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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평점 :
뇌과학은 우주처럼 미지의 영역이다. 과거보다 많은 것들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그렇다.
그래도 최근에는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것에 대해 무지하다. 새로운 학설이 입증이 되어 폐기된 과거의 뇌과학 지식들을 현대의 저자들이 인용하기도 한다.
지능지수에 대한 측정도 잘못되었음을 뇌과학은 오래전에 밝혀냈으나 아직도 아이큐 지수를 신봉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이야 말로 최신 유행에 민감한데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같다.
뇌과학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지만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관념을 뒤집는 것들이 많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자연스레 뇌 과학의 역사라는 이 책의 제목만 들어도 호기심이 갔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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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특정 종교를 관점으로 한 유사 뇌과학책을 얼마전에 본 적이 있어서 혹시 이 책도 그런 책이 아닐까 노파심이 들었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 책은 과학연구의 역사를 담아낸 책으로서 이 책 자체가 어떤 학설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특정 종교나 특정 목적으로 연구되는 것은 과학이라 할 수 없다.
과학자 정신은 답을 정해놓고 근거를 찾지 않는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 연구를 하지만 반대되는 근거가 나오면 방향을 돌린다. 과학은 탐구 자체에 뜻이 있지 정해놓은 결과를 편향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명예와도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진화론이 옳다니 그르다느니 하는 논쟁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그저 진화론을 입증했을 뿐이다. 만약 진화론이 틀리고 창조론이 맞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면 과학계는 이미 창조론을 인정했을 것이다. 대다수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던 천동설 등의 이론들이 틀렸음을 과학은 증명을 해왔다. 앞으로도 새로운 가설과 그 가설의 입증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수가 있다.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과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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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뉘어 뇌 과학 관련 역사를 서술하는데, 서기전 부터 1950년 대 까지의 과거를 심장, 힘, 전기, 기능, 진화 억제 뉴런, 기계, 제어라는 주제로 다루고, 1950년 대부터 오늘날을 현재로 기억 회로, 컴퓨터, 화학, 국재화로 알아보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3부분으로 나눈다. 미래는 길게 이야기 할것이 없기 때문에 짧은 분량이다.
옛 사람들은 심장이 감정을 담당한다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심장이 쾌락과 고통을 포함한 감각은 명백히 심장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후에 로마의 갈레노스가 해부 및 실험등을 통해 뇌가 생각의 중심이라는 것을 확신했지만 저명한 아리스토텔레스같은 사상가들의 권위는 여전히 심장이 생각의 중심이라는 관념을 오랫동안 더 유지시켰다.
1000년이 훌쩍 지나서야 심장이 아닌 뇌가 생각의 중심이라는 연구가 다시 시작 되었다. 17세기에 이르러서는 감정이 심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던 사상과 지식들이 쌓이면서
철학으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뇌를 직접 해부하기도 했는데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에서 유죄를 받은 일로 발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후에 그의 저작들과 함께 뇌에 관한 기록이 발견되었다. 최신과학에서 밝혀진 것과 많이 어긋나지만 그래도 뇌가 중심이라는 개념은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는 카톨릭이 세상을 지배하던 때로 종교의 맹목적인 엉터리 믿음은 과학을 발전시키기는 커녕 퇴보시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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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미숙한 과학을 보며 그것을 어리석었다고만은 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착오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과학이 있는 것이다. 과학이란 기존의 검증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머리로 생각하고 그것을 증명을 하거나 폐기를 하게 된다. 종교처럼 결론을 정해놓고 합리화를 시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당시 카톨릭이 과학 등의 문명을 퇴보시켰다고 볼 수 있다.
19세기에 이르러 플루랑스는 동물의 뇌에서 여러 영역을 제거한후 뇌 영역별 기능을 추론하는 실험을 했다. 프랑스 외과 의사인 브로카는 이런 실험적 절제를 인간의 뇌에 적용하였다. 국재화된 영역을 발견하였는데 이 발견은 현재까지도 좌뇌와 우뇌의 국재화론을 뒷받침한다.
과학을 접하면 항상 느끼는 것이 겸손함과 과정의 중요성이다. 결과만을 중요시 하는 풍조가 만연하지만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 과정이야 말로 지금까지의 발전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우주과학분야는 평생 가볼수도 없고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들을 수 많은 과학자들이 탐구를 하고 있다. 뇌과학도 마찬가지로 수 많은 학자들이 시행착오를 거치고 여기까지 온것이다. 그러나 뇌는 아직까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영역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정답이 있다고 배웠지만 어떤 분야에도 명확한 답은 없다. 탐구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앞으로 과학이 밝혀낼 것이라고 예상되는 미래에 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것들이 조금씩 밝혀질 것이다.
유사 과학이 판치고 이미 폐기된 오래전의 연구가 아직도 진리처럼 떠돌고 있기도 하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상업적인 홍보에 이용하는 저자들이나 단체 및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는데 뇌 과학의 단편적인 연구만을 편향적으로 이용하는 식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엉터리들을 알아볼 수 있을만큼의 눈은 생긴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라 하는 양장판으로 되어있고 디자인도 예쁘고 내용도 무척 좋았기 때문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뇌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처음엔 관심을 가지는 분야의 역사및 최신 이론, 앞으로의 방향까지 알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앞으로도 뇌 과학연구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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