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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오식당
이명랑 지음 / 시공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도 명랑스러운 이명랑의 '삼오식당' 도서관에 꼽혀 있던 책을 무조건 빌려왔다..요즘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가면 내가 읽고 싶어하던게 뭐였더라? 누가 좋다고 했던 책이 뭐더라? 빙빙 돌다가 아무책이나 빌려 오게 된다. 다음부턴 책 목록을 적어가야겠다..일요일에 가족들과 산에 다녀오면서 계획없이 간 도서관에서 이책을 발견하니 너무 반가웠다..
책 두께도 얇고..단편들도 쉽고 재미있어서 술술 잘 읽힌다..영등포 시장에서 자라난 작가라서인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카더라 통신을 듣는것처럼..영등포 시장에 앉아서 듣는것처럼 생생하다..
첫 단편..어머니가 있는 골목..가장 많이 들어본 '지선아..너 나 사랑하니?' 라는 구절이 있는 단편..지선이는 지은이의 분신이랄수 있다..식당의 둘쨋딸로 명문대학을 나와 바보온달같은 영철을 만나 평강공주처럼 살려고 결혼하기로 한다..그런데 막상 장래 시댁어른들을 만나보니 집안이 빵빵한, 족보가 탄탄한 상류층(?)이었다..이때부터 예정에도 없이 혼수로 천만원짜리 장롱을 사고 최고급 호텔에서 약혼식을 하고..지선이는 영철과의 결혼식을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결혼식 이틀앞으로 밀려온다..영철 또한 결혼식만 끝나면 도망가고 싶어하는것처럼 점점 더 멀어지고..삼오식당 주인인 어머니는 적금 깨고 돈을 얻어서 초호화 혼수로 사돈댁에 기죽지 말고 잘살라고하고..
짧은 단편이지만 조금 오버가 심하다 싶어서 처음엔 부담스러웠다..영철이의 집안이 예상외로 대단해서..천만원 장롱을 해주는 친정엄마의 마음을 모르는것은 아니지만..그런 장롱은 구경도 못해봐서인지..
두번째는 까라마조프가의 딸들..결혼한 지선이는 돈을 벌기위해서 시장의 0번아줌마(과일장수)의 딸, 현미에게 과외를 하게된다..노름꾼 현미아빠와 0번아줌마..과일가게 종업원 황씨에 얽힌 이야기는 0번아줌마가 집에서 시장에서 쫓겨나게 된다..마지막엔 ..그녀가 들고 돌아 올 그 가방 속에 하나 가득 지페 다발이 들어 있기만 하면, 우리들은 어쩌면 터럭 한올의 미움도, 증오도 없이 그녀를 다시 받아들일 것만 같다 라고 끝을 맺는다..
가족간의 사랑이니..부모 자식의 정보다는...돈과 생활이 최우선인 딸들...그것은 우리 모두의 모습일것이다..
딸둘 낳고 세번째로 겨우 아들낳은 큰딸의 아이를 키워주는 삼오식당 주인의 이야기 엄마의 무릎...다세대 상가 주택에 사는 지선이가 다른곳에 사는 주인의 열쇠를 통한 세입자 통제하기에 대한 이야기 보일러 쟁탈전,시장을 떠나는 봉투아줌마에 대한 이야기 잔치,고물장수 박씨 할머니로 인한 약장수 체험기 결승선에서..그리고 마지막 단편 우리들의 화장실까지..
골고루 먹는 부페처럼 풍성하게 담은 밥상을 받은것 같다..작가 후기 또한 재미있었다..어릴때 읽은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백설공주가 나처럼 생겼다면 왕비의 명령을 들은 사냥꾼은 원작에서처럼 '차마' 죽이지 못하고 도망가게 했을까? 에 대한 물음이다..배꼽을 잡고 웃었다..나 또한 작가처럼 공주가 되지 못한 외모니까..
그인생에 '그러나'로 시작되는 하나의 히든 카드도 뒤에 감추지 못한 사람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이생을, 그박복한 운명을 견디어내는 것일까? 연작소설 '삼오식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작가의 말..
삼오식당은 맛있다고 방송 타서 맛없어진 유명 맛집이 아니었다..아직도 처음의 그맛을 간직한 감칠맛 나는 밥집이었다..이명랑 작가의 다음 소설이 이책보다 반응이 별로던데..아마 같은걸 또 재료로 쓰다보니 신선도가 떨어졌을지 모르겠다..다음번에 그책을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