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4주

  방송이든 영화든 언제나 사랑의 주인공들은 젊다. 특히 20대가 대다수인데 종종 어린 10대가 사랑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다. 가장 많은 영화 수요층이 젊은이들이라는 것이기에 가능한 제재다. 이렇게 되다 보니 연세 드신 노인분들이 사랑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이런 사랑을 시도하는 것도 낯설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대중성을 얻기 힘들어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반려될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에 과감히 도전하는 어른들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들이 상영된다. 무척 인상적인 시도다. 고령화시대에 색다른 인생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고, 편견에 사로잡힌 인생을 박차고 나가서 어르신들도 더욱 활기차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영화다. 그것을 통해 삶이 얼마다 더 풍성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영화들에 포함된 것이 ‘그대를 사랑합니다,’’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그리고 ‘죽어도 좋아’이다.  

 

죽어도 좋아 



  2002년 이 영화가 개봉됐을 때, 말도 많았던 영화다. 나이가 먹은 어르신들이 나누는 대화가 매우 농도가 짙었고, 말만 어르신들이지 사실 젊은이들 캐릭터라고 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을 그런 영화다. 나이든 어른신께서 공원에서 자신의 이상향을 만나셨다는 기발한 발상은 한국영화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했다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았다. 편견과 타성을 깬 이 영화는 특히 만나자마자 바로 동거를 한 내용은 물론, 격렬한 사랑을 하면서 아들 하나만 낳아 달라는 대사는 정말 기발한 것인지 철없는 것인지 모를 만큼 기특한 재미를 제공한다. 나이가 들어도 인간의 본성을 살아있다는 것을 묘한 구성으로 보여준 영화다. 특히 이 영화는 어디까지가 동화인지 모르지만 분명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이런 특이함 덕분에 24회 청룡영화상(2003) 후보신인감독상(박진표),과 함께, 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2003) 후보신인 남우상(박치규), 신인 여우상(이순예), 신인 감독상(박진표) 등을 수상, 단순한 화제를 넘어 수준 높은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나이 들어 충격을 받은 어느 노신사의 비극이 이 영화의 도입부이다. 딸이 결혼한다는 말에 매우 설렌 마음에 뉴욕에서 런던으로 날아갔지만 친아빠인 자신이 아닌, 새아빠와 함께 딸이 결혼식장에 들어설 것이란 사실에 충격을 받고, 여기에 회사로부터 해고통보가 더해진다. 아마도 오늘날의 가장의 비극을 짧지만 굵게 형상화했다. 이런 불행 속에서 노신사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에게 아무것도 남겨진 것이 하나도 없는 그때, 그가 새로움을 준비해야 할 그때, 사랑이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은 바로 사랑이다. 말년에 자신의 주변사람들로부터 귀찮은 존재로 하락한 하비에게 용기를 준 이는 사랑의 상처에 두려움을 떨며 스스로의 내면에만 집착하고 있는 케이트다. 그와 그녀는 그렇게 힘들어 어려울 때 만나며,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존재로 재탄생한다. 최고의 배우들인 더스틴 호프만과 엠마 톰슨은 말년의 연인들을 매우 실감나게 형상화했다. 특히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내용을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영화로 만든 것은 그 둘의 힘이 컸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 활력일 것이다. 그리고 쉽게 포기할 만큼 인생은 매우 무가치한 것이 아님을 자각하도록 이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나 보다. 어른들의 사랑이 이제 아무 거리낌없이 나오고, 또 반응 역시 나쁘지 않다. 미래의 젊은이들 모습을 볼 수 있어서인지, 아니면 사랑엔 국경은 물론 나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여서인지, 아니면 이혼도 많은 시대에 사랑을 위한 인생의 시간이 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어른들의 사랑이야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영화에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어른이 되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알콩달콩한 사람을 할 수 있는 캐릭터로 무장했다는 사실이다. 즉 나이에 비해 매우 젊은 분들이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옛 감정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구성은 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그런 낭만적인 사랑으로 이 영화는 더욱 힘을 받은 것 같다.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고, 김수현 작가의 극찬을 받았다는 다양한 Gossip 거리들도 있을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른이 됐어도 사랑을 통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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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2-2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볼만한 영환가 보군요.
아직 저 사람들만큼 안 늙어봐서일까
저들의 사랑을 머리로는 인정할 수는 있어도
왠지 쓸쓸하다는 생각을 해요.
예전에 이 비슷한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제목이 영 생각이 안 나네요.
둘 다 치매에 관한 얘기가 나오던데...
하나는 <노트북>이었나?
아, 나야말로 치맨가봐요. 흑~

그래도 이 영화는 비슷한 연배끼리의 사랑을 다루기나 하죠.
<라벤더의 향기>던가? 그 영화는 정말 쓸쓸하더군요.ㅠ

novio 2011-02-27 17:23   좋아요 0 | URL
저도 어르신은 아니라서 잘 이해는 안 됩니다. 영화 만드는 감독들도 얼마나 이해했는지 솔직히 궁금도 하구요. 혹시 자신들의 연배의 사랑을 과감히 확대해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한국에서 사랑은 국경도 사라지고 있는데 이젠 연령의 한계도 사라지고 있는 듯 합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행복할 수 없는 이 시대, 저렇게라도 거침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게 진정한 행복의 길이 아닐까 생각도 들구요. ^^

stella.K 2011-02-28 15:34   좋아요 0 | URL
앗, <라벤더의 연인들>이었어요.
정신머리하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