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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과학 - 고객을 사로잡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전략, 개정판 ㅣ 마케팅 타임리스 클래식
파코 언더힐 지음, 신현승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1999년에 출간된 이 책은 27개국에 번역되어 아직도 읽히고 있는 쇼핑에 관한 책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탐구하기 위해 추적자들이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을 했다 하는데, 어떻게 보면 고객을 몰래 스토킹 한것이 아닌가 싶기도 할만큼 면밀히 추적을 해서 고객의 행동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데이터로 어떻게 고객들을 구매하게 해주는지 알아본다고나 할까. 요즘으로 치면 빅데이터의 수작업 버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고객에게 어떻게 관심을 끌며 사로 잡을 것인지를 연구한다. 매장 입구부터 화장실 엘리베이터의 위치 등 백화점 같은 매장은 연구의 대상으로 계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장실이 1층에는 없는 것도 2층에 있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매장을 지나가다가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면밀한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래전에 출간된 책인데 저자가 요즘에 맞게 덧붙였다고 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을 조사하고 통계를 내서 어떻게 매출을 올릴 것인지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조사를 한다. 그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남녀의 차이, 연령별 공략, 체험, 최종 계산과 상품진열까지 모든 것을 계획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무심코 쇼핑을 하던 매장에도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나는 보편적인 사람이 못되는지 그런 것에 딱히 현혹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쇼핑 이전 시대에는 매장판매가 주류일 수 밖에 없었고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런 소비자 심리를 연구한 사람들의 마케팅 전략에 노출되어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통계가 그것을 증명해준다.
어떤 장치들은 별 효과가 없다. 실패한 전략들이라고 증명된 것들이 현재 오프라인 매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당장이라도 치워버릴텐데. 매장의 사장이라면 쇼핑의 과학에 대해 읽어두고 그것을 따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하지 않아야 되는 것은 알 수 있다.
두바이 등에 펼쳐진 거대한 규모의 쇼핑몰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큰 자본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쇼핑의 과학이 적용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라별로 조금의 특색은 다르지만 모두 어떤 과학적 마케팅 기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세상에 그냥 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홍콩여행을 갔을 때가 생각난다. 거대한 규모의 명품쇼핑몰 부터 아이들의 장난감, 식당, 옷가게 등이 즐비하게 펼쳐져있었다. 홍콩에 오는 이유가 여행보다 쇼핑인 사람도 많을 정도로 큰 규모로 되어있는데,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따라가지 못할 규모였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나야 여행이 목적이고 명품 같은걸 좋아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저 구경만 하다 왔다. 하지만 쇼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홍콩만의 특색이 있고 가격의 메리트도 있다고 하니 여전히 매력적인 장소이다. 인근의 마카오도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호텔단지들과 연결된 쇼핑몰은 구경하기에 충분한 재미를 주었다. 그러나 금액적인 면의 메리트는 별로 없었다. 상품들이 평균적으로 홍콩보다 비쌌다. 도박으로 돈을 많이 딴 사람들이 기쁨에 들떠 쇼핑을 하도록 유도되는 곳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저 호텔을 이용하고 싶어서 오거나, 나처럼 구경을 하고 싶어서 오는 단순 관광객도 있었다. 슬롯머신을 좀 하다가 돈을 잃은 것 빼고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미국 서적 답게 굉장히 주제에 천착하고 있고 상세하며 방대하다. 어떤 부분은 이게 꼭 필요한 내용인가 싶을 정도로 자세했다. 다양한 사례와 수를 적어 놓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5부에서 확대된 쇼핑의 과학은 온라인 쇼핑을 중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데, 물론 개정판에서 추가된 부분이 이부분 일 것이다. 아직은 인터넷 쇼핑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보는 저자인데, 사실 초창기의 옥션 지마켓,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달라지고 있는 인터넷 쇼핑의 세태를 보면 어떤 형태로 정착이 될지, 계속해서 변화해나갈지 궁금해진다. 변화가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마 후자가 아닐까?

마케팅이나 매장을 운영하거나 준비중인 사람은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같다. 일반 독자에게도 이런 쇼핑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해준 경험이 되겠지만 고객에게 도움이 된다는 문구가 있는데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고객 보다 판매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책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