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3주

  하정우, 현 영화배우 중 최고라 한다면 좀 과찬일까? 그럴 수도 있겠고 아니라고 하는 영화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든 그는 뛰어난 영화배우다. 다들 그렇게 안다. 그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볼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성은 물론 예술적인 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많다.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영화에 그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것, 확실히 감독들이 좋아하는 배우인 것은 분명하고, 역시나 좋은 배우임이 입증되지 않았나 하는 판단을 한다.
  하정우는 영화의 단역에서 자주 얼굴을 보이다 점차 주연으로 성장한, 단계를 밟고 올라간 배우다. 얼굴이 아이돌 수준이 아니어서인 것만 같다. 그래도 단역에서 조연으로 그리고 현재엔 거의 주연으로 캐스팅되고 있다. 어쩌면 한국영화의 발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발전은 무척 눈 여겨 볼 만한 성장이다. 특히 그의 초기작이면서 그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용서받지 못한 자(2005)’는 그의 성장과 아울러 한국영화계의 큰 자취를 남긴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감독이었던 ‘윤종빈’은 주목 받았고, 하정우는 뛰어났고 그가 타고난 연기자임을 확인시킨 출세작이다. 이후 ‘추격자’로 그는 최고의 스타가 된다. 
 

 

 

  이렇게 생각되는 배우,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들은 좀 오랜 기간 동안 영화계에 종사해서인지 다양한 분야에 출연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의 매력 중 가장 큰 것은 매년 그의 이력에 포함될 영화들은 분명 화제작이나 문제작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런 전통은 그의 영화이력이 진행되는 순간에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데 그의 작품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고, 그렇게 나누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영화들 중 하나의 주제로 한 번 골라본다면 아주 좋은 구성이 될 것만 같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끄는 주제는 바로 사회 Loser들을 대변하는 영화에서 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영화배우들도 해당되는 사항이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가 주연했던 Loser의 모습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그가 ‘프라하의 연인’과 같은 로맨틱 사랑 영화에 나오기도 했고 ‘구미호 가족’에선 즐거운 공포물에도 출연했지만 아마도 난 Loser의 영화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그가 출연한 Loser영화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지금도 상영되고 있는 ‘황해,’이고 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가대표,’ 그리고 ‘비스티 보이즈’다. 
 


황해(2010)
 

 

  한국 사회의 Loser로 변한 중국 동포들, 그들의 삶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힘들긴 마찬가지다. 황해란 영화는 그렇게 사는 어느 중국인의 불행한 운명을 다룬다. 실화를 바탕으로 가상이 덧붙여서 제작된 이 영화에서 하정우가 중국 연변의 동포로 나온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 불법으로 황해를 건너는 장면, 그리고 부산에서 쫓고 쫓기는 장면, 그리고 동물 뼈를 흉기로 사용하는 장면들은, 초현실주의적으로 보일 만큼 잔인하고 또한 기괴했다.
  하정우가 분한 ‘구남’은 모든 것이 빼앗긴 조선족으로 괴로운 현실을 탈피하고자 한, 사회적 Loser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일면식도 없는 자를 죽이라는 청부를 맡게 되고, 이후 버림받는다. 한국 사회에서도, 그리고 중국 연변으로부터도 버림받는 그가 갈 곳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황폐화된 구남을 연기한 하정우는 무척 인상 깊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갈 곳 없는 자의 마지막 로망은 허무하기조차 한데, 하정우의 조선족 연기는 나홍진 감독이 왜 그를 ‘추격자’ 이후 다시 작업하고 싶었는지 이해시킬 것이다.     


국가대표 (2009) 
 

 

  하정우의 스타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영화다. 그리고 국가대표라는 허울 뒤에 있는 스키점프 선수들이란 Loser들의 희망과 절망, 그리고 도전 등을 멋지게 형상화했고, 이 영화는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으로도 엄청난 성과를 거둔다. 무엇보다 천만 관객을 넘었다면 대중성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특히 2009년도의 또 다른 천만 관객을 이끈 ‘해운대’와의 치열한 경쟁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정우가 연기한 것은 전(前)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지만, 자신의 친엄마를 찾아 한국으로 와 스키점프 국가대표를 맡게 되는 입양인 Bob이다. 문제는 한국의 스키점프 상태인데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전부 다 해봐야 4명이고 이들의 선발과정은 영화 속에선 거의 코미디 수준이었다. 지금도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만 같은 스키점프는 동계올림픽을 꿈꾸는 한국동계스포츠의 열망으로 인해 급조된 팀이라 다른 종목에서 실패한 선수들이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선 군대를 가면 안 되는 Loser들을 선수로 선발한다. 그나마 하정우의 Bob이 가장 elite일 뿐이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그들을 악용한 한국사회의 추악한 면이 발단이 되긴 했지만 영화 속의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유야 어떻든 최선을 다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어 낸다. 그 속에서 하정우는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했고,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 중, 나가노 올림픽에서 무시 받으며 입국한 그들 중 Bob의 눈물 어린 고뇌에 찬 연기는 자칫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었던 장면을 가장 감동적으로 바꾼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대중적으로도 경합했던 ‘해운대’와는 수상에서도 많은 경쟁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하정우는 백상예술대상(2010), 30회 청룡영화상(2009), 46회 대종상영화제(2009)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비스티 보이즈 (2007) 
 

 

   하정우의 사회 Loser 연기 중 가장 이색적이 될 것 같은 영화다. 또한 그와 함께 출연한 또 다른 연기천재인 윤계상과 뛰어난 하모니를 하정우는 만들어 주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하정우의 연기 파트너 복은 타고났다고 할 수 있는데 이후 김윤식과의 만남 역시 그런 복의 연장선인 것 같다. 종종 한국 며느리의 표본으로 상징되는 동네인 청담동, 그곳은 한국에서 가장 잘 사는 부촌이다. 하지만 그곳이라고 한국의 Loser가 살지 않는 곳은 아닌가 보다. 청담동에 있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호스트들은 비싼 여성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회적 Loser들이다. 이런 곳에서 하정우는 호스트로 열연을 하는데, 그는 이 영화에서 인생의 건설적인 현재와 미래엔 무관심한 채, 오늘의 즐거움만을 쫓는 호스트 바의 리더 재현으로 분한다. 대충 즐겁게 사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기존의 생활과의 결별 과정에서 인생의 쓴맛이 다가 온다. 이런 과정에서 하정우는 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새로운 영역에서의 개성을 맘껏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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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23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정우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긴 한데 이렇게는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질 것 같아서. 특히 추적자는
국가대표나 그 전도연하고 나왔던 멋진하루 정도로만 나와도 좋을 것 같은데.
하긴 요즘 루저가 대세여요.ㅋ
잘 쓰셨네요.^^

novio 2011-01-23 22:49   좋아요 0 | URL
하정우는 앞으로 무한한 변신을 할 것입니다. 연기자의 숙명이겠죠?^^ 그의 여러 작품들 중 주제 하나로 해서 선별해 봤을 뿐입니다. 나중에 다른 주제로 한 번 다시 해보겠습니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1주

  코미디언 심형래 감독이 피가 낭자하고 폭력이 가득한 조폭 영화를 만든다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비웃을지 모른다. 자기 분야에나 열심히 하라고 충고하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겠고, 그 이상의 비난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심지어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조차 든다. 그런데 코디미언이 폭력적인 영화를 만든다?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믿지 못할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최근 작품인 ‘라스트 갓파더’는 심 감독 특유의 코미디적 요소가 중심인, 그야말로 코미디 작품이다. 원래 자기 출신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예술인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특성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 2의 천성을 철저히 망각할 채, 코미디언이면서도 피가 가득한 무서운 조폭 영화만을 만드는 감독이 있다면 다들 믿기 힘들겠지만 그러나 엄연히 일본에 존재하며, 그가 만든 영화 역시 초지일관되게 나오고 있다. 그의 이름은 이미 명감독의 반열로 가고 있는, 아니 어쩌면 이미 이르렀는지 모를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다.
  그는 지금도 현역 코미디언이다. 그리고 감독으로서의 입지도 탄탄하다. 이 둘을 병행하면서 그는 두 개의 이름을 병용한다. 아마도 이름에 따라 그가 각각 평가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인지 모르겠다. 코미디언 이름은 ‘비트 다케시’로 불리면서 배우이자 감독으로 작업할 땐, ‘기타노 다케시’로 불린다.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로 만든 영화들은 거의가 조폭이 주인공이고, 엽기적인 폭력, 아니 폭력의 한계를 묘사하듯 거친 내용과 화면으로 가득 찬다. 그의 최근 영화인 ’아웃 레이지‘ 역시 조폭들의 영화이다.
  ‘아웃 레이지’는 잔인한 폭력이나 쉼 없는 살인 등은 그렇게 변한 것은 없지만 그러나 과거의 영화와는 달리 야쿠자들이 매우 비열해졌고, 배신과 음모가 주를 이룰 정도로 그의 영화에서의 야쿠자의 캐릭터가 다소 변한 것 같다. 아마도 그가 보는 세상이 변한 것 같다. 그래도 2010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을 보면 그는 아직도 건재한 것 같다. 
 

 

  그의 과거의 작품들은 너무 많고 또한 볼만한 걸작들이 또한 많다. 죽음의 미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찰 문제까지 확장하고 있는 그의 미학으로 인해 한국에서도 그의 고정팬들이 많다. 비록 극장을 통한 개봉작보단 다양한 경로로도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도 그의 미학을 충분히 즐기는 관객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제 그가 보여주는 미학을 통해 그의 영화 세계를 확인하는 것도 무척 의미 있는 것이리라.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하나비,’가 우선 뽑힐 것이고, 미국에서의 야쿠자를 담은 ‘브라더,’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보다는 비트 다케시로 나타난 ‘기쿠지로의 여름’ 역시 생각난다. 
 

하나비
 

 

  어느 경찰의 비극을 다룬 이 영화는 그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을 만 하다. 경찰이었지만 경찰의 비극을 떠안게 된 ‘니시(기타노 다케시)’의 행로는 비극 그 자체다. 자기 동료와 후배의 죽음 앞에서 경찰직까지 그만두고 야쿠자에게 고리대금으로 빚을 지게 된 ‘니시’는 한 때 경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털게 되면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야쿠자에게도 쫓기고 경찰에게도 쫓기는 ‘니시’의 모습은 서글픔 그 자체겠지만 그것을 승화하듯 아내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은 영화에서 아름답게 형상화된다.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둔 시한부 인생의 아내의 소망인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하게 된다. ‘하나-비’의 뜻은 ‘불꽃(놀이)’란 뜻으로, ‘하나(花)’는 삶과 사랑을, ‘비(火)’는 총화 즉 폭력과 죽음을 상징한다. 기타노 다케시는 이 영화로 일본 영화제는 물론 감독이 이후 4년만에 주연과 감독을 겸한, 그의 7번째 작품으로 제54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함으로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브라더 
 

 


  만약 야쿠자가 미국에 간다면?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곳에서 야쿠자로서 생활한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계약으로 행동하는 미국인들에게 있어, 충성과 의리로 대변되는 야쿠자 문화는 매우 독특하고 희한할 것이다. 일본 도쿄에서의 야쿠자 생활에 실패하고 자신의 동생이 살고 있는 미국 LA로 간 어느 야쿠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야쿠자가 미국에 있는 멕시코 갱단은 물론 마피아들과 경쟁하면서 흥하고 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쿠자 문화에 동화되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동양에 감복하는 서양인이라고 하면 좀 억측이겠지만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처럼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특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야쿠자들의 기본적 예절과 행동 방식, 그리고 조직을 위한 몸가짐 등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런 소재를 갖고 제작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흥미로운 사건들과 재미가 풍성하다. 역시나 잔인한 폭력은 사라지지 않지만 인간미가 물씬 흐르는 일본 야쿠자인 ‘야마모토(기타노 다케시)’와 그의 일본 조폭 부하들의 매력은 무척 인상적이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함을 유지하고 있는 ‘야마모토’의 모습은 기타노 다케시가 언제나 담고자 한 그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배려 역시 야쿠자지만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자 한 결과일 것이다. 

 

기쿠지로의 여름 

 


  아마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중 거의 유일하게 피가 낭자하지 않은 영화일 것이고, 장래에도 유일할 것만 같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입장에선 새로운 시도였을 것이고, 원래의 직업인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가 제작했다고 봐도 될 영화다. 폭력적인 영화에 대해 그가 내놓은 새로운 해법일 수 있고, 어쩌면 폭력영화만 할 줄 안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기 위해 내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주인공은 야쿠자란 점에서 그는 기타노 다케시란 속성을 계속 유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엄마를 찾으러 가는 어린 ‘마사오(세키구치 유스케)’와, 그를 보호하면서 엄마를 찾도록 도와야 할 사명을 띤,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는 전직 야쿠자인 ‘기쿠지로(기타노 다케시)’의 즐거우면서도 감동적인 로드 무비인 이 영화는 언제나 사건만 일으키는 야쿠자의 엉망인 활약 속에서도 로드무비의 특성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한 헤어지면서 얻게 되는 인간적 매력과 성찰을 담고 있는 코미디 영화다. 서로 이름도 모른채 여행을 시작한 어른과 꼬마의 이 기이한 이 영화는 특별히 영화 마지막까지 기타노 다케시가 담당한 야쿠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왜 기쿠지로인지 잘 몰랐다가 맨 마지막에 ‘아하’하는 느낌을 얻게 된다. 여름방학이면 생각나는 이 영화에서 아름다운 일본의 풍광은 언제나 되새김질을 하듯 기억되면서 아름다은 그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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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4주

  얼굴만 잘 생긴 배우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성장한 장동건은 오해를 많이 받은 연기자 중 하나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의 빼어난 외모는 그의 영화이력에 종종 걸림돌이 되었지만 그는 어느 순간 연기력으로 승부하면서,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젠 한국을 넘어 계속 해외로 진출해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젠 해외에서도 그의 능력과 상품성을 인지하고 있는가 보다. 그래서 최근 할리우드와의 합작영화인 ‘워리어스 웨이’가 상영되었을 것이다.    

 


   장동건은 많은 점에서 칭찬할만한 배우다. 자신에 대한 약점이자 평가절하의 요소인 미남을 과감하게 던지고 그는 자신의 얼굴을 파괴하면서 연기자로 성장한 배우이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그런 그의 과거를 보면 매우 재미있는 것이 있다. ‘연풍연가’와 같은 B급 멜로 영화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진정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 그는 단역에 가까운 조연으로 진정한 배우가 되기 시작했고, 작품성이라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악역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변신은 많은 비평가들의 관심과 찬사를 얻게 됐고, 다행히도 그가 출연한 영화 상당수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이었다. 그래서 그의 진면목을 보고 싶었다. 그가 출연했던 다작의 영화에서, 그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들을 뽑는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란 것을 막상 영화들을 선별하려니 힘들었다. 그래도 과도하게 다 뽑는 것은 무리이며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또한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짧고 굵게 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언제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목한 영화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친구,’  ‘해안선,‘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얼굴만 잘생겼다는 평가를 받았던 시절, 장동건은 B급 멜로물에 주연으로 등장했다. ‘패자부활전’을 시작으로, 후일 그의 아내가 될 고소영과 함께 ‘연풍연가’ 등에 출현했지만 인기도 얻지 못했고 연기력 역시 좋지 못했다. 그렇게 평가되는 것을 어떤 연기자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주연배우란 화려한 자리를 포기하고 조연, 그것도 단역에 가까운 수준부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된 영화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이다. 안성기와 박종훈의 화려한 연기력이 돋보였지만 장동건 역시 처음으로 연기력으로 두각을 보인 기회가 됐다. 이 영화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장동건이란 이름도 처음으로 연기력을 갖춘 미래형 배우로 기억됐다. 
 

친구
 

   한국의 조직 폭력배의 영화 중 이처럼 성공을 거둔 영화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 한국 흥행기록을 깬 영화이면서도 작품성도 갖춘 작품이다. 남자들의 로망을 되새기게 한 이 영화는 감독의 개인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는 것이 더욱 화제가 된 영화다. 나중에 드라마로도 다시 제작됐지만 영화 자체가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영화에 장동건이 있었다. 다만 그는 아직도 주연은 아니었고, 비중 있는 조연이었다. 하지만 그가 담당했던 동수의 죽음의 순간이 읊조렸던 ‘많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경상도 사투리는 엄청난 인상을 남겼고 그가 진정한 연기자로서 발돋음 했다는 것을 보여준 걸작이다. 

  

해안선
 

   아마도 그가 출연한 작품 중 거의 유일하게 독립영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김기덕 감독이 지금까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외모의 남자 연기자라고 하면 과찬이라 할 수 있겠지만 장동건이 김 감독과 작업하는 것은 잘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런 주관적인 생각을 멋있게 깨면서, 자신의 영화이력에서 이 영화는 연기자로서의 야심을 드러낸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친구’의 대성공으로 인해 많은 광고가 밀려왔다 한다. 하지만 광고와 같은 엄청난 수익을 포기하고 섬을 벗어나지 않은 채 출연할 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이 작품은 그의 연기력 수준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점차 광기에 빠지고 마는 미친 존재감의 ‘강 상병’에서의 장동건의 연기력은 아직까지도 인상에 남을 만큼 뛰어났다. 아마 흥행이 크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가치만큼은 여느 장동건의 영화에 비겨 작지 않을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친구’란 영화의 모든 흥행기록을 다 바꾸어버린 한국 영화사의 흥행대작이다. 그러나 흥행으로뿐만 아니라 작품 수준에서도 대단히 진일보한 걸작이라고 평가되며, 한국영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흥행은 물론 연기력에서도 그는 최고로서 평가된 작품이다.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겪게 된 형제의 우애와 비극은 보는 이들을 울게 만들었고, 신들린듯한 장동건의 연기는 동생에 대한 사랑으로 겪게 되는 형으로서의 고통을 실감나게 형상화했다. 장동건은 이 영화에서 진정으로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함께 출연했던 원빈 역시 이 영화를 통해 다른 눈으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그 역시 장동건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둘은 마치 도플갱어인 것만 같다. 즉, 장동건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그렇게 듣고 싶었던 뛰어난 연기자란 평가를 ‘제25회(2004)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의 수상으로 듣게 된다. 당시 경쟁상대가 한국영화사에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장식할 ‘올드보이’의 최민식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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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일본 Animation을 보다 보면 나만의 경험인지 모르지만 단골 소재로 사용되는 것이 시간이다. SF적 요소를 띤 영화가 특히 그렇다. 1시 이후에 2시가 오는 일상적인 시간이 일본 Animation에선 엉망으로 변하고, 다양한 시간의 형태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시간의 뒤죽박죽으로 끝난다면 일본 Animation은 단순한 심심풀이용 영화일 뿐이지만 그런 시간 속에 담긴 인간들의 성찰의 모습은 어쩌면 일본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현실에 대한 가치를 느끼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 역시 그렇다.
  그래서 한 번 시간과 관련된 일본 Animation들을 찾아 봤다. 개인적으로 봤던 영화들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세 편이 나왔고 생각해보면 다들 뛰어난 작품이었단 생각이 든다. 감독들이 우선 영화사의 한 면을 장식할 거장들이란 점에서 그렇고, 시간의 변주 속에 담긴 철학적 고찰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 작품들 중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그리고 ‘스카이 크롤러’가 있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과거를 변하게 할 수 있다면? 아마 이런 고전적인 질문에 대해 일본 Animation이 그에 대한 답을제시한다. 갑작스레 생긴 과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인 ‘타임리프’라는 능력을 지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죽음의 순간이 다사 과거로 가는 묘한 관계를 만들어보린 감독의 재치가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면서 신나게 달리다 위험에 빠지는 순간을 담은 포스터는 많은 추측을 낳게 하며, 묘한 인상을 준다. 자기가 원하는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타임리프를 마음껏 사용하면서 과거를 변화시킨다. 하지만 즐거울 것만 같던 과거 변화가 어느덧 자신을 얽매는 족쇄가 되고 결코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과거를 변화시킨 대가는 결국 우아하지 못한 결론을 남기고 만다. 그런 과정에서 자기만을 위한 시간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의문과 함께 우연의 매력도 느껴야 일상생활의 매력을 결코 놓치지 말란 당부를 하는 것만 같다. 즉 현실의 우연성에 괴로워만 하지 말란 이야기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정말 묘한 영화다. 현실이 비현실이고 비현실이 현실인 것은 일본 Animation의 ‘구운몽’적인 구성이다. 따분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매우 복잡해서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다. 그래도 극적 구성은 좋아서 보고 있는 동안 궁금증 속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전달해준다.
갑작스런 시간의 변화로 인해 자신의 과거가 송두리째 변하면서 겪게 되는 것이 기본 줄거리인데 자신이 원래 있었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주인공, 쿈의 모습에서 감독은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한다. 현실 속에서 새로운 것만 찾는 쿈의 모습과 그 변화를 통해 세상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최근의 일본 젊은이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 속에 있는 다양한 캐릭터 역시 볼 만 하다. 이 영화에서 현재에 불만인 사람들에게 현실의 가치를 잘 알았으면 하는 당부는 역시나 일본 Animation의 전통적인 주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카이 크롤러 

 

  영화 도입부에 펼쳐진 화려한 공중전은 이 영화의 백미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과정 속에 있을 때 느껴지는 허무함과 공허함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전투기의 부품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모습은 오늘의 현대인을 보는 것만 같다. 그리고 어차피 전쟁에서 죽을 수밖에 없어서 굳이 늙을 필요가 없는 어린 조종사들인 ‘키르도레’의 운명은 묘한 동질감을 느낄만큼 현대적인 캐릭터들이다. 비현실적인 존재 속에 현대적인 속성을 느낀다는 것, 참 묘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허무함과 공허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 조종사인 ‘간나미 유이치’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묘한 긴장감과 수긍을 이끌어낸다. 그의 언어 속에 표현된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현실 속에서도 벌어지는 자잘한 변화를 느끼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매력을 느끼고 자신의 인생을 결코 포기하지 말란 여운은 이 영화의 진정한 백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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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 4주

  언제부터인가 외국인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잘 나가는 미국도, 아니면 유럽도 아니다. 과거 40-50년 전의 한국 살림살이를 아직 유지하는 나라에서 온, 가난한 국가들 출신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한국의 허드렛일을 하고, 저렴한 일에 종사한다. 한국에선 작은 돈이 그들에겐 매우 큰 돈이기에 그들은 한국사람들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에 대해 마냥 한국사람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다. 착취는 예사고, 구타와 모욕적인 말들이 남발하는 그런 곳에서 그들은 살고 있다.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것은 한국의 어두운 장면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 그들의 숫자는, 한국민들의 인구위기가 늘고 있는 요즘, 최근 늘고 있고, 미래에 한국의 새로운 인구의 주축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거스를 수 없는 그들과의 공존에 대해, 한국인들의 생활자세가 바뀔 것을 요구하고 있고, 비록 독립영화가 대다수지만, 영화 역시 그런 요구를 화면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다만 영화가 제시하는 것은, 사실적이기에, 매우 거칠고 폭력적이다. 그리고 시작은 언제나 몰이해로부터 시작한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가는 부분에선 Happy Ending으로 끝나지만 말이다. 이런 영화들 중 ‘방가?방가!,’ ‘로니를 찾아서,’ 그리고 ‘반두비’가 있다.  


 

  뛰어난 연기력을 갖췄지만 사실 외모로 인해 주인공을 찾기 힘들었던 ‘김인권’이란 배우가 자신의 매력과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이야기에 한국의 불행한 젊은이를 덧붙였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고 있다. 한국사람들 중에서도 취직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 영화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이들 간의 공존의 문제를 다소 낭만적이지만, 재미있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영화다.  


 

  현재 한국에선 능력 없는 한국남자가 여자 사귀기는 별따기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 남성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동화가 일어났다. 비록 거짓으로부터 시작됐고, 다소 황당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영화 속의 한국인 여고생은 자립심은 강하지만 세상에 살아가기에는 좀 힘들어 보인다. 한국의 Loser에는 남녀 가릴 것이 없나 보다. 하지만 희한한 일로 얽히면서도 즐거운 구도로 영화를 끌고 가고 있으며, 현실엔 없겠지만 재미있게 상상할 수 있는 것들로 넘친다.  




 

  남의 고생이 나의 행복의 원천이라면? 아니면 다른 사람의 밥상을 엎어야 내가 생존할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이나 질문은 특이한 것도 아니고, 세상을 살면서 당연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함께 밀어닥친 생활고는 이런 고민조차도 사치스럽게 만들고 있다.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들을 핍박해야만 살아가는 정글의 시대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쩌면 가난한 한국인들에게 공격대상일 뿐이리라. 하지만 그 공격은 언제나 희생이 따르고, 자신의 행실로 인해 벌어진 것에 대한 보복으로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치른 한국인의 모습은 한국인들의 자성을 이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루어지고 있는 사과와 화해의 내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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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0-10-2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두비~~ 아,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물론 다른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저의 늦어지만 올해의 발견, 그리고 백진희의 놀라운 연기, 잘 보고 갑니다..

novio 2010-10-27 00:38   좋아요 0 | URL
반두비는 정말 많은 분들이 칭찬하지만 대중성을 목표로 하지 않아서인지 아시는 분들만 아시더군요. 참 유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