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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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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당신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의 뇌다. -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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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뇌과학 도서를 많이 읽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우면서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자책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럴때 요즘의 나는 뇌과학 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진다. “그건 호르몬, 혹은 너의 유년기 기억 때문이야” 라고 유식한 척 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건 사실이기도 하다. 유년기 기억은 우리의 평생을 좌우하게 되고 성격으로 고정되게 된다. 유식한 척 하기 싫어서 애써 참고 있던 도중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인 <마음의 오류들>이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 되었다. 이 책은 기존의 뇌과학 도서들과 조금 달랐다. 각 장마다 우울증,자폐,젠더 등 독자들의 호기심을 이끄는 ‘뇌와 관련 된’ 질병이나 인지 관련 문제를 내걸고, 그에 맞는 과학의 역사부터 연구의 진행 과정, 알게 된 것들, 앞으로 알게 될 것들, 혹은 발전 되면 좋은 방향을 차근차근 짚어준다. 재밌는 점은 각 장에 할당 된 페이지가 굉장히 짧으면서도 방대한 양의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상세함은 ‘공부한다’는 뿌듯한 기분과 재미를 한꺼번에 느끼게 해준다. 때문에 책을 다 덮고 난 후 여러가지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뇌 그림을 이용해 지금 말하고자 하는 부위가 어디쯤에 있는지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기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절대 늘어지거나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세한 설명에 막힘 없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으며 좀 더 깊이 파고든다는 느낌은 독자들의 지적충족 욕구를 채워준다. 이 책의 흥미로운 모든 주제 중 특히나 성적 분화와 젠더 정체성 페이지는 우리에게 많은 사실을 알게 해준다. 실수할까 두려워 많은 말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10장의 주제는 필히 많은, 아니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된다. 그들이 받아왔을 정신적 고통과 억압, 그리고 잘 못 된 편견과 시선을 묵묵히 견뎌왔을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아리다.
-기존의 뇌과학 도서나 심리학 도서를 읽으며 유년시절 기억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의 배 속에서 부터, 아니 아빠의 정자에서부터 나의 호르몬이나, 유전체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깊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니 이런 사실을 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거야? 그 많은 문제들은 사실은 우리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가 죄책감과 자존감 박탈을 느끼고,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해야 했던거지? 우리는 이제 <마음의 오류들>을 통해 비로소 알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사람은 아는 것이 많을 수록 강해진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잘못된’ 사람으로 분류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내 호르몬(혹은 변이 유전자)문제야. 나는 이렇게 태어났어. 내가 선택한게 아니라고! 그리고 나는 이겨내려고 노력중이야.”
-어렵고 재미없는 분야라고, 나와는 상관 없는 분야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좀 더 많은 사람이 뇌과학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의 신체 중 가장 중요한 부위인데 이토록 관심이 적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쉽고 재미있게 뇌과학을 알고 싶다면, 당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면, 일단 <마음의 오류들>을 읽어라. 분명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