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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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에 대하여

 

    공항에 이유 없이 간 적이 있다. 이유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할 일이 없었던 휴학 초기 시절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공항의 그 느낌을 얻고 싶어 갔다. 그 즈음에 아마 이 책의 저자인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책을 읽었다가 거기서 저자가 공항의 매력을 극찬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어슬렁어슬렁 책 한 권 들고 가서 인천공항에서 반나절을 보낸 소감은…. 일단은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참으로 부럽다는 점이었다. 선글라스 끼고 캐리어 끌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기다리는 모습에 우리는 아마 여행을 가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또 가만히 지켜보니 공항은 예의 그 어떤 관광지, 어떤 장소보다도 다양한 감정이 드러나는 곳 같았다.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의 기대감으로 들뜬 사람들, 출장일로 공항에서조차 노트북에 파묻힌 사람들, 비행기 연착에 잡지나 티비를 보며 따분해 하는 사람들, 공항 내 패스트푸드점에서 국내로 다시 돌아와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치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먹는 것처럼 심각하게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 공항 내 공연을 의미 없이 바라보는 사람들, 도착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사람들, 어른들, 아이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여행을 가더라도 공항에 제대로 머무르는 시간은 별로 없다. 비행기시간 몇 시간 전에 도착하여 발권을 빠르게 하고, 면세점을 둘러보다가 행여 늦을까 1시간~30분 이전부터 입구 근처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느라 공항 그 자체를 둘러보는 시간은 얼마 없었다. 앞서 말한 저런 다양한 사람들도 내가 여행을 나갈 적에는 나의 앞 길을 막는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그랬던 그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다양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저자는 반나절 머무른 나와는 비교도 안되게 히드로 공항에 일주일 동안 머물며 공항의 진짜 모습을 파헤친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딱딱하고 세련된 공항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비로소 드러나게 해준다.

 

    그렇게 저자의 책을 읽고, 몇 안 되는 나의 공항 경험을 돌이켜보니, 공항은 참으로 신비로운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지만 우리나라 같지 않은 곳. 단번에 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데려다 줄 수도 있고, 그런 곳에서 단 번에 내 나라로 보내줄 수 있는 곳이 공항이다. 올라갈 때 볼 수 없고 내려올 때 볼 수 있었던 그 꽃처럼 공항 역시 너무 스쳐 지나가는 공간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조금만 깊게, 조금만 느긋하게 바라보면 공항 속의 사람들, 사람들의 감정들을 마주 할 수 있다. 가끔씩 감정의 메마름을 느낄 때, 나를 포함하여 주위 사람들이 모두 날카롭게 느껴질 때, 아무 생각 없이 공항엘 책 한 권을 들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 공항의 마케팅 방법에 대하여


    경영학도로서 마케팅에 대한 과목을 몇 개 들었다. 우리 사회가 광고의 사회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만큼 수만가지의 광고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시각은 물론이고 후각, 청각, 미각까지 오감 중 하나라도 끌기 위해 더욱 화려하게 더욱 강렬하게 그렇게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애를 쓴다. 공항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항은 대게 깔끔한 편의 시설, 빠른 처리, 다양한 면세점이 있는 점으로 광고에 승부를 본다. 인천공항만 하더라도 세계 1위를 했다는 광고만 수없이 봤고, 뭔 세계 최고의 면세점, 가장 편안한 서비스를 강조했었다. 그래서 항상 깨끗하고 사무적이고, 쾌적한 분위기가 났었다. 그렇게 공항의 좋은 이미지가 강해질수록, 사람 냄새는 점점 나지 않았다. 수만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항이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고 공항 그 자체만 부각이 되었다. 마치 사람이 이용하지 말고 그 자체로 보존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평소에도 공항을 좋아하는 저자에게, 물론 저자가 공항을 좋아하는지는 모른 채, 한 공항을 소유한 회사가 제의를 해서 공항에 일주일간 머무르며 그 느낌을 글로 써달라고 요청하여 탄생한 책이다. 저자의 글쓰기 능력은 당연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공항의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었는데, 놀라운 점은 그 제의를 한 공항이었다. 앞서서 말한 인천공항처럼 그런 방법이 아닌 공항의 이미지를 작가의 눈을 통해 보게 하다니. 이 제의를 한 공항의 책임자는 예술을 마케팅에 어떻게 이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덕분에 공항의 시설들이 아닌 공항의 직원들을, 여행객들을, 보이지 않던 숨겨진 공간들에 대하여 느낄 수 있었다. 어느 공항이 작가를 위해 공항의 한 켠에 책상과 의자를 마련하고 숙소까지 제공하여 마음대로 글을 쓰게 할 수가 있을까. 문학이라는 예술과 마케팅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신선하고 효과적인 것 같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는 일반 광고에 비해서는 책이라는 점 때문에 적은 사람들에게만 읽히게 되지만, 한 번 읽으니 그 분위기, 그 느낌이 오히려 더 깊고 오래도록 전달되어 훌륭하다.


    우리나라는 문화강국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류는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고 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도 우리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능력이 좋다. 하지만 이런 영국의 항공사에 했던 문화의 새로운 발상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의 문학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최근 신경숙 사태를 보면 왜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문학의 힘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류가 잘된다고 관련 상품만 많이 만들어서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실생활에 더욱 끌어들여 문화강국의 면모를 이어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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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감아 싱클레어 2015-09-0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항을 매우 좋아해서 여행갈때마다 공항 그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고자 탑승시간보다 네다섯시간 먼저와 공항을 감상하곤 합니다. 어찌나 다채로운 풍경인지 아마 모든 건물들 중 가장 다양한 감정들 사람들 냄새들을 느낄 수 있는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글쓴이님의 풍부한 생각과 지식에 감탄을 하고 갑니다...!

윙헤드 2015-09-1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구구절절 길게 썼는데 짧게 더 깊게 써 주셨네요;;; 공항에 대한 느낌이 비슷한 거 같아서 참 좋네요!
 
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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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없이 달려든다는 것에 대하여


심심해서. 내가 느낀 저자가 카페를 시작한 이유다. 친구랑 휴일마다 게임만 하는 것에 쓸모없음을 느껴 시작한 것이 카페였다. 정말 카페에 대해서, 창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저자의 고군분투기를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서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치밀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실수가 넘쳐났고 분통터지는 일들도 많았지만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카페를 오픈하였다. 읽은 내내 든 생각은 바로, 어찌되었든 했다는 것. 


항상 생각만 하며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나와는 사실상 차원이 다르다. 그냥 지체없이 할 수 있는 능력. 이것도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단순히 시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카페로 엄청나게 돈을 번 사람도 아니다. 그럼에도 배울 점이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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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메콩강 따라 2,850km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이민영 글.사진 / 이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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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지에서 친해지기에 대하여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대화. 손짓, 발짓으로 교감을 하며 그들이 사는 곳으로 깊숙이 들어가 같이 밥도 먹고, 술을 마시며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여행의 순간순간 만나는, 어쩌면 스치듯 지나갈 수 있는 만남을 인연으로 만들 줄 아는 능력. 이것이 여행 경력이 아주 많은 저자의 능력이다. 길지 않은 책이었지만, 자전거에 문외한이 저자의 고생담이나 베트남, 라오스의 순수한 자연에 대한 감탄보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저자의 그 친화력이었다. 나는 이 책을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읽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너무 일찍 도착한 2시, 6인실에 아무도 없는 방에 누워 이 책을 빠르게 읽어 나갔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지난 2일간의 여행을 반추해보면 첫날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다같이 모일 수 있는 자리에 껴서, 내가 술도 사오고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놀았었다. 내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을만큼…하지만 둘째날에는 여행지에 나의 동년배들도 잘 보이지 않고, 잠도 찜질방에서 자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리고 이 날도 별로 말을 나누지 못했다. 결국 나는 내가 먼저 다가서서 말하지 못하였다. 나와 또래가 아니니까, 저들은 무리가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핑계를 대며 자기방어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 과장한 것이 아닐 정도로 모르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먼저 다가오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자기방어를 하고 싶다는 자신을 이겨내고 다가선다는 것. 너와의 다리를 놓기 위해 나의 성벽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성벽은 필요 없다. 



- 여행의 유형에 대하여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었을 것이다. 거기서 과거의 한 사람은 여행을 거부한다. 가보지 않아도 모든 정보를 책이나 그림으로 볼 수 있는데 고생하여 여행지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지 않으며 각국의 여행기나 기념품을 모으며 살아간다.


여행을 통해서 느끼는 점은 나 역시 여행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더운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여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나 공공시설, 숙소에 가장 오래 있었고, 정작 여행지에서 볼만한 것을 본 시간은 별로 되지 않았다. 이미 검색을 통해 본 수많은 풍경들이 그냥 내 앞에 놓여있었고, 나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였다. 오히려 습하고 더운 날씨를 피해 게스트하우스에서 뽑아 읽은 이 책을 통해 메콩강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더욱 깊게 느꼈다. 가기 힘들다는 해남의 땅끝마을에서보다 종이 위의 활자를 통해 여행의 묘미를 더욱 느꼈던 것이었다. 우리가 티비나 책을 통해서 보는 것은 그 여행지의 가장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도구로 기록한 것으로 사실 우리가 보통 여행하는 것보다 더 좋은 그림과 풍경을 보여준다. 최고의 순간을 더위나 벌레의 간섭 없이, 피로감 없이 볼 수 없다는 것. 간접적으로 본다는 것과 직접적으로 본다는 것에서 여행을 아직 많이 다니지 못한 나로서는 간접적인 여행이 아직은 더 좋다.


흔히 나 같은 젊은 나이의 사람들은 배낭여행을 좋아한다고 한다. 배낭 하나 딸랑 메고 싸지만 힘든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길바닥에서도 자고, 밥도 빵 하나로 때운다. 나는 아직 그 어려움의 즐거움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편한 여행, 결혼 후에 떠날 법한 휴가지에서의 휴식 여행을 더 선호하는 나는 마음이 늙어버린 것일까. 그래도 한달 간의 유럽 여행 티켓을 결제하고, 추석 직후에도 해외 배낭여행을 위해 인터넷을 계속 뒤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 아직은 작은 여행의 불꽃이 살아있는 것 같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나가고 더욱 여행을 하자. 그렇게 되고 싶으면 그렇게 자꾸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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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스패로우 2015-08-1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하는 당시에는 힘들어도 지나고나면 추억들이 만들어지는 재미...그래서 떠나는게 아닐까요??

윙헤드 2015-09-02 22:44   좋아요 0 | URL
추억들이 계속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회가 될 때마다 돈이 없어도 떠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해피북 2015-08-2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윙헤드님 글을 읽으며 따끔한 마음이 들었어요 ㅎ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고 여행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되네요 비가 오는 목요일 아침 입니다 우산 잊지마세요^~^

윙헤드 2015-09-02 22:45   좋아요 0 | URL
제 못난글을 보시고 반성까지 하시다니 영광입니다... 늦게 답글을 달았지만 지금도 비가 오니 우산 잊지않겠습니다~ㅋㅋ
 
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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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독서토론에 대하여


    이 책은 일주일마다 한번 하는 독서토론을 위해서 읽는다. 저자의 생각이 많이 드러나는 책을 선정하여 일주일에 한 파트씩 읽어서 비판과 토론을 하는 방식. 사실 이 책은 쉬운 내용이고 힐링용 책이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토론을 같이 하는 사람 중에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인지 토론의 깊이가 나름 있다.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이성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교육제도, 인맥이란 무엇인가 등등 저자의 이야기를 비판하며 2시간 동안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3명 중 나를 포함한 2명은 철학이 약하기에 중간에 번번히 논조가 끊기기 일쑤다.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주일에 뇌에 주름이 하나씩 생기는 것만 같아 기분은 좋다. 



- 청춘, 청춘, 청춘


    25살에 인턴을 하면 부러움을 한 몸으로 받는다. 일하는 층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나는 처음 만난 분들에게 나이를 말할 때마다 벌써 시대가 이렇게 됐냐며 놀라며 부러워한다. 같은 팀 사람들도 25살이 가장 인생에서 좋을 때라고, 졸업하기 전에 더 놀고 즐기라고 한다.  근데 참 신기하다. 나 역시 친구와 술을 먹거나 나이 어린 친구를 만나면 그 나이때가 좋았지, 내가 21살이기만 했어도 정말 신나게 살았을 텐데라고 말한다. 25살의 찬란한 청춘이 20대 초반의 부러워하는 형국이다. 결국 시간이 부족하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나는 변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어, 이미 나는 늙어버렸는걸 이라는 자조 섞인 말들 때문에 우리는 청춘을, 우리의 과거를 그리워한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말하고 있는 지금도 그다지 늦은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지금 하지 못하는 것을 과거 탓으로 돌려 버리기 위해 결국 우리는 청춘을 그렇게 찬양하는 것이 아닐까.


    근데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25살 1년 동안 휴학을 결정한 이유는 청춘의 절정에 큰 일을 하고자 이었기 때문이었다.  20대의 정 가운데에 위치한 나이로, 신체가 내 인생에서 가장 강할 때이고, 20살의 아무것도 모르는 청춘이 아닌, 대학교물도 웬만큼 먹은 가장 찬란한 시기라고 생각해서 휴학을 하였다. 일단 사회를 미리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인턴을 1,2월 달에 했었고, 막상 3월에는 뭔가 할게 없어서 책을 읽다가 뒤쳐진다는 불안감에 또 인턴을 해서 10월까지 인턴을 할 예정이다. 11월에는 한달동안 유럽을 여행할 예정이니, 사실상 25살도 예측가능한 선에서 끝날 거라 생각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는 패기, 무작정 해보고 싶다는 열정은 말 뿐이고, 허상이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현실에 맞추어 살고 있다. 매주 일요일 잠자리에 들 때마다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라고 되뇌이지만 돌아오고는 것은 다음주 똑 같은 침대, 똑 같은 시간에 다시 하는 자책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를 덧없이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 변화해야지, 새로운 걸 해야지 하면서 실행하지 않고, 현재의 안정만을 추구한다. 망나니처럼 노는 것도 아니고, 죽을만큼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고, 고민과 방황에 쌓여 그 속에서 떠다니기만 하는 존재.  청춘의 찬란한 하루가 이런 것이었더냐.  지금 이 순간 시작하면 되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이냐, 신체 건강하고, 보잘것없지만 뭐라도 해 볼 수 있는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25살에 뭐라도 해야겠다. 정말 뭐라도. 

청춘은 젊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15살에 장래희망을 공무원9급이라 적는 아이에게 청춘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노인이 되고 나서 치킨집을 시작한 KFC의 창업자의 청춘은 노인이 되고 나서 찾아왔다.청춘이라는 굴레에 너무 갇히지 말자. 나는 그냥 젊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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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8 0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윙헤드 2015-09-14 22:46   좋아요 0 | URL
어이구 댓글을 이리 많이 달아주시다니....정말 감사합니다ㅜㅜ 독서토론은 고등학교친구들 몇몇과 최근들어 시작하게 된 겁니다. 저까지 4명인데 아무래도 다 같이 사는 동네에서 하기 때문에 멀어서 같이 하시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저랑 새로 하나 만드시는건 어떠신가요~

2015-09-15 0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윙헤드 2015-09-15 22:19   좋아요 0 | URL
카톡도 안하시다니...저보다도 더 담백한 삶을 살고 계시네요ㅋㅋ 저는 2학년때 아무생각없이 살았는데 벌써 고민이 많다니 저보다 생각이 깊으신게 확실하시네요... 저는 이렇게 댓글로 시작해서 만난 적은 없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인터넷 카페에서 본 독서토론 모임에도 몇번 나간 적도 있어요. 나중에는 귀찮아서 안나갔지만....제가 쓴 독후감들은 잘 쓰게 보일라고 끙끙대며 쓴거라 실제로 말하면 볼품없답니다ㅜㅜ 독후감 기록하러 이용하는 알라딘에서 독서모임을 생각하다니 신기하네요ㅋ 저는 같이하면 재미있을것같아요!

2015-09-15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시민인가 - 사회학자 송호근, 시민의 길을 묻다
송호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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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에 대하여


     저자가 책의 말미에 내놓은 우리나라의 처방전은 시민단체다. 대다수 국민들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유럽처럼 우리 나라 국민들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공익을 위해 일한다면 시민국가로 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다. 일견 타당한 말이다. 항상 정부와 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그것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역할을 가진 것이 시민단체라고 하였다. 개인보다는 영향력이 훨씬 뛰어나고 공익적 목적을 가진 단체이기에 사회에 순기능을 담당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에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하는 점은 작가가 말하고 있는 이상적인 시민단체들이 우리나라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시민단체 문화가 발달한 국가들을 보면 시민단체들은 지극히 독립적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즉 운영비를 스스로 벌고자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칵테일 파티를 열고, 그들의 성과를 그들의 후원자 앞에서 보고하고, 새로운 후원자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단체를 이끌어 간다. 이런 일들은 그들의 나라가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금이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충분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정부 예산 의존도는 20%안팎이라고 한다. 40%라는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얼핏 보면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이 참 독립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버는 돈은 적은데 정부 지원금은 훨씬 더 적어서 비율이 낮아 보이는 거다.(이런 수치들은 모두 10년도 넘은 2004년도 뉴스 기사를 기반으로…뉴스에서의 수치 출처는 국무총리 산하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또 어떠한가, 나부터 생각해보면 나는 어떤 시민단체에 뭘 기부해본 적이 없다. 그냥 미심쩍으니까, 이게 공익을 위해 쓰이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랬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고, 그렇다고 시민단체들이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행사를 잘 여는 것도 아니기에 현재와 같은 구조에 봉착하지 않았나 싶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기에 좋은 시민단체 사회가 아닌 것과 더불어 시민단체들의 너무 정치적인 점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치적이지 않은 시민단체들이 많을 것이고, 정치적이라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정치적 공익성을 가진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정책에 있어 올바른 방향을 줄 수가 있다. 하지만 평범한 일반인 수준의 사회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 내가 시민단체들을 볼 때 대부분 그냥 정치적 앞잡이의 역할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민단체명만 그럴듯하게 ‘혁신’, ‘청년’, ‘민주’, 이런 단어를 붙여놓고는 하는 행적들은 단체명과는 모순적이다. 근데 이건 써놓고 보니 내가 잘 모르기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는 저자를 잘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시민단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시민단체에 참여해 보고자 한다. 물론 귀찮아서 찾아보고 있지는 않지만….저자도 이미 어느 시민단체에서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고 하는데, 어딘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물론 지금 구글켜서 찾아봐도 되지만 귀찮으니 나중에 하는 걸로~.  이로써 책을 통해 또한 좋은 점을 배웠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동기를 얻었다. 




- 국민과 시민에 대하여


     사실 책에서 저자가 국민과 시민의 분리해서 이야기할 때 잘 와 닿지 않았다. 그건 단지 단위를 크게 보느냐 작게 보느냐에 따른 것이지 본질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허나, 책을 다 읽고 우리나라의 국민성과 시민성을 각각 생각해보고, 왜 우리나라는 정말 국민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시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민국가라는 점. 국민을 이야기 할 때에는 전체를 이야기해야 한다. 국가라는 큰 단위에서 국민들은 단합, 협동을 요구 받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잘한다. 금모으기 운동부터해서, 월드컵 응원, 태안 기름유출사건, 촛불시위 등등…우리는 냄비가 끓듯이 정말 모두가 확 일어나고 확 죽는다. 좋은 국민인 것 같다. 이에 반해 시민은 작은 개념인 것 같다. 나와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내 주위의 관계를 말하는 것 같다. 지하철 에티켓, 식당에서의 예절, 이런 것들이 시민성을 나타내는 쉬운 예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시민사회로 넘어가기 위한 교두보가 문화라고 생각한다. 문화, 사람을 향한 문화에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작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도 경제적으로 살만한 다음에 즐기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말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 있다. 이렇게 세계 10권에 항상 목메지 않아도 20위권, 30위권이라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적 순위가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문화의 융성을 통해서(?) 자살률도 줄고, 사회적 싸움도 줄어든다면 그것이 시민사회로의 이동을 의미한다고 본다. 우리는 충분히 문화를 즐겨도 될 경제적 위치에 있다. 



- 나는 시민인가


    일단 저자는 시민사회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시민단체를 언급했는데, 저자 자신도 어느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시민자격을 부여했으니 넘어가자. 


    이제 내 차례다. 난 시민인가? 나는 좋은 시민일까? 나는 말이다. 나는 일단 착하다. 그냥 내가 보기에 나는 착한 거 같고, 주변 사람들도 날 착하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들만 세상에 존재한다면 세상 참 살기 좋을 거라고 거만함 잔뜩 가지고 생각도 많이 해봤다. 노인분들의 무거운 짐 들어주는 건 참 잘하고, 구세군 냄비에도 작은 돈(만)을 꼬박꼬박 잘 낸다. 남 시키기보다는 내가 하고, 인사 잘하고 남들도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차도 없는 3m짜리에서도 신호등을 지키고, 지하철에서 만취한 아저씨의 고성을 막아내고 불려온 공익에게 넘긴 적도 있다. 책에서의 주요 화두인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친구와 같이 안산으로 가서 조문을 하고, 단원고도 멀찍이서 지켜보고 왔다. 나는 좋은 시민일까?


    근데, 난 내거는 잘 챙긴다. 남들도 잘되었으면 좋겠지만 내가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노인분들의 무거운 짐은 들어드리지만 노숙자분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서지 못한다. 뉴스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나오면 슬퍼하면서도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국민적인 촛불시위가 났을 때도 참여하지 않았고, 태안 기름 유출 사건으로 온국민이 가서 기름을 닦아 낼 때 가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친구가 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갈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그냥 티비로만 바라보며 정부에 욕을 하며, 그렇게…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팽목항으로 갔지만 난 내 일상을 깨트릴 용기가 없었다. 안산까지 가서 하얀 꽃은 놓아두고 왔으니 나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나는 좋은 시민일까?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나는 좋은 시민이 되고 싶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다. 시민과 시민이 아님을 정확히 구별 지을 수 있는 척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의도도 시민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쪽으로 조금이라도 생각하자는 것일 거라고 믿는다.  완벽하게 좋은 시민은 없다. 다만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시민단체에도 참여하고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 좋은 시민이 될 것이고 벌써 좋은 시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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