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합류하게 된 독서모임 도서가 독립출판물 이어서 우연찮게 ‘이막이’ 다음으로 꽤 빠르게 독립서적을 읽게 됐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고 네이버에서만 구입이 가능한 것 같은데... 독립서점에서는 구입이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구입 경로가 한정적이라는 점이 번거롭기도 하면서 동시에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처음 딱 손에 들었을 때에는 ‘와 이거 신경 제대로 썼는데?’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깔끔한 포장과 제본. 속지까지 두툼하고, 거기에 깔끔한 인쇄 까지! 심지어 책 띠지까지 단단하고 아기자기해서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추가로 귀여운 인스까지 몇 장 함께 동봉되어 있다. (귀찮아서 찍지는 않음) 그래서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이래서 독립서적을 읽는 거지!’ 하는 마음과 ‘이거 완전 선물 받은 느낌이잖아!?’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고, 나에게는 낯선 세계인 ‘서핑’ 과 ‘일상탈출’ 이라는 주제에 기대감이 샘솟았다.

-독특하게도 스토리 형식의 만화와 수필이 번갈아 나열되는 구조다. 그림에 글, 거기에 자신의 마음까지 담으려고 하니 얼마나 많은 노력과 부담감이 이 책에 실려 있을지 생각이 들어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많은 노력이 담겨져 있는 책이구나, 하는 기분이 책을 펼쳐서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 까지 이어져 누군가의 자식을 손에 안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과 마음은 독립출판물을 읽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만화의 내용은 저자가 상상한 ‘서핑의 역사’ 부터 서핑을 사랑하는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괴리감, 그리고 그로부터의 과감한 탈출, 탈출 후기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림체가 독특하면서 아기자기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만화의 중간중간에 끼여 있는 수필은 각 만화 파트에 어울리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져 있고, 조금은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이 드는 문체였다. 전체적으로 ‘서핑을 사랑하는 사람의 일기장’ 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풍겼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과 그럼에도 일을 해야하는 마음 사이의 갈등이 담겨져 있어다. 그러나 아쉽게도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이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엮은 책 같은 느낌이 크게 들었고, 일과 취미생활 사이에서의 갈등과 그 갈등 해결 과정을 제외하면 공감이 크게 가지는 않는다. (너무 서핑!!!!!!!!! 하는 느낌)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과감하게 일상을 탈출하는 모습에서 용기와 삶의 적절한 조절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역시는 역시인지 가독성이 굉장히 별로였다. 만화 속의 글씨는 너무 작았고 폰트 선택도 큰 미스로 판단 된다. 읽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마치 눈이 안보이는 사람 처럼 자꾸만 책이 얼굴 앞으로 와있었다... 그리고 빈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하려 한 것 같은데 글쎄.. 오히려 자꾸 흐름이 끊기는 부작용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에 좋다고 느꼈던 단단한 종이가 페이지 넘기기가 무척 힘들다는 깨달음을 전해줬다. 굉장히. 심각하게 불편했다. 그래서 여러모로 내용이 마음에 다가오기 전에 불편함 부터 느껴지니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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