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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심리 - 돈이 되는 인문학
전인구 지음 / 살림 / 2021년 6월
평점 :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주식 관련 책 중에서 가장 특이한 책이다. 인문학은 인간에대한 탐구를 하는 학문으로 문학 역사, 심리, 비평, 예술 등을 일컫는 거시적 개념이다. 인문학과 주식은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인문학적 사고가 주식 투자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저자는 하고 있다.
대학 때 시전공 교수가 인문학이 돈버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야 교양으로 들었지만 문학 전공자들은 그게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비웃었었다. 그런데 저자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니 그때 기억이 나면서 흥미가 생겼던 것이다.
슈퍼개미들은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고 한다. 돈이야 사치할 정도로 많지만 욕심을 부리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주식 시장에서 고도의 절제력이 유지되야 하기 때문에, 생활습관으로 자리잡게 하기 위함이다. 습관이란 나도 모르게 내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임을 아는 것이다. 절제력과 생각하는 힘은 인문학에서 나온다며 인문학이 '투자의 핵심' 이라고 까지 말을 한다. 그정도로 인문학이 투자에 중요하다고? 그건 좀 과장 아닌가? 란 의구심이 많이 드는 서문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책의 초반부에 내가 좋아하는 삼국지의 제갈량 이야기가 나온다. 익히 알고 있는 적벽대전의 화살얻기와 2차 북벌전투에서의 전략을 주식투자에 아주 적절하게 비유해놓은 것이 탁월하다.
나는 삼국지를 여러번 읽어보았지만 제갈량이 북벌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행간을 전혀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주식에 대한 응용이야 그걸 염두해두고 읽은 것이 아니기에 당연히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1차 북벌에서 제갈량의 전술이 여러가지 플랜을 염두해놓은 유연한 공격이었고, 실패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었다는 것을 저자는 파악했다. 제갈량은 투자자로 보면 잃지 않는 투자를 한 것이다.
이런 해석은 정말 삼국지 전문가의 평전 못지 않은 분석이다. 역시 탁월한 분석가 다운 면모가 아닐까 싶다. 내가 삼국지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기에, 저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나 할까?

예술에 대한 저자의 해석도 참신하다. 점,선,면으로 추상을 표현했던 기법을 선이 만나면 점이 되고, 점은 돈이 된다 라는 투자가 다운 응용을 보이는데, 이게 참 그럴듯하다. 문화 예술에서의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은 원래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일부러 결말을 애매모호하게 다양한 해석을 나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면도 있는데, 무조건 답을 찾으며 감독의 의도는 이거였다, 저자의 의도를 잘못해석한거다며 서로 싸우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저자의 의도를 넣은 부분도 존재하는데, 일부러 모호하게 표현한 부분까지도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작자의 명확한 의도도 주제를 구현하기 위함이지 결말을 명확하게 하려 함이 아니다.
결말보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더 중요하다. 소설의 경우 주제에 맞게 스토리와 인물 설정을 한다. 그 주제는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깨달음이 될 수도 있다. 식상한 교훈을 넣는 작자는 하수다. 그래서 고전 문학 작품의 주제를 읽어내려면 그 시대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할 수 있다. 고전 작품을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읽을 수도 있지만, 주제를 잘 읽어내면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고, 내 현실에 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주제를 읽어내지 못해도 무엇인가 느낀게 있다면 그것을 나만의 해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전 문학에서 현대의 풍조를 보았다면 인간의 변치 않는 본성을 느낄 수도 있고, 주인공의 처지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게 다소 엉뚱해도 상관이 없다. 답이 틀렸다고 뭐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은 원래 똑같은 것을 봐도 자신의 경험 사고 방식 상황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읽는다. 조정래의 인간연습을 읽고 단순히 '결말이 왜 이리 시시해' 라고 덮을 수도 있고,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이상과 현실에 대한 괴리를 느끼고 이상이 실현되려면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지, 역사적 아픔을 딛고 발전한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수도 있다.
저자는 예술작품을 보고 자신만의 해석을 하고 자신의 분야에 응용하였다. 반드시 응용하여야 하는 것이 예술의 목적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해석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틀리고 맞냐가 아니라 어떻게 적절하고 이치에 맞게 응용했느냐 일것이다.
예술은 답이 없다. 예술은 퀴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답이 없는 사람이다.
시인 신경림은 교과서에 실린 자신의 시로 출제된 학교 문제를 풀었는데, 100점은 커녕 40점이 나왔다고 한다. 자신이 쓴 시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틀릴 수 있을까 싶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시인의 문제인가 출제자의 문제인가?
예술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출제자의 해석이 틀린게 아니다. 창작자와 출제자의 해석이 다른 것이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고 해석은 창작자의 권한도 아니다. 어떻게 해석을 하는지는 독자의 몫이고 권리다. 추리소설이 여전히 문학이 아닌 장르소설로 취급되는 것은 어쩌면 명확한 답이 있고 해석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것도 그저 내 해석일 뿐이다 틀리고 맞는게 없다)
문화 예술은 인간의 삶을 반영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인생도 답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꾸 보편적 정답을 찾으려고 하면 시야가 좁아진다. 결국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제시한 답의 조합이나 응용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 응용일 수도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투자를 잘 모르지만 저자는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공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직간접경험들을 자신의 분야에 맞게 해석하고 응용하는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를 추구하는 1인 기업가는 여러가지 철학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합하고 응용하여 상식을 넘어선 활용을 한다. 저자같은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인문학 독서라는 간접경험을 자신의 분야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이들처럼 되고 싶은 사람들은 똑같이 따라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는 있지만 똑같이 따라해서는 어렵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은 과정이나 결과가 아닌 그들의 응용력이 아닐까?
이 외에도 철학과 문화, 영화, 여행 등에서 투자의 심리를 발견하는 저자의 관점이 탁월하다. 마키아 벨리와 조조의 강력한 군주를 투자자로 치면, 자신만의 투자 철학으로 주도적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조조의 용인술은 시기 적절할 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것을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자신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조언은 듣되 판단과 결정, 그리고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다. 조조처럼 패배를 해도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강한 정신적, 물질적 기반도 중요하다 하겠다.
8장은 투자자의 심리에 대한 저자의 조언이 담겨있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 시대에 따라 흐름을 읽는 것이 필수다. 재무재표를 신뢰할 수 없던 시대에서 재무재표만 보고 투자 하는 시대가 온 이유는 거짓과 속임수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정책이다. 그런 흐름을 알아야 어떤 것을 읽고 투자를 결정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한다.
이 책에서 배울 것은 발견하는 능력과 응용력일 것이다. 꼭 투자가 아니더라도 저자처럼 세상을 읽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어떤 분야에 있더라도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참 배울게 많은 책이었다. 투자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인문학을 어떻게 삶에 응용하는지의 예시를 읽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