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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
다자이 오사무 지음, 박성민 엮고옮김 / 시와서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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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약해져라. 문학가라면 약해져라. 유연해져라. 네 방식 이외의 것을, 아니, 그것의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라.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 없으면 그냥 잠자코 있어라. -41p 여시아문
순수한 아름다움은 언제나 무의미하고 무도덕하다. 반드시 그렇다. -70p 여학생
예술가는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지만, 남몰래 심장을 찢고 있습니다. 남의 비극을 눈앞에 두고, 눈도, 귀도, 손도, 차갑지만 가슴속의 피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격렬히 뛰고 있습니다. -84p 여자의 결투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성실한 인간입니다. -101p 바람의 소식
거짓말은 술과 같아서 조금씩 조금씩 양이 늘어난다. -147p 로마네스크
자기변명은 패배의 전조다. 아니, 이미 패배한 모습이다. -163p 희미한 목소리
청춘은 인생의 꽃이라지만. 또 한편으로는 초조, 고독의 지옥이다. -180p 곤혹스러운 변명
아무리 재능이 풍부하다고 해도 인간은 성실함이 없으면 무슨 일이든 성공하지 못한다. -187p 지요조
무사하기를. 만약 이것이 영원한 이별이라면, 영원히 무사하기를. -193p 사양
죽어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산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 그것은 너무나 추하고, 피비린내 나고, 더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201p 사양
안전한 삶을 살 때는 절망의 시를 짓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 때는 생의 기쁨을 쓰고 또 쓴다. -223p 잎
불행하게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불행의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기만 할 뿐이다. -232p 지쿠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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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인간 실격> 딱 한 권만 읽어 봤다. 인간 실격을 읽고 경탄과 함께 삶에 대한 우울, 공감 등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그의 다른 작품을 손쉽게 손에 집어들 수가 없었다. 감정의 요동이 조금 줄어들 때 까지 기다리던 중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을 만나게 되었고, 텀블벅 기간을 놓칠 뻔 했는데 담당자 분께서 기회를 주셔서 운 좋게 텀블벅 세트로 구입할 수 있었다. 저자의 ‘문장‘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한 권만으로 경탄을 불러 일으킨 작가이기 때문에 그의 문장들은 가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의 짙은 문장들은 가슴속 깊이 와 닿았고, 그의 다른 작품들이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기대 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저자의 작품들 중에서 사랑,문학과 예술,인생 등 7개의 주제에 맞는 문장들을 뽑아 온 문장 모음집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의 지인들이쓴 추억담도 수록되어 있어서 생전의 저자가 어떤 성격이었는지도 알 수 있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다. 아쉬운 점은 문장들만 옮겨 놓은 모음집이기 때문에, 그 글의 앞 뒤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답답함을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을 읽으며 다정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아마도 일상적인 고뇌에 대한 그의 통찰이 짙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
-그는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것일까,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된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읽다보면 인간이 삶에서 느끼게 될 수 밖에 없는 고뇌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소한 부분, 우리에게 어떤 고통과 희망이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는 ‘나는 이것만큼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데, 괴로운 것이다. 태어난 것이 불행의 시작이다. -161p 여시아문’ 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고, 태어난 것이 불행이니 지금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행복이란, 그것을 어렴풋이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것입니다. -243p 사랑과 미에 대하여’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런 그의 문장을 읽으면 애달픈 글도, 행복과 희망의 글도, 고통과 고독의 글도. 모든 글에서 묘한 위로를 받게 된다.
-좋은 글을 보고 가슴이 일렁인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이상하게 같은 글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이건 선입견이라기보다는 글을 쓰는 사람의 깊이가 글에도 우러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이 그렇다. 그가 얼마나 많은 고뇌를 하며 많은 고통들을 억눌러 왔는지 느껴짐과 동시에 그의 통찰과 성찰을 짙게 느낄 수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며 묘한 위로를 받게 된다. 덕분에 문장집에 나오는 그의 많은 작품들을 어서 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