환상적인 매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탐정은 지금까지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매력적인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마치 대를 이어 내려오면서 탐정의 매력은 더욱 신화적인 내용들까지 가세했습니다. 그런 매력 속에 있는 어린 시절에서의 탐정의 향수는 쉽게 사라지지 않나 봅니다. 특히 ‘괴도 루팡’이나 ‘셜록 홈즈’ 등의 소설 캐릭터들은 오늘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지녔습니다. 왜냐하면 극장 역시 언제나 탐정영화를 계속 만들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이런 탐정소설들의 캐릭터들은 Genre를 불문하고 SF에서 조선시대 암행어사로 활약하는 모습을 담은 OCN 드라마인 ‘조선추리활극 정약용(2009)’으로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올해를 마감하는 지금까지도 탐정영화가 계속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셜록 홈즈], [C+ 탐정], 그리고 [그림자 살인]이 바로 그런 영화들입니다. 
 

셜록 홈즈 

 

  아마도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인 탐정 캐릭터인 셜록 홈즈가 다시 한 번 영화로서 제작됐네요. 코난 도일이 120년 전에 만든 이 탐정 캐릭터는 이미 많은 작품들에서 선보여서 새로운 뭔가가 다시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매력이 발휘됩니다. 여기에 SF적인 요소와 CG에 의해 더욱 화려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이번 셜록 홈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그리고 그의 영원한 친구이자 비서인 왓슨 박사엔 주드 로가 담당해서 초호화 출연진을 구성했네요. 여기에 대응하는 악당은 악당 블랙우드로 세상을 파괴하려는 목적을 이루는 전형적인 악당입니다. 여기에 미모의, 그러나 미지의 여인 아이린(레이철 맥아담스)이 복잡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무엇보다 신나는 장면이 기대되는 영화네요. 
 

C+탐정 

 

  과거의 아이돌 스타인 곽부성의 한국에서의 재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사실 2007년 작품으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상 내역을 본다면, ‘27회 홍콩금상장영화제(2008) 후보남우주연상(곽부성)’, ‘편집상,’ ‘미술상(아누소른 핀요포자니),’ ‘음악상,’ ‘음향효과상,’ ‘의상디자인상,’ ‘시각효과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작품성이 매우 높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대중성을 갖고 있어서 단순한 킬링타임용으로 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영화로도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즉 이 영화는 액션에 추리 극을 코믹하게 썩은 작품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것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주인공 탐정인 ‘아탐’은 죽임의 위협에 빠진 ‘혜심’의 의뢰를 받는데 그에 따른 무서운 비밀과 상대하게 됩니다. 나중에 초자연적인 문제와 부딪히게도 되는데 무엇보다 액션과 코믹을 잘 보여준 곽부성의 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림자 살인 

 

  한국에선 거의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탐정영화의 시작을 알린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한국형 탐정 캐릭터에 목말라하던 한국 영화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영화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2005년 ‘제 7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의 당선작이었던 <그림자 살인>을 각색해서 만든 이 영화는 출연진으로 황정민, 류덕환, 엄지원, 오달수 등 뛰어난 연기자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들이 만든 영화 캐릭터는 한국형 탐정의 탄생을 연 ‘홍진호,’ 근대화 초기에 들어온 서양의학의 의학도인 ‘광수,’ 그리고 사대부가 며느리이면서도 신여성의 특색을 보여준 사대부가의 며느리이지만 신여성 여류발명가로 활동하는 ‘순덕’ 등 한국 영화에선 색다른 캐릭터들을 선보이며, 전통과 근대가 동시에 혼재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캐릭터의 다양성을 더욱 높이기도 했습니다. 무섭고 기이한 살인사건, 이상한 카라쿠리 인형, 그리고 지금 봐도 즐거운 서커스 등 추리영화를 추리 영화답게 만들어준 특색 있는 소재들이 넘쳤습니다. 또한 부정부패와 같은 진지한 시대적인 고민을 담기도 했습니다. 한국영화의 수준을 높인 이 영화는 다시 봐도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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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2주

  갑작스레 쿠바와 관련된 영화들이 보이네요. 어떤 이에겐 이상향을, 또 어떤 이에겐 적대국가로만 알려져 있는 쿠바는 한국사람들에겐 너무 미지의 나라일 뿐입니다. 이런 쿠바를 한국사람들에게 더욱 가깝도록 해주는 영화들은 어쩌면 쿠바를 알려주는 해외사절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즐거운 문화를 함께 즐기고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한 번 음미하면서 한국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멋진 인생관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할 것입니다. 또한 영화의 매력인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간접경험을 통해 한국인들이 접해보지 못한 그들 특유의 문화를 통해 우리와 다른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면 합니다.  

  예술성 위주로 만든 작품들이 많다 보니 대중성은 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쿠바의 예술,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크게 만족할 영화들입니다. 여기서 소개될 영화는 세 편입니다. [시간의 춤], [쿠바의 연인], 그리고 [하바나 블루스]가 그것들입니다. 특히 뒤의 두 작품은 현재 진행되는 <제35회 서울독립영화제(SIFF) 2009>와 <시네마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음악, 영화를 연주하다'>의 소개작들입니다.
 

시간의 춤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로 소개된 [시간의 춤]은 쿠바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시대적아픔의 시기였던 1905년, 멕시코로 돈 벌러 간 한국인 1000명 중 유카탄 반도에서 다시 쿠바로 밀항한 300명과 그 후손들의 삶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감독 송일권 감독의 오랜 기간동안의 체류 속에서 느낀 바를 다양한 주제를 갖고 형상화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들만의 세계관과 문화를 갖기 시작한 쿠바의 한국 이민자들은 역시나 자신들만의 즐거움을 창조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서의 살사 춤은 그들의 자립과 멋을 보여주는 명장면입니다. 또한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이웃에 대한 우리들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자문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쿠바의 연인 

 

  제35회 서울독립영화제(SIFF) 2009 작품이기도 한 이 영화는 역시나 쿠바라는 지역을 탐방하는 영화입니다. 이미지가 없어서 유감이지만 그래도 즐거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현지인과 타인의 공존의 문제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다룬 작품입니다. [시간의 춤]이 토착화된 이민세대들에 관한 영화라면, 이것은 국적과 문화가 아직 강고하게 자리잡은, 현대를 살고 있는 어느 한국 여성과 쿠바 청년간의 경험을 위주로 제작됐습니다. 지상의 낙원으로만 여기는 쿠바로, 한국 여성이 직접 들어가 살면서 과연 쿠바란 나라가 어떤 사회인지 관찰하는 반면, 쿠바 청년은 역으로 한국에서 과연 잘 살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영화입니다. 둘 간의 사랑도 있지만 사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이질적인 인간들이 과연 공존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형상화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역시 쿠바를 다른 이민들로 일반화할 수 있기도 하네요. 
 

하바나 블루스 

 

  쿠바의 음악과 그들의 삶을 동시에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10회 전주국제영화제(2009)의 작품이기도 한 이 영화는 쿠바의 수도인 하바나(아바나로 발음하는 것이 정확합니다)에서의 쿠바인들의 힘든 삶을 엿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음악으로 현실적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두 청년 루이와 티토에게 인생역전을 할 수 있는 제의가 들어옵니다. 스페인에서 온 유능한 음반 프로듀서가 그들을 스카우트, 스페인으로 가서 그들을 음악인으로 키우겠단 제의였죠. 단순한 소일거리 취미가 인생을 뒤바꿔줄 크나큰 행운으로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노래와 음반 준비를 하죠.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장밋빛은 아니었습니다. 거의 노예계약 수준이었던 계약으로 그들은 좌절하게 됩니다. 현실적 고통을 벗어나기 힘든 사회의 마이너러티들의 어두운 현실을 보게 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루이와 티토는 고민에 휩싸이죠. 그러는 와중에 이별을 준비하는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합니다.
  영화의 스토리 역시 재미있지만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음악 역시 대단한 수준작들이고 다양한 쟝르를 포함하고 있어서,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쿠바 식의 얼터너티브 록, 펑크, 팝, 블루스는 물론 힙합까지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09년 12월 18일에서 31일까지 진행될 [제 3회 시네마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음악, 영화를 연주하다']에서의 '다시 보는 2009 음악영화' 섹션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의 음악이 왜 뛰어난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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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4주

비밀, 그것들을 품은 영화들
: 불운과 호기심으로의 초대
  


비밀, 영화에서 가장 큰 매력일 것입니다. 혼돈과 불안을 느끼게 하는 사건의 이면에 숨쉬는 원인들은 언제나 비밀로서 감춰져 있습니다. 그 비밀을 캐려는 사람들의 불안과 번민 등은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소재로 보여주곤 합니다. 또한 사랑하는 자의 비밀은 고통의 근원이자 분노 혹은 사건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영화들이 이번에 세 편이나 소개되네요. 지구의 멸망이나, 흐뭇한 사랑의 이야기도 좋지만 비밀을 품은 이야기들 속으로 들어가서 인간의 진솔함과 욕망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의 즐거움과 공포, 그리고 슬픔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신부의 수상한 여행 가방 キラー・ヴァージンロード, 2009 


“모든 신부에겐 비밀 사연이 있다!”
사랑하기에 결혼으로 골인하는 것은 당연한 행복의 끝이죠. 그런데 남친과의 결혼을 위협하는 사건으로 인해 고생하는 어느 신부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어처구니 없는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신이 그렇게 고대하던 결혼이 파탄을 맞을지 몰라 전정 긍긍하고, 그래서 숨기다 보니 비밀이 많아지죠. 결혼하고 나서 해결하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네요. 비밀 하나 지키려다가 기상천외한 모험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녀가 그렇게 지키고 싶은 가방 속의 비밀은 무엇일지 영화를 다 보시고 나면 해결되겠죠. 그러나 그것을 풀려는 많은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추격과 도망가려는 히로코(우에노 주리)의 즐거운 추격신이 일품입니다.  
 

백야행, 2009

 

 영화 포스터에 나타난 흑과 백의 조화는 묘한 긴장과 대조를 보여줍니다. 뛰어난 연기자들이 대거 출현해서, 영화의 퀄러티는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기본설정은 바로 ‘비밀’입니다. 어느 의문 많은 살인사건에서 맺어진 세 명의 인간들이 14년 후에 다시 관계를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런 이야기는 영화의 긴장감을 극도로 높입니다. 14년전 피해자와 가해자의 아들과 딸로서만 알려진 미호(손예진)과 요한(고수)의 슬픈 관계는 한 쪽의 욕망과 다른 한 쪽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기묘한 살인사건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과거를 지우려 하는 여자와 그런 그녀를 도우려는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불우하고 어두운 과거는 무서운 현실을 계속 만들게 되며,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슬픈 인생과 비극적 희생, 그리고 차가운 외면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고수의 차갑고도 따스한 매력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시크릿 Secret, 2009
  

 

영화 제목 자체가 Secret, 즉 비밀입니다. 영화 [세븐 데이즈]와 [추격자]와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보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자기 동료경찰의 실수도 용서 않을 정도의 정직한 경찰이 자신의 아내가 어느 살인사건의 혐의자로 떠오르면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는 역설을 시작으로 영화의 서사가 진행됩니다. 사회를 비꼬기 위한 설치일 수도 있는 강력반 형사(차승원)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불행한 일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강력반 형사에 반하는 인물들은 조직 밖엔 조직보스가 있고, 직장에선 그의 고발로 징계 먹은 동료 형사가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살인 혐의자가 되어 버린 그의 아내(송윤아)가 있습니다. 영화는 제목처럼 다양한 비밀이 숨어 있는데, 아내가 정말 살인범인지부터 시작해서, 누가 진정한 범인인지, 그리고 부부의 자식이 죽은 이유 등 다양하고 복잡한 시크릿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풀리는 과정에서의 인간의 불운과 신뢰의 문제, 그리고 반성과 성찰 등 다양한 내용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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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2주 당첨자 발표

  좀 무거울 것 같은 소재를 갖고 영화 소개를 하게 되네요. 그런데 요사이 영화에선 죽음에 대해 예상 외로 많이 소개됩니다. 사실 예술에선 죽음이란 문제를 갖고 오랫동안 다루기는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무서워하고, 자칫 어느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 있기에 함구하고 외면하는 주제이긴 하지만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는 것이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술은 인간의 본질이나, 고독, 고통 등 부정적인 것을 형상화한 지 오래이며, 예술의 하나인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좀 불운해 보이는 주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참고할 만한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영화 속에서 나타난 죽음이란 문제를 목도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것도 영화가 이루려는 목적이니까요.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가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선 우선 죽여야 할 임무를 수행하는 자인 교도관의 이야기를 다룬 [집행자],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Kill Me], 그리고 죽은 후에 그의 화려한 그 때를 추억할 수 있는 [This is it]이란 영화입니다. 
 

 

  사형수의 죽음을 강요하는 교도관의 비극과 우울함,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사회의 비정함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집행자는 영화의 주제가 무척 무겁습니다. 억지로 강요된 사형집행을 위해 그들이 겪게 되는 인간적 고통은 사형을 왜 다시 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질문합니다. 정치적 편의와 사회적 안정을 가장 쉽게 이룰 수 있다는 만용 속에 이루어지는 어느 면에선 폭력일 수 있는 사형제는 집행하는 자들의 우울함과 비극만을 잉태하며, 결국 교도관은 물론 우리 모두의 불편한 고충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음을 뛰어난 연기력과 연출력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로도 강추입니다. 
  

 

  ‘킬미’는 ‘르와르가 될 뻔한 코미디’란 영화의 부제답게 즐거운 코미디물 같습니다. 그러나 그 뒷면에 흐르는 것들은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닙니다. 남자에게 차이고 자신을 죽여달라고 킬러에게 부탁한 어느 여자에 대해 킬러이면 그냥 킬러답게 해결해도 되는데, 자살을 위해 이용됐다는 사실에 흥분하면서 의뢰 받은 것을 포기하죠. 둘 다 무척 기이하고 역설적입니다. 자살하겠다면 스스로 해도 되지만 남의 손을 빌려야겠다는 여자와 킬러면 킬러답게 의뢰 받은 데로 그냥 처리하면 될 것인데도 자살을 돕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완벽한 역설입니다. 죽음 대신 찾아온 사랑 이야기는 최근 힘들어서 죽음을 생각하는 젊은 분들에겐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하네요. 아무튼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서 시작되는 한 커플의 만남과 기이한 애정은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그 역설 속에 담겨 있는 진지한 인간관계와 삶의 문제를 즐거우면서도 한 번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 코믹 연기의 달인들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사할 것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은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의 노래와 춤은 모든 이들이게 환상과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화려한 모든 것은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어쩌면 그가 우리들에게 주었던 많은 행복들을 우린 놓치기 싫었을 것이고 그가 영원히 피터팬처럼 우리 모두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마술사였으면 했습니다. 비록 여러 추문이 있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것을 믿지 않을 만큼 그는 착한 이미지의 엔젤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죽었습니다. 그런 상실을 그나마 상쇄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영화가 [This is it]이란 LA Staple Center에서의 모의공연실황을 재구성해서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마이클 잭슨’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시고 고인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함은 물론, 그의 위대한 예술혼과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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