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성격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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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가설은 한국 사람 대부분에게 상식인 것 같습니다. 제가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을 처음 접한 것은 국민학교 시절 주산학원에 있던 잡지를 통해서 인것 같은데요. 요즘에도 책, 영화, 잡지같은 매체를 통해 혈액형x성격담론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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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혈액형별 성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A형은 소심하고 꼼꼼하며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한다 B형은 다혈질이고 아이디어가 뛰어나지만 바람둥이다. O형은 활달하고 적극적이지만 덜렁댄다. AB형은 4차원의 성격으로 천재 아니면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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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그런걸까요? 혈액형이 성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 맞을까요?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의 일부 단백질의 형태에 따라 혈액을 분류하는 방식인데요. 70억 개인의 무수히 많은 ‘성격‘이 고작 혈액형에 따라 4가지 성격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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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상물정의 물리학‘에서 김범준 교수는 결혼한 부부의 혈액형에 특정한 패턴이 있는지 조사를 합니다. 그래서 실제 결혼한 부부의 혈액형의 수와 확률로 예상되는 부부의 수를 비교했는데요. 두 숫자간에 커다란 차이가 없습니다. 결혼 배우자를 선택할 때 ‘성격‘은 아주 중요한 고려사항임을 감안하면 혈액과 성격간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간접적인 증거라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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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직접적인 증거로는 ˝성격 유형을 판별하는 심리검사인 MBTI 결과에 혈액형의 관계를 분석하면 성격과 혈액형은 관계가 없다˝ 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혈액형과 성격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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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쩌다가 혈액형이 성격에 영향을 주는 위치까지 격상되었을까요? 처음에는 ‘우생학‘에 바탕을 두고 발전했는데요. 1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16개국 군인들과 난민들의 혈액형을 조사했더니 북,서유럽 출신의 백인들이 A형이 많았고 동유럽 출신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유색인종들이 B형 비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우생학자들은 A형이 많을수록 진화된 인종인데 백인일 수록 A형이 많으니 백인이 가장 진화한 인종이라고 주장합니다. 일본은 이 혈액형 성격설을 토대로 조선은 일본보다 B형이 많으니 열등한 민족이라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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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던 이 혈액형-성격설‘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1970년대에 과학도, 생물학 계열의 전공자도 아닌 방송작가인 ‘노미 마사히코‘의 ‘혈액형으로 알 수 있는 상성‘이라는 책을 발간하는데요. (국내에는 ‘X형 인간의 미학‘으로 발간) 대뜸 이 책이 지금의 혈액형-성격설의 기반이 됩니다. 현재 혈액형-성격설을 믿는 나라는 현재 한국과 일본이라는 점이 포인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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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진실을 알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저 자신의 혈액형이 가르키는 성격에 살아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순간 ‘속았다. 황당하다. 허무하다‘ 라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될 정도로 맥이 빠집니다. 국민학생 시절, 나와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 형성되던 그 시기에 저는 저 말도 안되는 가설을 진실이라 믿고 심지어 그렇게 살았다는 것에 황당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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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이런 거죠.
‘나는 왜 저 사람의 무례함에 상처받을까? 아, 나는 A형이라 소심하니까 그렇구나.‘
‘나는 왜 제대로 나의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하면서도 열심히 일을 하는 걸까? 아, 나는 A형이니깐 내가 맡은 일은 묵묵히 하는거구나.‘
이런 식으로 내가 그렇게 사는 건 A형이기 때문이라 체념하고 맞춰왔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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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성격설은 자신은 물론 육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이제 자라기 시작한 가치관에 편견을 주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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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성격설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것 만으로도 이 책에 투자한 비용과 시간은 차고 넘친다고 생각합니다. 통계물리학자의 명징한 논리를 통해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바로 잡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 혈액형이야기는 김범준 교수가 준비한 30가지 이야기 중에서 한가지에 불과합니다. 기대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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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김범준 #통계물리학 #혈액형과_성격은_전혀_관계가_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