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남기는 사람
유희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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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이나 신춘문예 당선작을 꼬박 꼬박 살펴보는 독자였던 시기가 있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도 1회부터 몇 편의 수상작들을 읽어보았었던 것이 한 10년 전일까.

 

어느새 부턴가 소설을 읽지 않게 되었다. 사실 소설을 읽은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다는 자체는 좋지만 어쩔 때는 괴롭기도 하다. 특히 한국 문학 작품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깊이 파고드는 면이 있어 읽다보면 굉장히 뭔가 너무 빠져드는 느낌이 있었다. 단편은 특히 짧은 호흡이지만 그 안에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으로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많다.

유희란은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을 한 작가이다.

정유정도 세계일보에서 등단을 했다. 내 심장을 쏴라 이전에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라는 제목으로 청소년 소설에 당선이 되었었고, 내 심장을 쏴라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세계일보의 등단작들은 주로 장편을 읽었었는데 어느정도 읽을만한 소설들을 선정하므로 신뢰가 갔다.

 

'밤하늘이 강처럼 흘렀다' 로 시작부터 강렬하게 시작한다. 인공항문을 달고 있는 이모와 그런 이모를 돌봐주는 나. 미혼모의 대를 이은 둘의 관계는 어쩌면 모녀관계일지도 모른다. 다소 모호하게 표현되었는데, 작중의 '나' 가 곧 이모이고 이모가 곧 '나'의 모습인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를 담은 '유품'

작가의 등단작이기도 하다.

사람을 만들려면 열 달이 걸리잖아.

그런데 인간을 만들려면 육십 년은 걸린단다.

이제 잘 살 수 있는데, 얼마 안남은 거야.

고독사를 한 노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을 떠올린다. 연민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상사의 당부에도 한동안 찾지 않은 어머리, 어머니와의 기억, 어머니의 삶을 생각하며 연민에 젖는다.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에도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나오는데, 일부러 아직 보질 않았다. 소재 자체가 왠지 쓸쓸하게 느껴져서일까 불편해서 일까. 아니면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는게 두려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사진을 남기는 사람

어릴 적 친구이자 연인이기도 했던 '결' 과 집나간 '언니' 의 모습을 사진처럼 선명하게 마음에 담고 있는 '나'는 사진 강의를 들으며 그들을 떠올린다.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입니다.

모든 것을 가만 놔두고 무수한 빛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작업입니다.

 

'호수가 돌아오는 사막'은 비내리는 만난 '단' 과 '나'의 이야기다.

어머니와 함께 살며 아들을 키우는 이혼녀인 '단'과 아내가 있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진 '나' 는 10여년 전 누드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났다. 가끔 만나 술을 마시며 서슴없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며 외로움을 나누는 사이다. 비가 많이 오면 생겼다가 곧 말라버릴 사막의 호수처럼 메말라가는 쓸쓸한 두 사람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한국작가들의 단편집을 보고 있으면 감정에 자꾸 이입이 된다. 특히 김사과나 김숨의 소설은 매혹적으로 빨려들어가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을 정도로 몰입이 되기 때문에 때로는 불편하다. 흡입력 있는 소설들을 읽고 나면 힘들기도 하다. 유희란의 소설들도 외면하고 싶은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듯 쓸쓸하다. 우리 내면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 보는 것은 때로는 피하고 싶지만 때로는 마주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들을 읽고 나면 먼가 마음이 허무해진다.

 

나는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읽을 때는 주로 가벼운 장르소설을 읽게 된다. 스토리나 플롯 위주의 소설은 재미는 있지만 깊은 무엇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 깊은 무엇이 있다 해도 외국어를 번역한 문장으로는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모국어로 쓰인 글이 깊이를 줄 수 밖에 없는 것일 거다.

 

어두운 부분을 들여다 보는 것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나의 어두움과 마주하는 것이 더 긍정적일 때가 있다. 외면하기 보다 인정하고 돌보고 달래야 할 때도 있다.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는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그것이 인간의 공감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쓸쓸하지만 그런 울림과 잔잔한 위로가 되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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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 아트 동물 컬러링
드니스 시클루나 지음, 정영은 옮김 / 진선아트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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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시골에 살던 나는 돌을 많이 가지고 놀았다. 엉터리 그림도 그리고 했었던 추억이 있는데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어릴 때의 기억이 나면서 알록달록 예쁜 모양을 보고 정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모양과 퀄리티 높은 결과물들을 줄 수 있는 조약돌 아트다. 내가 어릴 때 우리나라 유치원에서도 훌륭한 선생님들이 이런 활동을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셨던 것 같다.

돌을 고르는 법과 필요한 도구는 어떤 것이 있는지, 돌은 어떻게 고르는 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제일 좋은 것은 돌의 모양을 보고 어떤 형태로 만들어볼 것인지 상상해보고 고르는 것이다. 새 모양처럼 전체를 마치 한 마리의 새 피규어처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고, 아래 그림의 팬더처럼 배경화면처럼 그려도 좋을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림들을 따라 스케치 밑그림도 그리고 붓질도 함께 해보면 좋을 것이다. 다만 아이들과 할 때는 이런 우수한 퀄리티가 나오지 않을 수 도 있지만, 함께 하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하므로 너무 퀄리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조약돌을 구하는게 도시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조약돌을 파는 싸이트도 있다는 것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내가 어릴때는 아무데나 굴러다니는게 돌이었는데 그걸 산다고? 생각해보니 도시에서는 돌을 필요로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도시어딘가에 있는지 없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놀이터나 남의 화단에서 들고 오면 훔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주말에 나들이 갈 때 구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예전에 아크릴 물감을 써본적이 있는데, 아이들 장난감의 도색을 보수하거나 할 때 써도 좋다.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물에 녹여서 일반 물감처럼 쓰면 되지만, 금방 굳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한 번 굳으면 손에 잘 묻어나지도 않고 퀄리티도 좋다. 두껍게 바르면 깨질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마감재를 쓰면 더욱 완성도가 높아지지만, 니스라고 불리우는 바니시 같은 마감재의 냄새가 독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스프레이 마감제는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고, 쓰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좋을게 없을 것 같으니 부모님이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문구 전문점에서 파는 젯소나 바니시는 냄새가 덜한 편이다. 붓으로 물을 섞어 칠해주면 된다. 특히 젯소는 빨리 건조되는 장점이 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해볼만한 취미가 될 것이다. 퀄리티를 보다 더 세밀하게 할 수 있고 끈기 있게 할 수 있으니 어른들에게도 좋은 취미가 될 것이다. 잘 만들어서 주변에 선물을 하거나 인테리어에 활용하면 어떨까?


책에 멋진 작품들이 많아서 과연 나도 할 수 있을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조만간 한 번 실행을 해봐야겠다. 어릴적 만들기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탓에 나도 아이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활동인 것 같다.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예쁜 디자인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놀이와 그림 교육 등 여러가지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너무 어린 아이들과 할 때는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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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 남편, 불면증 아내 - 디지털 헬스케어 전쟁의 저자, 노동훈이 알려주는 숙면 여행 안내서
노동훈 지음 / 행복에너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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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불면증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잠이 잘 오지 않았었다.

20대 중반부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근 후 취미나 만남을 가지는 것을 낙으로 살다 보니 습관적으로 잠을 늦게 자게 되었고, 최대한 임박한 시간까지 잠을자다 보니 가끔 지각도 하기 일수였다. 그런 생활이 장기화 되다 보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을 때도 일찍 잠이 든 적이 별로 없다.

 

잠을 충분히 자야 멀쩡한 정신으로 일할 수 있고, 잠이 부족하면 하루종일 반쯤 눈을 감고 생활할 정도로 잠이 많음에도 잠을 줄이다 보니 늘 피곤했는데, 나이가 드니 이제 자꾸 일찍 잠이 깨고, 한 번 깨면 잠이 다시 잘 오지 않는다.

출근시간이 다 되면 그제서야 잠이 오려고 하고, 심할 때는 일년에 서너번 씩 잠을 거의 못자고 출근하기도 했다. 그래서 편히 자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코도 곤다는 것을 스스로는 몰랐으나 결혼 후 알려줘서 알게 되었으니 참 이만 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또 스마트 시계를 차고 자면 잠을 잘 자는 편이라고 되어있었다. 그래도 피곤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양압기를 사야 하나 고민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리 자주 코가 막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수면과 코골이에 대한 수많은 궁금증이 이 책을 보게 만들었던 요인이다.

사람은 왜 잠을 자야 하는 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책은 시작한다. 잠이 부족하면 균형이 깨지고 화나 짜증이 많아지고 피곤하고 건강이나 능률도 떨어진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다른 국가들 보다 수면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한다. 그 이유는 잠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잠을 많이 자면 잠보라던가, 지금 잠이 오냐? 라고 핀잔을 주던가, 언젠가 부터 우리 사회에서 잠이 많으면 게으르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학창시절 남보다 1시간 더 자면 배우자의 얼굴이 바뀐다는 다소 무식한 문구도 잠을 덜 자고 공부에 열중하라는 의미기도 했다.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하던 여학생의 얼굴은 늘 창백하고 키도 작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나는 공부와 거리가 멀었기에 늘 많이 잠을 잤었는데, 8시간을 푹 자도 쉬는 시간에 또 자고 수업시간에 졸았었다. 그 친구는 얼마나 피곤했었을까?

 

불면증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지나친 음주, 흡연, 하지불안 증후군, 호르몬 불균형 등 불면의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원인을 찾으면 숙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생각이 많을 때나 고민이 있을 때 잠이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아주 긴 밤을 보내고 나면 체력도 정신도 힘들다.

불면증의 치료는 심리적 안정과 코골이 및 수면 무호흡의 해결, 신체 리듬 살리기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마음이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걱정 고민이 많으면 잠이 안온다. 저자는 머리가 힘들면 잠이 안오고, 몸이 힘들면 잘 온다고 말한다. 8시간이라는 수면 시간에 너무 집착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내가 늘 그래왔는데 잠든 시간을 계산하고 부족하다고 자꾸 생각을 하고, 그러다 보면 더 피곤했던 것이다. 이게 알면서 잘 안되는 생각이긴 하지만 전문가도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으니 나도 마음을 바꿔야 겠다.

 

코골이가 있거나 수면 무호흡증 증세가 있는 사람은 수면 다원검사를 해볼 수 있다. 검사 비용 등이 비싼 편이지만 집에서도 할수 있는 검사를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추후에 검색을 통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개인적으로 귀가 밝아 잠이 잘 깬다. 새벽에 문자를 보내는 광고나 개념없는 사람 때문에 잠이 깨기도 했었는데 깨고 나면 화가 나서 또 잠이 안온다. 그래서 언젠가 부터 무음이 일상화되었다. 귀마개를 끼고 자더라도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깨곤한다.

나는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것을 활용하기도 한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알고 난 후 소니 헤드폰과 보스의 무선 이어폰, 1more의 넥밴드 이어폰 3가지를 사용했는데, 소니 헤드폰이 가장 평가가 좋지만 오히려 넥밴드가 내겐 최고였다. 층간 소음도 줄여주고 잘때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음악을 켜놓지 않고 그냥 끼고 자는데 귀는 불편하지만 잠이 깨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서 만족하고 있다.

 

책의 첫 부분에 여러사람의 추천사가 많은데, 추천사라면서 중간에 무슨 헬스케어나 베개 침대등을 홍보하고 있었다. 이게 추천사인지 추천사 란에 홍보를 해줄것을 추천인이 부탁을 한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추천사에 이런 홍보성 문구를 넣는 것을 처음 보아서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알고보니 책 뒤편에 수면 용품을 소개하는 란이 있었고 그것과 관련된 사람들의 추천사였다. 좋은 제품이라 추천을 하는 것인지 제휴를 맺은 것인지 솔직히 좀 의심이 가긴 했다. 베개에 돈을 써본 나는 별 효과를 못보았기 때문이다. 맨 마지막장에도 광고가 나오는데 무슨 잡지를 보는 줄 알았다.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다.

마지막에 종교적 이야기가 나온것도 좀 뜬금없었다. 의학자가 특정 종교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좀 그랬다. 독자가 어떤 종교인줄 알고 그런 말을 하는지... 책 내용은 좋았지만 이런 부분에서 굳이 이런말을 해야 하나 싶었다.

에필로그가 끝나면 숙면과 평생학습이라는 란에서 기업가들의 칼럼이 나온다. 이역시 뜬금없는, 주제와 별로 상관이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몇가지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수면에 관한 상식과 궁금증 원인, 해결 방법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주제에 맞는 내용은 좋았던 것 같다. 의사답게 상세한 데이터로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수면에 대한 궁금증이 있거나 코골이가 심한 사람은 읽어보면 좋은 정보들을 알 수 있다.

 

 

[본 서평은 리엔프리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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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과학 - 고객을 사로잡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전략, 개정판 마케팅 타임리스 클래식
파코 언더힐 지음, 신현승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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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99년에 출간된 이 책은 27개국에 번역되어 아직도 읽히고 있는 쇼핑에 관한 책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탐구하기 위해 추적자들이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을 했다 하는데, 어떻게 보면 고객을 몰래 스토킹 한것이 아닌가 싶기도 할만큼 면밀히 추적을 해서 고객의 행동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데이터로 어떻게 고객들을 구매하게 해주는지 알아본다고나 할까. 요즘으로 치면 빅데이터의 수작업 버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고객에게 어떻게 관심을 끌며 사로 잡을 것인지를 연구한다. 매장 입구부터 화장실 엘리베이터의 위치 등 백화점 같은 매장은 연구의 대상으로 계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장실이 1층에는 없는 것도 2층에 있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매장을 지나가다가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면밀한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래전에 출간된 책인데 저자가 요즘에 맞게 덧붙였다고 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을 조사하고 통계를 내서 어떻게 매출을 올릴 것인지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조사를 한다. 그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남녀의 차이, 연령별 공략, 체험, 최종 계산과 상품진열까지 모든 것을 계획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무심코 쇼핑을 하던 매장에도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나는 보편적인 사람이 못되는지 그런 것에 딱히 현혹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쇼핑 이전 시대에는 매장판매가 주류일 수 밖에 없었고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런 소비자 심리를 연구한 사람들의 마케팅 전략에 노출되어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통계가 그것을 증명해준다.

어떤 장치들은 별 효과가 없다. 실패한 전략들이라고 증명된 것들이 현재 오프라인 매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당장이라도 치워버릴텐데. 매장의 사장이라면 쇼핑의 과학에 대해 읽어두고 그것을 따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하지 않아야 되는 것은 알 수 있다.

 

두바이 등에 펼쳐진 거대한 규모의 쇼핑몰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큰 자본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쇼핑의 과학이 적용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라별로 조금의 특색은 다르지만 모두 어떤 과학적 마케팅 기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세상에 그냥 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홍콩여행을 갔을 때가 생각난다. 거대한 규모의 명품쇼핑몰 부터 아이들의 장난감, 식당, 옷가게 등이 즐비하게 펼쳐져있었다. 홍콩에 오는 이유가 여행보다 쇼핑인 사람도 많을 정도로 큰 규모로 되어있는데,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따라가지 못할 규모였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나야 여행이 목적이고 명품 같은걸 좋아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저 구경만 하다 왔다. 하지만 쇼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홍콩만의 특색이 있고 가격의 메리트도 있다고 하니 여전히 매력적인 장소이다. 인근의 마카오도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호텔단지들과 연결된 쇼핑몰은 구경하기에 충분한 재미를 주었다. 그러나 금액적인 면의 메리트는 별로 없었다. 상품들이 평균적으로 홍콩보다 비쌌다. 도박으로 돈을 많이 딴 사람들이 기쁨에 들떠 쇼핑을 하도록 유도되는 곳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저 호텔을 이용하고 싶어서 오거나, 나처럼 구경을 하고 싶어서 오는 단순 관광객도 있었다. 슬롯머신을 좀 하다가 돈을 잃은 것 빼고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미국 서적 답게 굉장히 주제에 천착하고 있고 상세하며 방대하다. 어떤 부분은 이게 꼭 필요한 내용인가 싶을 정도로 자세했다. 다양한 사례와 수를 적어 놓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5부에서 확대된 쇼핑의 과학은 온라인 쇼핑을 중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데, 물론 개정판에서 추가된 부분이 이부분 일 것이다. 아직은 인터넷 쇼핑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보는 저자인데, 사실 초창기의 옥션 지마켓,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달라지고 있는 인터넷 쇼핑의 세태를 보면 어떤 형태로 정착이 될지, 계속해서 변화해나갈지 궁금해진다. 변화가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마 후자가 아닐까?

마케팅이나 매장을 운영하거나 준비중인 사람은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같다. 일반 독자에게도 이런 쇼핑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해준 경험이 되겠지만 고객에게 도움이 된다는 문구가 있는데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고객 보다 판매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책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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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심리 - 돈이 되는 인문학
전인구 지음 / 살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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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주식 관련 책 중에서 가장 특이한 책이다. 인문학은 인간에대한 탐구를 하는 학문으로 문학 역사, 심리, 비평, 예술 등을 일컫는 거시적 개념이다. 인문학과 주식은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인문학적 사고가 주식 투자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저자는 하고 있다.

 

 

대학 때 시전공 교수가 인문학이 돈버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야 교양으로 들었지만 문학 전공자들은 그게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비웃었었다. 그런데 저자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니 그때 기억이 나면서 흥미가 생겼던 것이다.

 

슈퍼개미들은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고 한다. 돈이야 사치할 정도로 많지만 욕심을 부리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주식 시장에서 고도의 절제력이 유지되야 하기 때문에, 생활습관으로 자리잡게 하기 위함이다. 습관이란 나도 모르게 내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임을 아는 것이다. 절제력과 생각하는 힘은 인문학에서 나온다며 인문학이 '투자의 핵심' 이라고 까지 말을 한다. 그정도로 인문학이 투자에 중요하다고? 그건 좀 과장 아닌가? 란 의구심이 많이 드는 서문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책의 초반부에 내가 좋아하는 삼국지의 제갈량 이야기가 나온다. 익히 알고 있는 적벽대전의 화살얻기와 2차 북벌전투에서의 전략을 주식투자에 아주 적절하게 비유해놓은 것이 탁월하다.

나는 삼국지를 여러번 읽어보았지만 제갈량이 북벌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행간을 전혀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주식에 대한 응용이야 그걸 염두해두고 읽은 것이 아니기에 당연히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1차 북벌에서 제갈량의 전술이 여러가지 플랜을 염두해놓은 유연한 공격이었고, 실패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었다는 것을 저자는 파악했다. 제갈량은 투자자로 보면 잃지 않는 투자를 한 것이다.

이런 해석은 정말 삼국지 전문가의 평전 못지 않은 분석이다. 역시 탁월한 분석가 다운 면모가 아닐까 싶다. 내가 삼국지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기에, 저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나 할까?

예술에 대한 저자의 해석도 참신하다. 점,선,면으로 추상을 표현했던 기법을 선이 만나면 점이 되고, 점은 돈이 된다 라는 투자가 다운 응용을 보이는데, 이게 참 그럴듯하다. 문화 예술에서의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은 원래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일부러 결말을 애매모호하게 다양한 해석을 나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면도 있는데, 무조건 답을 찾으며 감독의 의도는 이거였다, 저자의 의도를 잘못해석한거다며 서로 싸우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저자의 의도를 넣은 부분도 존재하는데, 일부러 모호하게 표현한 부분까지도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작자의 명확한 의도도 주제를 구현하기 위함이지 결말을 명확하게 하려 함이 아니다.

결말보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더 중요하다. 소설의 경우 주제에 맞게 스토리와 인물 설정을 한다. 그 주제는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깨달음이 될 수도 있다. 식상한 교훈을 넣는 작자는 하수다. 그래서 고전 문학 작품의 주제를 읽어내려면 그 시대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할 수 있다. 고전 작품을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읽을 수도 있지만, 주제를 잘 읽어내면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고, 내 현실에 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주제를 읽어내지 못해도 무엇인가 느낀게 있다면 그것을 나만의 해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전 문학에서 현대의 풍조를 보았다면 인간의 변치 않는 본성을 느낄 수도 있고, 주인공의 처지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게 다소 엉뚱해도 상관이 없다. 답이 틀렸다고 뭐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은 원래 똑같은 것을 봐도 자신의 경험 사고 방식 상황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읽는다. 조정래의 인간연습을 읽고 단순히 '결말이 왜 이리 시시해' 라고 덮을 수도 있고,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이상과 현실에 대한 괴리를 느끼고 이상이 실현되려면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지, 역사적 아픔을 딛고 발전한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수도 있다.

 

저자는 예술작품을 보고 자신만의 해석을 하고 자신의 분야에 응용하였다. 반드시 응용하여야 하는 것이 예술의 목적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해석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틀리고 맞냐가 아니라 어떻게 적절하고 이치에 맞게 응용했느냐 일것이다.

예술은 답이 없다. 예술은 퀴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답이 없는 사람이다.

 

시인 신경림은 교과서에 실린 자신의 시로 출제된 학교 문제를 풀었는데, 100점은 커녕 40점이 나왔다고 한다. 자신이 쓴 시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틀릴 수 있을까 싶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시인의 문제인가 출제자의 문제인가?

예술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출제자의 해석이 틀린게 아니다. 창작자와 출제자의 해석이 다른 것이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고 해석은 창작자의 권한도 아니다. 어떻게 해석을 하는지는 독자의 몫이고 권리다. 추리소설이 여전히 문학이 아닌 장르소설로 취급되는 것은 어쩌면 명확한 답이 있고 해석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것도 그저 내 해석일 뿐이다 틀리고 맞는게 없다)

문화 예술은 인간의 삶을 반영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인생도 답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꾸 보편적 정답을 찾으려고 하면 시야가 좁아진다. 결국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제시한 답의 조합이나 응용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 응용일 수도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투자를 잘 모르지만 저자는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공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직간접경험들을 자신의 분야에 맞게 해석하고 응용하는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를 추구하는 1인 기업가는 여러가지 철학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합하고 응용하여 상식을 넘어선 활용을 한다. 저자같은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인문학 독서라는 간접경험을 자신의 분야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이들처럼 되고 싶은 사람들은 똑같이 따라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는 있지만 똑같이 따라해서는 어렵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은 과정이나 결과가 아닌 그들의 응용력이 아닐까?


이 외에도 철학과 문화, 영화, 여행 등에서 투자의 심리를 발견하는 저자의 관점이 탁월하다. 마키아 벨리와 조조의 강력한 군주를 투자자로 치면, 자신만의 투자 철학으로 주도적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조조의 용인술은 시기 적절할 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것을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자신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조언은 듣되 판단과 결정, 그리고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다. 조조처럼 패배를 해도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강한 정신적, 물질적 기반도 중요하다 하겠다.

 

8장은 투자자의 심리에 대한 저자의 조언이 담겨있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 시대에 따라 흐름을 읽는 것이 필수다. 재무재표를 신뢰할 수 없던 시대에서 재무재표만 보고 투자 하는 시대가 온 이유는 거짓과 속임수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정책이다. 그런 흐름을 알아야 어떤 것을 읽고 투자를 결정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한다.

 

이 책에서 배울 것은 발견하는 능력과 응용력일 것이다. 꼭 투자가 아니더라도 저자처럼 세상을 읽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어떤 분야에 있더라도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참 배울게 많은 책이었다. 투자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인문학을 어떻게 삶에 응용하는지의 예시를 읽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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