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통성

인감증명서를 떼러 읍사무소를 들렀다. 대기표를 어렵게 찾아 빼냈다. 삑삑 소리가 몇번 들리자 낡은 대기번호기 전원을 끈다. 오른손으로 꼽을 명수가 등초본ㆍ인감 손님으로 나뉘었다. 어떻게 하냐고 성마른 손님들이 묻는다. 기다리시라고 한다. 새로운 손님과 있던 손님이 섞였다. 내 뒤에 온 손님이 담당공무원의 접수받는다는 말에 먼저 서류를 뗀다. 아무 내색을 하지 않았다. 여공무원은 인감을 떼는데 지문확인이 필요하다고 지문인식기에 여러차례 검지를 대고 누르란다. `나는 내가 아니란다.` 그렇게 확인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손가락으로 검지를 가져가 몇번 자기 손가락인냥 하더니 이 새것ㆍ새지문으로 해주겠다고 한다.

발. 융통성이 없었다면 오늘 하루가 아찔하다. 손님에게 뭘하느냐고 순서 똑바로 하라고 하고 센터장 나오라고 대기번호표도 이 지경으로 관리하냐고 소리질렀을 것이다. 내가 어눌한 말투의 외국인 이주민이라면 골동품이 된 지문인식기에 무사했을까. 똑똑한 공무원은 지문인식기를 다시 사고 주민을 다시 지문날인 등록을 해야한다고 기안하지 않았을까

읍네 스님에게 공손이 인사하는 간부공무원과 읍네 말단공무원의 융통성때문에 국가예산도 축내지 않고 좋은 일 한게다. 고맙다. 대형백화점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아서 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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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내

식곤증이 밀려와
게임에 진력하느라
책에 정신파느라
티브에 목빼느라

삶은 행주. 속타죽것네

드르렁 코고느라
사정없이 패느라
스페인내전중이라
머슬매니아몸매에 쏙

쏘옥 빠져나간 자리
탄내 고여 빠질 줄 몰것네

하얘지는 시간보다
새까맣게 절어
말개지는 시간이 곱절이라

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고
물을 붓고
통풍을 하고
난리를 치고가도

삶은 행주는 돌아오질 않고
배인 냄새는 빠질 줄 모르네

삶은삶은살믄살면사는 삶는행주
타는타는속타는타버린 행주

발.

삶은 삶다만 행주 삶은 삶다탄 행주
삶은 삶다삶다 타버진 탄내.
삶은 삶다삶다 잊어 태운 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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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적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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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몇가지를 더 여쭈어본다. 몇년전에서야 말씀하신 탄광사고다. 막장채탄 일. 화전을 시작하고 0.2를 더쳐준 막장일. 15일 일하고 도망간 일흔이 넘은 사촌형님 얘길 통해서야 연결된다. 일년만 하고자 한 일이 자식들과 아내가 어른거려 그만두지 못했다고 한다. 죽기 직전 발목이 잡힌 동료를 끌고나온 일이며 정신을 잃고 팔이 부러져 혼미한 경험. 6개월의 병상경험이 아니라 그와중에 벌인 화전일 얘기를 하신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 두 살 남짓한 때 일들. 노루모산과 용각산의 기억과 헬쓱한 부친의 모습이 겹친다. 탄광으로 피신한 대학생들의 영향이 겹치는 듯하다. 강성이 가끔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궁금하다. 어르신들을 만나면 자꾸 더듬게 된다. 이런저런 이력들을 ㆍㆍㆍㆍ 녀석들은 졸음에 겨워 빈한 의자에서 낮잠들이다.

발. 외가 할아버지 벌 되시는 분이 준비하면서 입법된 내용인데 부친께도 몆번 말씀이 있으신 모양이다. 진단을받고 병명을 얻고 보상을 받는 일 자체가 또 병을 얻는 일이라 언급하지 않으셨다. 그러실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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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지나가는 것들을 맞춰본다.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동생을 서울변두리로 불러들이고 버스종점 팍팍한 구멍가게, 건달이었던 삼촌이 밖으로 돈 이유도. 돌아가서야 지인이 왜 그리많았던가도. 숙모가 돌아가신 지금에서야 몇몇 질문으로 모든 것이 이어진다. 어릴 때 치료하지 못한 귀로 쌈꾼이 되고 탄광까지ㆍㆍㆍ다시 서울로 형따라ㆍㆍㆍ숙모의 삶이 다 물려있단 걸. 이렇게 삶의 다른 페이지에서야 서로 맞춰진다는 걸.

스쳐지나는 것들의 팽팽한 긴장을 맛본다. 몇번의 숙연이 가슴에 스미고서야ㆍㆍㆍ

발. 17년전 삼촌은 뇌수술을 거쳐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다. 귀가 어두웠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광부일로 그런줄만 알았다. 그런데 갱도 일이 아니라 저탄장 상차일만 하셨고 서울로 와 드센 버스 구멍가게를 텃새를 물리치고 맡은 일하며. 청각장애로 가게일 어려움을 많이 겪었단 얘기. 탄광건달과 싸우다 형네집을 건달들이 포위한 얘길듣다보니 몇몇 일들이 다르게 맞춰지는 것이다.

몇몇 사실들을 잇다보니 어느 누구 하나 편을 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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