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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일만하며 여유롭게 사는 법
박하루 지음 / 슬로라이프 / 2021년 5월
평점 :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너무 복잡한 세상 간편하고 필요한 것만을 가지고 사는 삶의 방식, 가볍고 여유롭게 사는 것을 추구한다. '월든'으로 유명한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효시로 여기는데, 현대에는 환경적인 부분보다는 번잡스러운 것을 줄이면서 깔끔하게 살자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수집벽이 있어 지금도 책장에 책이 가득하고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사야 한다. 굳이 필요없는 기기를 두 대 이상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많이 줄이려고 노력한 탓에 책도 많이 줄었고, 전자책도 겸해서 본다. 집이 넓지 않은 탓에 자꾸 번잡해 지기 때문이다.
일을 아주 열심히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수입은 괜찮은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을 7년 이상 해오니, 몸에 이상신호가 생겼다. 나름 큰 수술을 받고 회복을 한 뒤 다시 회사를 나갔으나, 병에 대한 공포심과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일해야 하는 회의가 들어 오래 다니지 못하고 퇴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자기계발서들, 어른들, 선생님과 선배들은 열심히를 열심히 권하고 있다.
남보다 열심히, 남보다 더 잘하고, 남보다 더 뛰어나려고 노력을 하는 삶에서 처음부터 적응하지 못하고 누락된거나 다름 없었던 삶이었으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나도 거기에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특히 남과 비교를 자꾸 조장해 은근히 실적 경쟁을 시키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니 나름 상당한 성과를 올린 적도 있었지만, 한 번 처지고 나니 회복하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나는 남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해서 행복해할 사람이 아니었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일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로 남이 열심히 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만든 프레임이 아닐까 싶고(회사 경영진 등) 둘째로는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노력한 만큼 보답을 받는다는 어떤 감상적인 교훈을 간직하는 것 같다. 7,80년대 같은, 지금으로 생각하면 엄청난 고금리 시대에는 통할지 모르겠으나 현대도 통할까?
내가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다면 초창기에 취업했던 박봉의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4년 만에 그만 두었고., 그후로 10년이 흘렀는데, 얼마전 아직도 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을 만났다. 여전히 박봉에 빠듯하고 바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비록 몸이 안좋아지긴 했으나 그 중소기업에서 그 4년동안 벌었던 수입이 얼마전에 다닌 회사 1년치 연봉보다 작았다. 거기서 열심히 일만 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을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은 큰 수입을 보장하지 못한다. 물론 수입이 다가 아니다.
사람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을 쫓기 위해 일을 하는 두가지로 나뉠텐데, 한국인의 대다수가 돈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 돈을 위해서 일하는 거면 그냥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는 게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수입이 좋을 것이다.

저자는 일단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여유롭게 하는데 성공한 사람이다. 직장에 다니던 수입보다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는 현재의 수입이 더 크다고 한다. 그래서 문구가 일을 적게하면 할수록 돈을 많이 번다! 이다.
아무리 읽어도 믿기지 않는 말이다. 그저 그 방식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하는 말은 아닌가? 열사람이 그렇게 도전한다면 그중 한 사람만이 그런 삶에 성공하는데 그런 한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저자는 그런 타입은 아니라 돈보다 일상과 여유를 좋아했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쪽에 해당되는 것 같다.
자신 처럼 되려면 버려야 될 것이 많다고 한다. 일단 사고방식부터 버리고, 많은 것들에 신경쓰는 것도 버려야 한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영화를 볼 시간동안 선택을 못하고,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서 아무것도 못 배우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느긋한 성격이지만 욕구도 있는 편이라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익히고 싶은데 정신차려보면 그 무엇도 제대로 못한 상태임을 깨달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저자의 가치관을 보면 확실히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
어떤 사업을 할까보다 어떤 사업가가 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는데 몰입했고, 회사를 세운 뒤에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보다 사업가로서 어떤 일상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현실에서 구체화 하는 방법에만 몰두 했다고 한다. 어떻게 돈을 벌지 보다, 돈을 벌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궁리한 것처럼, 굉장히 신선하게 들린다.
사람들은 가치관에 대해서 관심이 없거나 빈약하지만, 사실 가치관이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일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일 수록 자기 가치관이 뚜렷하다.
일단 저자도 그러하다.

주 5일을 일하고 월급을 250받는 조건이라면 150만원만 받아도 좋으니 3일만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저자. 나와 완전히 일치했다. 나는 반 강제적인 야근이 아니고 선택적인 야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주말 특근은 안 할 수 있다면 절대 하지 않았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6시에 퇴근 하는게 너무 늦다고 생각하고 주 5일 일하는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남과 비교를 좋아했다면 안 그랬겠지만 나는 그저 일을 오래 하기가 싫었다. 좀 더 여유 있게 내 시간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처럼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질 못했다.
일을 하면서도 여유를 부렸던 것도 같다. 조금 더 빠르게 하면 더 월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점심 시간에 일을 하고 일을 빨리 하면 수백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해도 나는 점심시간에 낮잠을 반드시 자야 직성이 풀렸고, 바쁘게 일하는게 싫었다. 게으름을 피운 것 치고는 꽤 괜찮은 성과를 얻었는데, 길게 일하면 돈을 더 많이 벌테지만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도 스트레스를 받고 몸이 좋지 않았다. 이런 생각 때문에 오히려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책만 했었던 것 같다.
저자의 성향을 보니 나같은 성향의 사람이 또 있다는게 참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아니 나보다 더 한 것 같다.
직장을 퇴사하고 회사를 설립해서 한 순간에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벌게 된 것은 아니다. 수십 년간 여유라는 것이 의식과 몸에 체화되어 살아왔던 그간의 사람의 방식과 경험이 고스란히 돈으로 환산된 것이다. 일보다 일상을 중요시했기에 일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성공보다 여유를 갈망했기에 어떤 환경에서든 여유를 잃지 않고 사람을 대할 수 있었다.
-55p중-
무턱대고 일하기 싫다고 퇴사를 하는 것은 저자도 반대한다.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창업한 사람치고 잘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창업을 한답시고 더 힘들게 일해도 직장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일단 '퇴사를 하고 일을 적게 하면서 돈은 직장보다 많이 벌 수 있는 방법' 은 없다.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은 읽기 전부터 이미 했다. 솔직히 책 제목을 자극 적으로 쓰고 일단 읽게 하려는 속셈인줄 알았다. 그런 책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다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와 어떻게 그런 삶을 사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뭐 와중에 좋은 점을 찾아내느냐, 속았다고 분노 하느냐는 독자의 선택이다. 나는 예상을 했기에 전자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알찬 노하우 들이 들어있다. 직장에서 잘 적응하고 버텨내는 방법은 이전에 했던 말과는 좀 다른 엉뚱하지만 꽤 유용한 팁이라 재미있었다.
퇴사를 말리기 까지 한다. 창업이나 퇴사를 하기 전에 3개월 정도 직장을 다니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상황은 사람마다 다르고 천차 만별이다. 저자의 노하우가 있다고 해도 그걸 공개해버리면 자기 밥그릇이 위태해질 지도 모르고, 똑같이 한다고 해도 똑같이 수익을 벌란 법도 없다. 반대로 성공하지 말란 법도 없다. 수많은 상황과 성격, 행동 환경 자금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답이 있을 수가 없다. 그저 관점을 달리하고 자신이 스스로 찾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게 해 주니까. 그 관점이 옳고 그르냐는 의미가 없다. 저자에겐 옳을 지라도 나에겐 틀릴 수도 있다.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것은 스스로이다. 이 것은 모든 자기계발서 류의 책을 읽을때 적용이 되는 지침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라기 보다 에세이 내지는 상담 사례집 같은 느낌도 든다. 자세히 써있진 않지만 저자의 일과도 관련이 있다.
자극 적인 제목은 뭐 엄밀히 거짓은 아니다. 본인이 그렇게 했으니. 하지만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같은 꿈을 꾸고 그런 준비들을 해나간다고 했을 때, 무엇보다 여유롭게 긴 시간을 두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조급하게 빨리 일을 그만두고 싶어서 빠르게 준비한다면, 이 책이 말하는 취지에 맞지 않다. 일단 사람마다 상황이 다 다르니 자신의 현 상황을 돌아보는 것부터 해야 한다.
나 또한 휴식이 끝나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지금은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서서히 하려고 한다. 다시 일을 하게 되면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 이 책이 많은 지침이 되었다.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한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이 지금 하는 일이 하기 싫어서 하고 싶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막상 해보면 힘들어서 하기 싫을 수도 있다. 내 가족도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력을 쌓아야 하고 힘들어서 고생을 하고 있다. 보람도 물론 느끼고 있지만.
상황이 모두 달라서 적용이 안되는 것들이 많지만, 공통되게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조언이 있다.
'좀 더 나를 돌아보고 여유롭게 살자'
라는 것이다.
때론 여유롭게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업무에도 더 더움이 되고 일 처리도 더 빠르다. 졸린데 한시간을 억지로 책을 읽는다면 이해도 잘 안되고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할 테지만, 집중이 잘 될 때에는 10분 만에 많은 분량을 읽을 수도 있듯이.
나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게 해준 뜻깊은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