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 지혜의 시대
정혜신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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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죽음‘

죽음을 눈 앞에 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 옆엔 그를 데려 가기 위한 저승사자가 서 있네요.

‘누구냐‘

‘죽음이다‘

‘날 데리러 왔는가?‘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너의 곁에 있었다.‘

‘알고 있었다‘

‘준비되었나?‘

‘육신은 준비되었지만 난 아직...‘

이렇듯 우리에게 죽음은 필연적입니다만 우리는 죽음을 대비하며 살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조차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혜신 박사는 말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뒤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반드시 마주하게 될 사건이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곧 자신의 죽음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죽음이라는 이별을 잘 준비한다는 건 무엇을 말함일까요? ‘지금 여기‘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았음을 인식하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들숨과 날숨 사이마다 죽음이 어려 있음을 느낍니다. 더 많이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여기!! 지금 이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해야겠습니다.

덧) 서두에 기재된 대화는 영화 ‘제7의 봉인‘의 한 장면입니다.

#정혜신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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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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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존경하는 독서가 읍장님이 극찬해 마지 않는 신형철 평론가의 신간 에세이입니다. ‘그렇게나 글을 잘 쓰신다고요? 도대체 어느 수준이길래. 저 대단한 독서가가 저리 호들갑을 떠실까.‘ 하고 기대하던 책이지요.

물론 ‘몰락의 에티카‘같은 전작을 읽어보면 신형철 평론가의 책이 어떤지 알 수도 있지만 ‘스피노자‘의 철학서의 제목을 하고 있는 그의 책에 선뜻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도 몰락의 에티카가 어떤 내용인지도 모릅니다.) 신간 소식을 듣자마자 하루 빨리 만나기만을 기대하던 책인데요. 마침내 만났습니다. 헤헤.

어머. 세상에나. 불과 서문 몇 페이지를 읽는 동안 밀려오는 전율의 쓰나미에 온몸을 부들거립니다. 예리한 관점에 한번 놀라고 문장의 표현에 두번 놀랍니다. 예를 들어 글쓰기를 건축에 비유한 표현인데요. 첫째. 인식을 생산해야 한다. 둘째. 정확한 문장을 생산해야 한다. 셋째. 공학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흔해빠진 비유가 아니라 이렇게 신선하고 적확한 표현을 나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내의 큰 수술을 앞두고 부둥켜 안고 함께 울며 슬퍼하다가 아내만큼 슬퍼하지 않는 자신을 인식하는 장면은 저자의 말마따나 참으로 무참한 일입니다. 함께 겪은 불운에서도 서로가 ‘같은 슬픔을 느끼기가 어려운데 함께 겪지도 않은 불운에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기란 불가능일겁니다.

이 책은 이같이 함께 겪지 않은 일에도 슬픔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신형철 평론가가 한 슬픔을 공부한 기록입니다. 이 책은 에세이가 아니라 철학서입니다. 페이지마다 줄긋기에 바쁩니다. 흑.

p.s) 몰락의 에티카. 정확한 사랑의 실험. 느낌의 공동체는 얼른 구비해야겠습니다.

#신형철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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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성격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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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가설은 한국 사람 대부분에게 상식인 것 같습니다. 제가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을 처음 접한 것은 국민학교 시절 주산학원에 있던 잡지를 통해서 인것 같은데요. 요즘에도 책, 영화, 잡지같은 매체를 통해 혈액형x성격담론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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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혈액형별 성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A형은 소심하고 꼼꼼하며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한다 B형은 다혈질이고 아이디어가 뛰어나지만 바람둥이다. O형은 활달하고 적극적이지만 덜렁댄다. AB형은 4차원의 성격으로 천재 아니면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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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그런걸까요? 혈액형이 성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 맞을까요?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의 일부 단백질의 형태에 따라 혈액을 분류하는 방식인데요. 70억 개인의 무수히 많은 ‘성격‘이 고작 혈액형에 따라 4가지 성격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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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상물정의 물리학‘에서 김범준 교수는 결혼한 부부의 혈액형에 특정한 패턴이 있는지 조사를 합니다. 그래서 실제 결혼한 부부의 혈액형의 수와 확률로 예상되는 부부의 수를 비교했는데요. 두 숫자간에 커다란 차이가 없습니다. 결혼 배우자를 선택할 때 ‘성격‘은 아주 중요한 고려사항임을 감안하면 혈액과 성격간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간접적인 증거라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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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직접적인 증거로는 ˝성격 유형을 판별하는 심리검사인 MBTI 결과에 혈액형의 관계를 분석하면 성격과 혈액형은 관계가 없다˝ 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혈액형과 성격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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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쩌다가 혈액형이 성격에 영향을 주는 위치까지 격상되었을까요? 처음에는 ‘우생학‘에 바탕을 두고 발전했는데요. 1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16개국 군인들과 난민들의 혈액형을 조사했더니 북,서유럽 출신의 백인들이 A형이 많았고 동유럽 출신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유색인종들이 B형 비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우생학자들은 A형이 많을수록 진화된 인종인데 백인일 수록 A형이 많으니 백인이 가장 진화한 인종이라고 주장합니다. 일본은 이 혈액형 성격설을 토대로 조선은 일본보다 B형이 많으니 열등한 민족이라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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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던 이 혈액형-성격설‘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1970년대에 과학도, 생물학 계열의 전공자도 아닌 방송작가인 ‘노미 마사히코‘의 ‘혈액형으로 알 수 있는 상성‘이라는 책을 발간하는데요. (국내에는 ‘X형 인간의 미학‘으로 발간) 대뜸 이 책이 지금의 혈액형-성격설의 기반이 됩니다. 현재 혈액형-성격설을 믿는 나라는 현재 한국과 일본이라는 점이 포인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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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진실을 알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저 자신의 혈액형이 가르키는 성격에 살아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순간 ‘속았다. 황당하다. 허무하다‘ 라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될 정도로 맥이 빠집니다. 국민학생 시절, 나와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 형성되던 그 시기에 저는 저 말도 안되는 가설을 진실이라 믿고 심지어 그렇게 살았다는 것에 황당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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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이런 거죠.
‘나는 왜 저 사람의 무례함에 상처받을까? 아, 나는 A형이라 소심하니까 그렇구나.‘
‘나는 왜 제대로 나의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하면서도 열심히 일을 하는 걸까? 아, 나는 A형이니깐 내가 맡은 일은 묵묵히 하는거구나.‘
이런 식으로 내가 그렇게 사는 건 A형이기 때문이라 체념하고 맞춰왔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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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성격설은 자신은 물론 육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이제 자라기 시작한 가치관에 편견을 주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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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성격설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것 만으로도 이 책에 투자한 비용과 시간은 차고 넘친다고 생각합니다. 통계물리학자의 명징한 논리를 통해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바로 잡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 혈액형이야기는 김범준 교수가 준비한 30가지 이야기 중에서 한가지에 불과합니다. 기대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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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김범준 #통계물리학 #혈액형과_성격은_전혀_관계가_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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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
최종렬 지음 / 오월의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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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

이 책은 한마디로 지방대생을 문화사회학적인 관점에서 탐구한 탐사보고서입니다. 3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요. 지방대 재학생, 지방대 졸업생, 지방대 부모들입니다. 그들에게 각각 동일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하는데요. 질문은 3가지로 다음과 같습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어떤 방식으로 좋은 삶을 추구했는가?
좋은 삶을 실현하기 위해 일상의 삶에서 무엇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가?

최종렬 교수는 세 집단의 인터뷰들을 분석한 결과 ˝지방대생은 가족주의 코드를 특유의 적당주의 집단 스타일로 실천한다˝ 고 말합니다.

최 교수도 언급했지만 모든 지방대생들이 위와 같은 특성을 가지지는 않을겁니다. 제가 관심있게 보는 것은 가족주의와 적당주의라는 특성들이 지방대생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라는 겁니다. 마치 가난의 원인이 가난의 문화때문인지. 가난의 문화때문에 가난해지는 것인지 헷갈리는 것 처럼 말이죠.

저자가 인터뷰에 사용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제 인생 전반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좋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탐독하면서 확실히 저는 사회학 분야가 흥미롭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가 지내온 각 삶의 단계들마다 느꼈던 추상적인 관념들을 명징하게 표현해주는 단어와 문장들이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복학왕의사회학 #최종렬 #오월의봄 #지방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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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국인 -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
허태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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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국인‘

한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이나 사회적 현상이 있습니다. 내가 한턱 쏘는 문화, 땅콩회항의 대한항공과 남양유업의 갑질문화, 청문회에서 어김없이 탈탈 털리는 후보자들, 군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세월호 등등 일일이 셀 수도 없을 정도이지요.

저자 허태균 교수는 이같은 사회적 현상을 한국인들의 6가지 특성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요. 그 특성은 바로 주체성, 가족확장성, 관계주의, 심정 중심주의, 복합유연성, 불확실성 회피입니다.

예를 들면 ˝내가 한턱 쏜다˝라는 의미는 그저 그 자리의 비용을 내가 계산하겠다 라는 뜻이 아닙니다. 더 깊은 뜻은 ˝내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라는 뜻이죠. 그러면 우리는 한턱쏘는 사람을 돋보이게 해주고 더 챙겨주고 그의 아량에 고마워하는 미덕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고받는데요. 이와중에도 눈치없게 고마워하기는 커녕 뭐 씹은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오히려 더 튀는 사람이 있다는 거죠. 한국에서는 살기가 고달픈 사람이겠지요.

책의 서사는 먼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현상을 나열하고 그 현상을 나타내게 만든 원인을 한국인의 특성을 근거로 진행하는데요. 아주 그냥 눈에 착착 감기면서 ˝아. 그게 그래서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됩니다.

‘어쩌다 무경이‘이라고 제목을 바꿔도 무난히 적용될 특성들을 대하고는 겸연쩍기도 하지만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마침내 ‘나는 누구인가‘ 를 알게 되어서 말이죠.

한국인, 나의 특성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종국에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의 재미가 아주 솔솔합니다.

#어쩌다한국인 #허태균 #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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