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삶을 돌아보면 까마득 하다가도 가까이 느껴진다.
10년 전의 기억이 며칠 안된듯 그때의 기억은 물론 생각과 정서까지 기억이 나는 듯 하는 것은 착각일까.
나는 이렇듯 과거를 자주 떠올리면서 현재를 보낸다. 즐거웠던 기억, 인상 깊었던 기억, 왠지 모르게 별일 아닌데도 떠오르는 기억들을 자꾸 재생시키고 회상한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닌데 저절로 그리 된다. 어쩔땐 정신차려보면 현재의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놓치며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과거에 머무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후회'라는 것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왜 그랬을까, 지금이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며 그 시간을 다시 사는 상상 여행을 떠나며 때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건만 결국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머무르기 위해 현재를 허비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좋았던 시절,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아쉬웠던,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그때로 돌아간다면 잘해낼 수 있을 텐데 하며 현재에 제대로 살지 못하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젊음이 물론 좋지만 나중이 되면 지금이 좋을텐데.
나보다 연상들이 하는 너는 아직 늦지 않았다, 니가 좋을 때다 이런 소리는 뻔하고 지겨운 잔소리로만 들린다. 뒷부분을 듣지 않아도 무슨말을 할지 예상이 되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뻔하지만 맞기도 한 그말들의 효과가 무용하다는 생각은 이 책을 읽고 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해는 간다.
그들도 상대적으로 더 젊은 나를 통해서 자신의 젊음을 그리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자는 '저자들의 저자' 라 할 수 있다. 처음 접해보는 그의 책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다른 수 많은 책들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이 되기 때문이다. 하버드 최초의 종신 여교수의 명성 자자한 책이 개정되어 출간된 것이 참 반가웠고 드디어 그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설레기까지 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과거 여행의 이유가 이 책에서 대부분 소명이 된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햇을까?
왜 기계적으로 생각이 떠오르고 반응이 나는 것일까?
그 이유를 과학적인 접근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결과만 듣는다면 진짜인지 믿기 어려운 시계거꾸로 돌리기 연구는 마음이라는 것의 힘을 알게 해주고, 누구에게나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가만히 있으면 흘려버린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깨기 어려운지, 고정관념이 고정관념인줄 알고 있을 때조차 그러하다는 것은 마음을 놓치기 쉬운 이유 혹은 핑계가 될 것이다.
뜬구름 잡는 근거 없는 희망 팔이가 아닌, 진짜 가능성과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 힘은 마음챙김으로 챙길 수 있다.
시작은 미약한 힘이겠지만 챙김을 거듭함으로써 점점 더 많이 챙겨갈 수 있을 것이다.
마음챙김은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내어 가능성에 더하고, 새로운 정보를 유연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으며, 여러 관점을 수용하여 관점에 갖히지 않게 한다. 맥락을 자유롭게 변화시키며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요즘 보는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김태리가 맡은 나희도는 펜싱선수이다. 그리 잘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엄마는 그만 두라고 야단을 친다. 설상가상으로 IMF위기가 터져 펜싱부 자체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나희도는 엄마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펜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다지 가망이 없음에도.
왜냐하면 펜싱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나희도는 결과가 좋지 않아도 기대를 크게 하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목표를 다잡고 묵묵히 과정을 진행해간다.
지금 방영 초반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쉽게 성공의 길로 접어든다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드라마는 여지없이 주인공에게 반드시 역경이 찾아오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그렇게 좋은 결과가 나타날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운동을 하다가 나이를 지나 더이상 성공하지 못할 시기로 넘어가서 가시적인 결과 없이 그만 둬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운동선수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아무것도 없이 시간을 낭비했다고 할 수 있을까?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젊은 시절의 나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행여 그럴까봐 포기한 것들도 참 많다.
중년의 시기로 접어드니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간을 참 많이도 낭비해왔다. 지금도 미래에 비하면 젊고 노년이라 할 수는 없는 시기지만 말이다.
무엇을 위해 노력해본 경험은 가시적인 결과보다 더 값질 수도 있다. 머리 굴리기 좋아하고 요령을 피우기 좋아하던 나는 그런 경험이 없지는 않지만 많이 부족하다. 머리를 굴려서 이득을 본 경험도 상당히 많지만 긴 시간을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돌아보면 그리 큰 이득도 아니었다.

마음챙김은 현재와 과정에 주목하는 힘이기도 하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좋을지 나쁠지 미리 너무 머리를 굴리는 것도 좋지 않다.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노력하는 것은 성공이 보이지 않아도 그 과정 자체로 성공일 수도 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그것을 시간낭비로 보면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을 것이고, 그 노력해본 경험을 피드백으로 삼으면 다른 일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실패를 너무 두려워 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