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에 있는 성동구의 ‘무지개 도서관‘에 책을 보러 왔다.

고작 방 3개짜리 집에서 방1개를 ‘서재‘로 명명하고 창가를 빼고 방의 3면 중 2면을 책들로 꽉 채운 책장과
방 전체를 차지하는 커다란 책상을 들여놓고도 집중해서 독서한다는 미명하에 주말에는 공공도서관을 찾는다.

일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도서관에 와 있다.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과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 게다가 노인들까지 도서관에서 뭔가를 공부하고 독서하는 것을 보면
다들 열심히 미래를 준비해 가고 있는 ‘동지‘라는 생각에 흐뭇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내 맞은편에 앉은 아저씨, 어떤 자격증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1분마다 재채기를 하거나 코를 푸는 행동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아니 1분여이라는 ‘프리퀀시‘마다 코를 풀거나 재채기를 하면 교재내용의 암기나 이해는 도대체 언제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입은 제대로 막고 재채기를 하는지도 신경쓰이고 책 읽으러 왔다가 감기에 걸리는 건 억울한 일이 아닐까.

그렇다고 다른 자리로 이동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겠다.
아니 왜?
본인의 행동때문에 자리를 이동했다는 것을 이 아저씨가 알게되면 미안해 할까 싶어서이다.
아니 왜 그런 생각을?
나도 모르겠다. 왜 그러는지. 나도 내가 싫다. 힝....

천금같은 30여분을 이런 생각들로 보내다가 도저히 안되서 일단 화장실로 후퇴했다가 세수도 하고 심호흡을 하고 다시 돌아오니
앗싸~앞의 아저씨가 자리를 비웠다. 잽싸게 앉아서 집중해서 책을 읽은지 10분 후 그가 돌아왔다.

다시 재채기와 코풀기 시전한다.
끙...

‘왜 아저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리를 옮기지 않았을까‘ 하며 자책하면서 20여분을 보낸다.
얼마 후.
공부에 대한 의욕은 없고 코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시던 아저씨가 짐을 싸서 나간다.

‘와~~~~~ 이제부터 폭풍 독서닷!!!‘

하면서 책을 보는 찰나 아까는 들리지 않던 옆자리 할아버지의 트림소리가 들려 온다.
점심을 많이 드셨는지, 소화가 잘 안되시는지. 코풀던 아저씨와 같은 주기의 트림이 나의 독서를 방해한다.

이 책 ‘그게 뭐라고 자꾸 신경이 쓰일까?‘는 도서관에서의 나와 같이 자꾸만 예민해져서 삶이 피곤한 사람들의 ‘심리해부서‘이다.

책 속에 소개된 다양하고 수많은 사례들을 보면 ‘어머, 바로 내 이야기잖아?‘라고 절로 말할 정도로 닮은 사례가 많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이 책은 예민한 성격을 미련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도 제시해 주는건가? 그.런.건. 없다.

예민해서 삶이 피곤해지면 자신의 예민함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예민한 것이 장점이 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또한 ‘당신처럼 예민해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너만 그렇게 힘든게 아니야‘ 라며 동병상련의 위로를 느끼게 해준다.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위안이 되지만 꿀팁도 알려준다.
˝예민한 자신의 성격으로 삶이 피곤하다거나 쉽게 지치는 것을 치유하는 방법은 예민함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있다고 한다.˝

바로 ‘날씨‘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로 대하면 된다고 한다.
‘비가 온들 어떠리~ 눈이 온들 어떠리~‘, 내가 날씨를 제어할 수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듯이 예민함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雨香 2017-05-31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동구민이시군요.
저는 무지개도서관은 주로 대출할때만 들르고, 퇴근길 가끔 성동구립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곤 합니다. 간혹 주변에서 이어폰에서 소리가 흘러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굉장히 성가시더군요. (사실 대출은 금호, 성수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어차피 다 차량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해서요)

자강 2017-05-31 12:57   좋아요 0 | URL
ㅎㅎ 도서관에 가면 집중해서 독서하기가 좋은 반면 단점도 있더군요

cyrus 2017-06-01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강님이 이용한 도서관은 대출실과 독서실 공용으로 되어 있군요. 제가 사는 동네의 공공도서관은 대출실에 개인 공부를 하지 못하게 합니다. 한 번은 집에서 거리가 먼 공공도서관을 처음 이용하게 됐는데, 대출실과 독서실 겸용하는 것을 보고 문화 충격을 받았어요. ^^;;

자강 2017-06-01 11:27   좋아요 0 | URL
그런 구분이 있는지 몰랐네요
저두 이렇게 독서만 따로 할수있게 구분이 되면 좋겠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