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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평점 :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전라도에 경상도 차 넘버로 가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안넣어준다더라'
대학교 신입생때 전라도에 소재한 무등산으로 MT를 가는데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다.
"세상에~ 전라도사람은 왜 그런대?"라는 질문에 경상도사람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던 것 같다. 왜그랬을까. 게으름 탓이기도 하고 부산이 아닌 지역에서 살 일이 있겠냐는 생각도 했을 것 같다.
그보다는 사회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듯 하다. 전라도니, 강원도니, 서울은 부산과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나에겐 먼 일이라 생각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어린 마음에 무섭기도 하고 걱정이 되었다. 무등산 근처에 있는 민박집에서 1박을 하는 동안 근처 가게에서 먹을 것들을 사야 했기 때문이다.
'주유소에서 기름도 안준다는 곳인데 먹을걸 팔겠나' 라는 우려가 들었다.
그러다가 '아 맞다. 부산 사투리를 안쓰면 내가 경상도사람이란걸 들키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 이렇게 해서 얼마인가요?"
(부산사투리로는 "아지매, 이래가 얼만데예?")
당연하게도 아무일 없이 먹을 것들을 살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나의 서울말 연기가 디카프리오의 양뺨을 후드려패는 수준이었다며 자축했었다.
경상남도 밖을 한번도 나가보지 않은 나는 이런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로 지역감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뒤인지, 그 후인지는 모르지만 (군대에서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전라도 깽깽이' , '경상도 문둥이'라는 말도 들었다. 아. 원래 저쪽이랑은 서로 멸시하는구나. 나아가서는 신라,백제라는 역사를 들이대며 '원래 니네들은 옛날부터 사이가 안좋았자나' 했다.
그런가보다. 그런가보다.
이 모든 것 지역간 갈등 조장의 시작은 박정희가 오래오래 독재자의 지위를 누리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독재자 박정희는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국가주도의 경제개발을 강행한다. 그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곡물가격을 폭락시킨다. 한국의 곡창지대인 호남은 굶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장은 영남에다만 짓는다. 국가고위공직자나 기업인들은 영남인들로 구성된다. 호남인들은 농사로 버틸 수가 없다. 공장 노동자가 되기 위해 서울과 영남으로 떠날 수 밖에 없다. 공장들이 들어선 영남은 상대적으로 호남에 비해 가계가 풍부해지고 인구수는 2배가 된다.
이때부터 선거로는 영남인 후보를 이길 수가 없는 지경이다. 후보자는 그저 허구의 지역감정만 조장하면 그냥 당선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역감정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독재자들이 만든 덫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 책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는 MBC 해직기자 이용마가 두 아들에게 남기는 유언과도 같은 글이다. 그 유언의 대상은 두 아들과 함께 살아갈 세대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갈 사회를 바꿔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 모두이다.
이용마 기자는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으로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MBC에서 해고된다. 해직 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여러 사회활동을 하던 중 2016년 복막암 말기(그것도 희귀암이란다)를 판정받고 현재 경기도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지낸다.
이 책은 69년생, 87학번으로 자신이 살아온, 그리고 우리가 살아온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MBC 기자라는 기득권에 속했던지라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많고 깊은 부조리를 알고 있다. 여기에 그 민낯을 까발린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세상을 바꿀 제안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탐사보도, 기획기사의 성격은 아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희귀암 말기로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아비가 남겨질 두 아들에게 전하는 글이다.
언젠가 두 아들들이 인생의 목표에 대해서 번민할 때 곁에서 들어주고 조언해 줄 수 없기에 미리 남기는 타임캡슐과 같은 용도다. 그때가 오면 그는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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