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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 필요 없는 영어 - 원어민처럼 영어 말하기를 배운다
A.J. 호그 지음, 손경훈 옮김 / 아마존북스 / 2021년 8월
평점 :
노력이 필요 없는 영어라는 제목이 과연 정말 노력이 필요 없을 거라고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호기심이 생기게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런 자극적인 제목 짓기를 좋아하는 것인가 보다. 검색을 해보니 Effortless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수월해보이는, 힘이 들지 않는'이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없는' 은 아닌 것 같다. 비록 내 영어에 대해 잘 모르긴 해도 의역이 아닐까 싶다.
뭐 맞다고 해도 노력이 필요 없는이라는 뜻은 학습 자체에 노력이 없이 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을 사이보그화 한다음에 데이터 전송을 하지 않는이상 어려운 일일 것이다. 즐겁고 수월하게 학습한 뒤 '사용하는데'에 있어서 노력이 없이 술술 해낸다는 의미인거다.
이 책 노력이 필요 없는 영어(Effortless English)의 저자는 비 영어권 학생들에게 효과적이고 과학적인 영어를 가르쳐온 사람이다. 그가 영어 교육의 문제점을 알게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일본에서 영어 조교로 취직한 경험이었다. 수업시간 내내 일본어로 문법만 설명하고 있던 정교사의 수업방식은 6개월 후에 학생들 전원이 그에게 영어 한 마디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투자 시간 대비 가장 영어 못하는 나라가 일본, 그 다음이 한국이라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민지 이전에는 한국인들이 영어를 곧잘 했었다는 당시 외국인들의 기록이 있다고 한다. 본격적인 강점 이후 일본식 영어 수업을 그대로 차용했었던 것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다.
이 책에 나온 학습법들은 스티븐 크라센 박사의 이해가능한 입력 이론을 바탕으로 했는데, 유튜브에서 유명한 크리스 론즈데일의 학습법에서도 이해가능한 입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두 학습법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니 몰랐던 사람들은 크리스 론즈데일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고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크리스 론즈데일의 저서도 읽어보았는데, 결코 쉬운 방법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어는 아니지만 외국어를 어느정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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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1에서는 기존의 학습법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학교 시스템과, 교사들의 태만에 대해서는 평소 학교의 학습에 대해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방향과 일치하면서도 더욱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현직 교사들과 친구가 되어 아직까지도 연락을 나누고 있는데, 그 교사 친구들도 내 의견에 대해서 인정한 바 있었다.
자기계발서 꽤나 읽어본 사람이라면, NLP라는 것을 어느정도 알 것이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라는 토니 라빈스의 유명한 저서에 나오는 기법이기도 하다. 한국에도 아직 미약하지만 NLP에 관한 번역서 및 저작물들이 꽤 있다. NLP기법을 영어 학습에 적용하여 영어에 대한 -학교에서 주입된 부정적 -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 및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 것을 꽤 자세히 설명한다. 토니 라빈스의 책에서도 이런 기법이 나오는데, 영화기법을 거의 그책과 비슷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반복의 중요성은 라빈스의 책보다 더 강조하고 있어서, 거인 시리즈에서 애매했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했다.
좋은 학습 방법 + 좋은 학습자의 마인드 + NLP기법 이 세가지를 잘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일본에서의 충격적인 경험 이후 대학으로 돌아가 TESO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법)분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많은 연구를 거쳐 영어를 배우는 7가지 필수 법칙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다.
그 방법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전통적 방법과 완전히 달랐는데, 많은 학생들의 영어를 실제로 유창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파트 2에서는 본격적으로 이 7가지 기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그 7가지는 목차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여기에 적어본다.
1. 단어가 아니라 구절로 배워라.
2. 문법 공부는 영어 말하기를 죽인다.
3. 당신의 눈이 아니라 귀로 배워라.
4. 반복은 말하기를 숙달하는 핵심이다.
5. 문법은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배워라.
6. 실제 영어를 배우고 교과서는 버려라.
7. 흥미로운 이야기로 영어를 배워라
각 법칙마다 챕터로 나누어 법칙들이 필요한 이유, 효율적인 이유, 구체적 학습 방법등을 설명 하고 있다.
우선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즐기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영어는 어렵고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도 외국인이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면 많은 학생이 당황하고 서로 미루려고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공부잘하는 그들에게조차 영어 말하기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실수하더라도 개의치 말고 영어 자체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언어는 수동적인 학습이 아니라 능동적인 학습이기 때문에 마음 가짐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수업은 수동적인 학습방식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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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정답만이 옳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학교 시험에 익숙한 우리는 그 패턴을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가져가기도 한다. 현실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답이 없다. 그런데 학습에서도 정답은 없을 수 있다.
원어민들은 오히려 문법 규칙을 어기는 어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과거 시제 상황이라도 현재 시제로 이야기 하기 일수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말을 할 때 문법규칙에 따라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문법 규칙을 모른다고 이야기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 유치원때 교육을 잘받아서인지 아무 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받아쓰기를 거의 매번 100점을 맞았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국어 문법은 잘 모른다. 그냥 문장이 이상하는 것은 자세히 읽어보면 알게 된다.
내가 쓴 글들도 사실 다시 읽어보면 어색한 문장이 아주 많다. 수정하는 데 쓰이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냥 써놓고 내 글은 다시 읽지 않는 편이다. 뭐 내가 글쓰기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초보자의 글이기 때문에 어설퍼도 그냥 써내려가는 것이다. 학습에서는 이러한 태도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영어로 프로 작가가 되거나 현지인이 될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틀려도 좋다는 생각으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에서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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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없는 직장인들도 이 책의 방법대로 좀 시간을 길게 잡고 공부를 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어를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스며들게 하고, 영어 커뮤니티에서 동기부여를 강화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서 7가자의 법칙을 잘 따른다면 효과적일 것 같다.
나는 베트남어를 조금 공부한 적이 있는데, 베트남을 자주 갔기 때문에 간단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 공부를 했다.
중국어 태국어 보다 많은 6성조를 가지고 있는 언어라 많은 사람들이 발음을 어려워 한다.
그런데 나는 그저 재미로 베트남 노래를 듣고, 차에서 간단한 문장을 듣고, 기초 교재를 연습하다 보니 가장 골치라는 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현지인으로부터 발음 칭찬도 받았다.
물론 학습 동기라는게 약해서 베트남어를 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소통이 되는 수준은 되었다. 언어를 할 때 '왜' 하는지가 엄청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고, 베트남어에서 초반은 성공적이었지만 더 나아가지 못하고 흥미를 잃었던 이유도 알았다. 영어 뿐 아니라 다른 언어 학습에도 이 책의 방법들이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베트남어와 영어를 잘 하게 된다면 이 책의 덕이 상당히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