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알고리즘 - 인간의 뇌는 어떻게 행동을 설계하는가
러셀 폴드랙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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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환경을 만들기도 하겠지만, 많은경우 환경이 인간을 만드는 것 같다.

 

환경이란 물리적인 공간도 해당이 되겠지만, 주변 사람이나 생활방식도 해당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 습관이 가장 중요할 것인데, 내 가족 내 주변의 습관을 나도 모르게 따르게 되거나, 내가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만들어낸 습관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우리는 의지보다는 행동과 생각의 습관대로 흘러가듯 사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무엇보다 우리를 통제하는 시스템인 뇌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행동설계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책이다.

저자는 스텐퍼드 대학의 심리학 담당 석좌교수이자 신경과학자로서 굉장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은 손실회피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였는데, 의사나 행동 제어 등 뇌 메커니즘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학자라고 한다. 습관에 관한 많은 책들이 나와있고 여러권을 읽어보았지만, 이책만큼 전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은 드물 것이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에서 습관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과학적인 근거를 들먹였는데, 자신이 직접 연구한 것이 아닌 전문강사의 책이라면 짜집기 식의 확증편향성이 어느정도 있을 수밖에 없는 것같다.

같은 내용의 축구 관련 책을 축구선수 손흥민이 냈다고 하면 많이 팔릴 것이고, 토씨하나 틀리지 않아도 무명선수가 냈다면 별로 팔리지 않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의 결과에만 기댄 자기계발서는 성공한 사람이 없으면 효용이 없다시피 하다. 게다가 그 성공한 사람이 본인이 아닌, 유명인의 시작과 결과만 추려낸 인스턴트 같은 것이라면 그 효과나 감동도 짧을지 모른다. 그런 책들은 대부분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을 결과론적으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책을 읽을때는 좋다가도 막상 실행이 되질 않아서 좌절을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책도 저자가 사회적으로 저명한 학자이기 때문에 더 신뢰가 가고 읽게 되는 것이 크다. 학자이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근거로 습관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믿음이 간다. 또 학자이기 때문에 인용의 출처가 분명하다.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학자로서 쌓아올린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는 행위기 때문에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적을 것이다.

아무리 전문가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쉽게 습관을 바꾸고 조절할 수 있지는 않다.

그것 또한 이 책에서 언급하고 지적하는 내용인데, 어떻게 보면 인간이 그렇게 구성되어있는 것이다. 인간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진화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이 현대에도 나타나는데, 이것은 현대인에게 필요없는 요소들도 상당히 많다. 인간이 어떤 전지전능한 신에게서 창조되었다면 이런 기재들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진화를 했기 때문에 부산물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이 종교를 믿는 것조차도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현대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는 요소이기도 하다.

 

결국 마법은 없다.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책에서 잘 다루고 있다.

낙관적이거나 과장된, 마법같은 좋은 방법은 들어있지 않다. 그래서 실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더 나은 지름길은 있을지라도 거리 자체를 줄여 줄수는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 된다. 습관의 실체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

 

습관이나 변화가 쉽다는 책을 읽고 감동하기는 쉽지만, 그것또한 미루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변화하기 쉽기 때문에 나중에 금방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내가 알지 못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어딘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 방법만 알면 금방 좋게 바뀔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묘약을 기다리느라 아무 변화도 없이 시간만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참 많은 핑계를 대왔음을 깨닫기도 했다.

항상 잔머리, 잔꾀를 생각하곤 하는 나였다. 그것이 먹힐 때도 있어 남들보다 노력없이 빠른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 전체로 보면 그것은 오히려 훨씬 느린 길이 되어버렸다.

헛똑똑이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작은 요령들이 삶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분별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과장되지 않고 요령없이 습관의 속성이라는 것을 낱낱히 파헤치고, 현실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 책이었다. 읽는이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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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를 권하다 -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5
이진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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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즐겨보던 프로그램인 '코미디 빅리그' 에서 '개인주의' 라는 이름의 코너를 방영한 적이 있다.

인물들은 각자 스마트폰만 쳐다보면서 화합하지 못하고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 프로그램이었다. 꽤 재밌게 보긴 했으나 제목이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 라는 것이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인터넷에 '코미디 빅리그 개인주의' 를 검색해 보면 -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상황만 생각하는 개인주의 사회를 풍자한 코너 - 라고 설명이 되어있다. 물론 개그프로지만 우리 한국인의 개인주의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전체주의 사회는 아니지만 다수결의 힘, 그러니까 보편적인 것들을 소수가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한 나라인것 같다.

물론 그것을 따라야 하는 상황은 존재하지만 문제는 개인적인 부분에서도 암묵적인 강요를 서로 받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인의 성향이기도 하지만 본성이 아닌 학습된 성향일 것이다.

군부 시절에 복종과 상명하복이 원칙인 시대의 영향과, 그때의 기억이 좋았던 혹은 그때의 젊음이 그립던 사람들에 의해 포장되고 미화된 유령이 현재를 야금야금 씹어먹는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물론 당시에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업적이나 장점은 폄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 우리는 현재의 개발도상국들보다 훨씬 훌륭하게 그 시절을 지나왔다.

하지만 시대가 다른 것은 엄연하다. 우리가 베트남 같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이상 그때의 시대의 법칙을 지금 적용할 수는 없다.

긍정적인 개인주의는 자기애와도 같다.

자신을 버리지 않고 얼마든지 남을 위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도 챙기는 법이다.

우리는 어쩌면 이기주의라는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너무 노력하다가 자기 자신을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역사속에서 수많은 위기를 이겨낸 것도 집단의 힘이다.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진 못했지만(인간은 역사상 단 한번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집단 방역 노력은 초기에 어느정도 결실을 보였다.

평소에 그랬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도 단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IMF때 결혼반지를 금모으는데 내놓았던 사람들의 힘이 모여 국가 위기극복에 일익을 담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기 자신을 버려서는 안된다. 자기 자신을 버리지 않고도, 개인주의를 잘 활용하면서도 힘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잘 설파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보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가 떠올랐다. 이 드라마는 IMF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그 당시 청춘이었던 우리 세대는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IMF를 겪으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IMF로 시작하는 가게들이 참 많았다. IMF 생고기 라는 고깃집이 나와 내 친구의 단골집이었는데, 부족한 금전에 삼겹살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아무튼 그 드라마에서 펜싱선수인 주인공이 IMF때문에 팀이 해체되는 좌절을 겪는다. 학교 코치는 시대가 너를 그렇게 만들었으니 시대를 탓하라고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전학을 가서 펜싱을 계속하는 주인공은 IMF로 펜싱을 그만 둔 사람들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에 합류할 기회를 얻는다. 그때 전학간 학교 코치는 '시대가 너에게 기회를 주었다' 라고 말한다. 시대는 기회를 앗아가기도 했지만 주기도 했던 것이다. 주인공이 시대의 비극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이 개인주의의 좋은 표본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이 책과 함께 한 시간은 나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 부족한 사고력으로 읽어내지 못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철학자인 저자는 책에서 색다르면서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독자는 나와 타자, 그리고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책을 읽으면서 깊이 생각하는 과정 만으로도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갖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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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가 사랑을 의심할 때 - 관계 번아웃에 빠진 커플을 위한 실천 뇌 과학
다니엘라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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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도 잘 통하지 않고 다투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남이야 오죽하겠는가?

나는 현재 부부 관계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관계 번아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과거에 크고 작은 위기가 온 적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를 일이다. 그런 위기가 혹시라도 찾아오게 된다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싶다. 과거에 큰 위기가 있었을때 많이 혼란스럽고 당황했던 경험도 있었고 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독일에서 공인심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다. 작가인 배우자의 도움을 받았는지 아니면 독일의 커플들이 그러한지 참 다이나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의 상황과 다른 부분도 많았지만 비슷한 부분도 많아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많은 부부들이 사고방식의 차이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다행히 나는 사람이라는 것이 생각이 같을 필요도 없고 개인의 생각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이전부터 하는 시늉이라도 하기 때문에 크게 싸울일은 없었던 것 같다.

배우자도 이해심이 있는 편이라 그것이 서로 잘 맞기도 했다.

서로 사랑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 콩깍지는 벗겨진지 오래다. 초반부터 그것을 벗어나려고 했던 것도 같다. 서로 너무 편해서 서로의 단점을 여지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는 것처럼. 때로는 서로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장점이 더 많은것 같다.

과거의 연인과는 참 많이 싸웠는데 이 책에서 나오는 여러 징후들을 많이도 겪었던 것 같다. 그것이 지긋지긋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다툼이 없을수는 없다.

우리는 서로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서 서로 참아오기도 했지만 사람은 맞추는 것이지 원래 잘 맞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만날때 서로 끌리면서도 사고 방식의 차이로 이별을 했을 것이다.

그리곤 맞는 사람이 어디있는지 찾아 헤멜 것이다.

그러나 나와 완벽히 맞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있다고 해도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아마 나와 똑같은 사람을 복제해놓고 있지 않는 이상 완벽히 맞는 사람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꽤나 확신하고 있다. 복제인간은 아니지만 비슷한 쌍둥이도 싸움을 한다고 하니, 나의 복제 인간 조차도 같이 있으면 싸울지도 모를 일이다.

 

항상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어야 한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분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야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허위 합의 효과' 에 빠져있을 수 있다.

자기 생각이 '당연히'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이 늘 보편적인 사람은 없다. 그것을 설문조사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비슷해 보이는 사람도 세부적으로 보면 다르기 때문이다.






 

관계가 소원해진 부부나 연인, 관계가 나쁘지 않지만 백신처럼 예방주사를 맞고 싶은 커플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인것 같다.  백신도 부작용이 있듯이, 더 중요한 것은 임상실험처럼 나의 현실에 잘 적용하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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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 마음은 삶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마음챙김
엘렌 랭어 지음, 이양원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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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삶을 돌아보면 까마득 하다가도 가까이 느껴진다.

 

10년 전의 기억이 며칠 안된듯 그때의 기억은 물론 생각과 정서까지 기억이 나는 듯 하는 것은 착각일까.

나는 이렇듯 과거를 자주 떠올리면서 현재를 보낸다. 즐거웠던 기억, 인상 깊었던 기억, 왠지 모르게 별일 아닌데도 떠오르는 기억들을 자꾸 재생시키고 회상한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닌데 저절로 그리 된다. 어쩔땐 정신차려보면 현재의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놓치며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과거에 머무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후회'라는 것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왜 그랬을까, 지금이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며 그 시간을 다시 사는 상상 여행을 떠나며 때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건만 결국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머무르기 위해 현재를 허비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좋았던 시절,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아쉬웠던,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그때로 돌아간다면 잘해낼 수 있을 텐데 하며 현재에 제대로 살지 못하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젊음이 물론 좋지만 나중이 되면 지금이 좋을텐데.

 

나보다 연상들이 하는 너는 아직 늦지 않았다, 니가 좋을 때다 이런 소리는 뻔하고 지겨운 잔소리로만 들린다. 뒷부분을 듣지 않아도 무슨말을 할지 예상이 되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뻔하지만 맞기도 한 그말들의 효과가 무용하다는 생각은 이 책을 읽고 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해는 간다.

그들도 상대적으로 더 젊은 나를 통해서 자신의 젊음을 그리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자는 '저자들의 저자' 라 할 수 있다. 처음 접해보는 그의 책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다른 수 많은 책들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이 되기 때문이다. 하버드 최초의 종신 여교수의 명성 자자한 책이 개정되어 출간된 것이 참 반가웠고 드디어 그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설레기까지 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과거 여행의 이유가 이 책에서 대부분 소명이 된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햇을까?

왜 기계적으로 생각이 떠오르고 반응이 나는 것일까?

 

그 이유를 과학적인 접근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결과만 듣는다면 진짜인지 믿기 어려운 시계거꾸로 돌리기 연구는 마음이라는 것의 힘을 알게 해주고, 누구에게나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가만히 있으면 흘려버린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깨기 어려운지, 고정관념이 고정관념인줄 알고 있을 때조차 그러하다는 것은 마음을 놓치기 쉬운 이유 혹은 핑계가 될 것이다.

 

뜬구름 잡는 근거 없는 희망 팔이가 아닌, 진짜 가능성과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 힘은 마음챙김으로 챙길 수 있다.

시작은 미약한 힘이겠지만 챙김을 거듭함으로써 점점 더 많이 챙겨갈 수 있을 것이다.

 

마음챙김은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내어 가능성에 더하고, 새로운 정보를 유연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으며, 여러 관점을 수용하여 관점에 갖히지 않게 한다. 맥락을 자유롭게 변화시키며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요즘 보는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김태리가 맡은 나희도는 펜싱선수이다. 그리 잘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엄마는 그만 두라고 야단을 친다. 설상가상으로 IMF위기가 터져 펜싱부 자체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나희도는 엄마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펜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다지 가망이 없음에도.

왜냐하면 펜싱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나희도는 결과가 좋지 않아도 기대를 크게 하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목표를 다잡고 묵묵히 과정을 진행해간다.

지금 방영 초반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쉽게 성공의 길로 접어든다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드라마는 여지없이 주인공에게 반드시 역경이 찾아오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그렇게 좋은 결과가 나타날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운동을 하다가 나이를 지나 더이상 성공하지 못할 시기로 넘어가서 가시적인 결과 없이 그만 둬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운동선수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아무것도 없이 시간을 낭비했다고 할 수 있을까?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젊은 시절의 나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행여 그럴까봐 포기한 것들도 참 많다.

 

중년의 시기로 접어드니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간을 참 많이도 낭비해왔다. 지금도 미래에 비하면 젊고 노년이라 할 수는 없는 시기지만 말이다.

 

무엇을 위해 노력해본 경험은 가시적인 결과보다 더 값질 수도 있다. 머리 굴리기 좋아하고 요령을 피우기 좋아하던 나는 그런 경험이 없지는 않지만 많이 부족하다. 머리를 굴려서 이득을 본 경험도 상당히 많지만 긴 시간을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돌아보면 그리 큰 이득도 아니었다.




 

마음챙김은 현재와 과정에 주목하는 힘이기도 하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좋을지 나쁠지 미리 너무 머리를 굴리는 것도 좋지 않다.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노력하는 것은 성공이 보이지 않아도 그 과정 자체로 성공일 수도 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그것을 시간낭비로 보면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을 것이고, 그 노력해본 경험을 피드백으로 삼으면 다른 일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실패를 너무 두려워 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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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주)교학도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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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모른 채 태어나기 때문에 그것을 탐구하는 것은 본능이기도 하다.

나와 세상을 탐구하는 것이 학문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자연과학은 미지의 세상을 밝혀내는 데 앞장서고, 뇌과학 등은 인간을 탐구한다.

 

과학만큼 철학은 세상을 탐구하고자 한다. 자아탐구' 는 문학 뿐 아니라 문학과 과학의 오랜 주제이기도 한데, 요즘은 통섭이라는 말처럼 여러 학문이 조화를 이루어 탐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철학은 역사학이 아님에도 많은 철학서들이 그리스 철학자부터 언급을 하면서 철학의 역사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현대인과 대중에게 맞는 현대의 철학을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철학적 심리학적 신경생물학적 접근을 함께 다루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철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돌아가 질문을 던진다.

 

어떤 시대에 어떤 철학자들이 어떤 철학을 이야기 했는가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겐 현실에서의 마음가짐이나 가치관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은 누구나 궁금할법한 질문들을 철학적으로 풀어나간다.

철학서들이 많이 그러하듯 답을 던지는 게 아니라 질문 자체와 과정이 더 중요하다.

철학자들의 말은 그저 주제에 맞게 인용될 뿐이다. 이 점이 저자가 독일에서 인기 철학자가 된 까닭일 것이다. 독일의 알랭드 보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철학자들은 뇌과학이 사실을 밝혀내기 이전에 비슷한 이야기들을 했다. 과학의 임무가 어차피 생각한 것들을 증명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늦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많은 말들 중에서 지금은 실없는 소리거나 엉터리로 밝혀진 말들을 그 대단한 철학자들 - 세계 5대 성인이라 불리는 이들일지라도 - 뱉어낸바 있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장에서는 '나' 라는 주제, 인간은 무엇이고 뇌는 어떻게 작동하며 감정과 무의식과 기억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탐구하는 시간이다. 철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독일의 번역서라 그런지 조금 문화적이랄까 생소한 느낌이 드는 인용이나 은유가 있었지만, 독서 경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철학서들처럼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2장의 주제인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는 누구에게나 중요할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3장은 내가 희망해도 좋은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개인적으로 3장이 제일 별로였지만, 어쨋든 종교는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신경이 쓰이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목표지향적으로 설계되어있다고 심리학은 말한다.

영화나 소설은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역경을 맞이하고 극복하는 것을(결말이 비극으로 끝날 지라도) 보여준다.

우리는 게임을 할때 조금씩 성장해나가며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노력끝에 목표를 이루고 나면 캐릭터가 많은 능력을 갖추었는데 그 어렵게 갖춘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게임을 그만두기 마련이다. 그게 인간의 원동력이 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생은 목표를 이루어도 계속된다. 이루던 포기하던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아에 대한 탐구도 끝없이 던지는 질문들이고 명확한 정답은 없다. 현실에서는 명확한 답이 없는게 정답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진리가 현대에서는 우스운 소리가 되고, 같은 시대에서도 누구는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을 다른 누구는 전혀 믿지 않고 우습게 여기기 까지 한다. 우리 개개인의 인생에서 끝은 있지만 인간에게는 끝이 없듯이 끝보다는 어쩌면 과정이 훨씬 중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본 서평은 리엔프리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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