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남기는 사람
유희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편이나 신춘문예 당선작을 꼬박 꼬박 살펴보는 독자였던 시기가 있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도 1회부터 몇 편의 수상작들을 읽어보았었던 것이 한 10년 전일까.

 

어느새 부턴가 소설을 읽지 않게 되었다. 사실 소설을 읽은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다는 자체는 좋지만 어쩔 때는 괴롭기도 하다. 특히 한국 문학 작품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깊이 파고드는 면이 있어 읽다보면 굉장히 뭔가 너무 빠져드는 느낌이 있었다. 단편은 특히 짧은 호흡이지만 그 안에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으로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많다.

유희란은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을 한 작가이다.

정유정도 세계일보에서 등단을 했다. 내 심장을 쏴라 이전에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라는 제목으로 청소년 소설에 당선이 되었었고, 내 심장을 쏴라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세계일보의 등단작들은 주로 장편을 읽었었는데 어느정도 읽을만한 소설들을 선정하므로 신뢰가 갔다.

 

'밤하늘이 강처럼 흘렀다' 로 시작부터 강렬하게 시작한다. 인공항문을 달고 있는 이모와 그런 이모를 돌봐주는 나. 미혼모의 대를 이은 둘의 관계는 어쩌면 모녀관계일지도 모른다. 다소 모호하게 표현되었는데, 작중의 '나' 가 곧 이모이고 이모가 곧 '나'의 모습인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를 담은 '유품'

작가의 등단작이기도 하다.

사람을 만들려면 열 달이 걸리잖아.

그런데 인간을 만들려면 육십 년은 걸린단다.

이제 잘 살 수 있는데, 얼마 안남은 거야.

고독사를 한 노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을 떠올린다. 연민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상사의 당부에도 한동안 찾지 않은 어머리, 어머니와의 기억, 어머니의 삶을 생각하며 연민에 젖는다.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에도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나오는데, 일부러 아직 보질 않았다. 소재 자체가 왠지 쓸쓸하게 느껴져서일까 불편해서 일까. 아니면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는게 두려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사진을 남기는 사람

어릴 적 친구이자 연인이기도 했던 '결' 과 집나간 '언니' 의 모습을 사진처럼 선명하게 마음에 담고 있는 '나'는 사진 강의를 들으며 그들을 떠올린다.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입니다.

모든 것을 가만 놔두고 무수한 빛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작업입니다.

 

'호수가 돌아오는 사막'은 비내리는 만난 '단' 과 '나'의 이야기다.

어머니와 함께 살며 아들을 키우는 이혼녀인 '단'과 아내가 있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진 '나' 는 10여년 전 누드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났다. 가끔 만나 술을 마시며 서슴없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며 외로움을 나누는 사이다. 비가 많이 오면 생겼다가 곧 말라버릴 사막의 호수처럼 메말라가는 쓸쓸한 두 사람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한국작가들의 단편집을 보고 있으면 감정에 자꾸 이입이 된다. 특히 김사과나 김숨의 소설은 매혹적으로 빨려들어가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을 정도로 몰입이 되기 때문에 때로는 불편하다. 흡입력 있는 소설들을 읽고 나면 힘들기도 하다. 유희란의 소설들도 외면하고 싶은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듯 쓸쓸하다. 우리 내면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 보는 것은 때로는 피하고 싶지만 때로는 마주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들을 읽고 나면 먼가 마음이 허무해진다.

 

나는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읽을 때는 주로 가벼운 장르소설을 읽게 된다. 스토리나 플롯 위주의 소설은 재미는 있지만 깊은 무엇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 깊은 무엇이 있다 해도 외국어를 번역한 문장으로는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모국어로 쓰인 글이 깊이를 줄 수 밖에 없는 것일 거다.

 

어두운 부분을 들여다 보는 것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나의 어두움과 마주하는 것이 더 긍정적일 때가 있다. 외면하기 보다 인정하고 돌보고 달래야 할 때도 있다.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는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그것이 인간의 공감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쓸쓸하지만 그런 울림과 잔잔한 위로가 되어주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